[에세이] 뉴스레터를 만들었습니다

글 입력 2021.10.0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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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창구를 찾아 헤매다가, 이참에 뉴스레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동시에 글 쓰는 사람으로서 늘 마음 한쪽에 가지고 있던 의문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왜 작가는 창작물을 만드는 데 들이는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기 어려운가?”였죠.

 

‘열정페이’라는 단어,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글을 쓰고 독자에게 저의 글을 보여주는 것은 꽤 즐겁고 가슴 벅찬 일입니다. 그러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저의 열정만이 담긴 글을 써 내려갈 때면 이따금 형언할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고는 합니다. 이렇게 애쓰며 실력을 쌓다 보면 언젠가 나의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침을 삼키며 인내할 뿐이지요.

 

유독 예술계에서 이러한 일이 줄곧 생기는 것 같습니다. 고뇌와 사유 끝에 만들어진 예술가의 작품이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것의 가치는 작품 이면에 숨겨진 무형의 노력과 함께 계산되어야 마땅합니다.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들이는 용역의 공급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독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원고료)을 받고 자신의 글을 매일 발송하는 <일간 이슬아>를 시작한 이슬아 작가의 도전이 저에게 인상적인 본보기가 되었던 것 또한, 위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이슬아 작가는 자신의 글이 경제적 재화의 일종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어필했고, 이를 제대로 이해한 독자만이 대가를 지급하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했습니다.

 

어쩌면 속물같아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자본주의 체계의 구성원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감 없이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슬아 작가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글쓰기라는 노동의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셈이지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한 편당 몇백 원 정도의 대가를 받고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무료로 보내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라는 사람과, 제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을 홍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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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저런 고민 끝에 <심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편지라는 뜻으로, 마음 ‘심’과 종이 ‘지’를 합쳐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심지>는 일상에서 마주한 고민과 경험, 찰나의 질문이나 뜻밖의 경험을 한 통의 메일에 담아내어 구독자께 보내드리는 뉴스레터 서비스입니다. 뉴스레터의 주요 콘텐츠는 에세이, 이야기, 시, 그림, 인터뷰(만남) 등으로, 이외에도 새로운 콘텐츠가 불쑥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님도 함께 모여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이후에는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뉴스레터 플랫폼을 활용하여 구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관심을 보인 몇몇 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고, 저도 기쁜 마음으로 화답하며 <심지>의 시작을 축하했습니다.

 

*

 

새로운 도전이 순탄히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인연을 생각하며 부단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심지> 또한 모두에게 그러한 인연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가입니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을 합니다. 그것이 글이든, 공연이든, 미술 작품이나 아름다운 음식이든, 작품을 만들어내어 그것이 세상으로 걸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닦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렇기에 창작의 밑바탕이 되는 노력에 알맞은 대가를 받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심지>가 그러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의 노력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진정한 문화 강국이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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