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어른이 되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도서/문학]

사랑의 방향은 내가 고를 수 있다.
글 입력 2021.09.28 14:3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미국 원서를 읽다보면 세분화된 장르가 눈에 띈다. 특히 요즘에는 어덜트(성인)라는 분야가 다양하게 나뉘는데 그 다양성에 놀라울 따름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 어덜트, 20대 초반을 위한 뉴 어덜트, 그리고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어덜트 분야까지 있다. 어덜트를 세분화한 하위 문화는 도서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이는 영화, 상품, 서비스 등에도 점차적으로 적용이 되는 개념이다.

 

그 중 도서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필자는 영 어덜트, 뉴 어덜트를 다루는 소설들을 선호한다. 영어원서를 폭넓은 분야에서 골라 읽다 보면 어려운 용어 앞에 좌절되기도 한다. 모국어인 한국어로 된 도서를 읽다가도 어려운 순간들이 오는데 영어원서의 어려움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러던 중 영어원서와 타협하게 된 장르를 찾게 되었다. 바로 영 어덜트와 뉴 어덜트였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들이 다량을 차지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이야기의 내용이 많아 공감도 되고 술술 읽힌다.

 

캐릭터 성장을 도서선정의 중심 요점으로 보는 사람으로서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중 흥미롭게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다.

 

 

131.jpg


 

책의 이름은 '용서해줘, 레너드 피콕'이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원작을 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다. 다른 영 어덜트 소설들이 그렇듯이 책의 주제는 아픈 과거를 가진 청소년 남자 학생의 이야기이다.

 

옆 집 할아버지와 험프리 보가트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며 괴짜 소리를 듣는 레너드는 친구를 죽인 후 자신도 자살하기로 결심한 한 사람이다. 우리 독자들은 동기를 모르는 채 레너드가 죽음의 날의 시작하며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주인공과 만난다. 스토리가 중간에서 넘어가기 전까지 우리는 무슨 일이 그에게 있었는 지 알 수 없다. 그저 레너드는 부모님의 관심에서 벗어난 한 아들이며 전형적이지 못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어서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로부터 기피를 받는 외로운 사람으로 보인다.

 

우리는 외로운 주인공에게 동정과 공감을 느끼며 그를 불쌍히 여기게 된다. 다만 스토리에 빠져들면서 레너드라는 인물의 안과 밖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이 호감을 가지게 된 노방 전도 소녀 로렌을 대하는 태도가 시작이었다. 그가 즐겨보는 클래식 영화 속 여주인공의 얼굴을 닮은 로렌은 처음부터 그에게는 성적 대상화가 되는 인물이었다. 주인공이 로렌을 묘사하는 글은 모두 외적인 부문 뿐이었다.

 

나아가, 주인공은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는 사람이었다. 그를 괴짜라고 피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진정으로 걱정하고 관심을 가지는 한 사람이 있었다. 어디서 본듯한 흔한 스토리 설정인 바로 선생님의 따뜻한 한 마디였다. 할아버지 유산이었던 총으로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을 때 그는 유일하게 손을 뻗어 준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고 선생님 집으로 돌아가 위로를 받았다. 물론 회피적이고 혼란을 느낀 레너드는 새벽에 몰래 집을 나섰다.

 

아쉽게도 주인공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약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과거에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지만 가해자에 대한 분노는 쌓았고 풀지는 못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부모님이 있었다만 그 자리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치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조금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족은 자신이 꾸려나가기 다름이니 말이다.

 

인물 설정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검이 있다면 흰이 있듯이 이 책은 작가가 청소년 입장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 정성이 보이는 책이었다. 레너드는 지하철을 타면서 무기력하고 무표정의 어른들이 회사를 가는 과정을 함께 밝으며 관찰한다. 과연 그들과 같은 어른이 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을 품고서 말이다. 똑같은 일상, 지겨운 하루, 우울한 날들만 있을 것 같은 어른의 세계를 보는 어린 청소년의 눈으로 작가는 과연 청소년들이 많이 할 고민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캐릭터가 실망스러운 부문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작가의 필력이 워낙 탁월해서인지 막히는 부분이 없었고 중간 중간 작가가 드러내려고 한 청소년들의 고민이 무엇일지 잘 보여주었다. 또, 흔하지 않은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다. 열린 결말로 마무리가 된 책은 이후의 레너드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남겼고 의문거리를 던져주었다.

 

 

[임민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