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법 같은 주문을 외자 - 그러라 그래 [도서]

글 입력 2021.09.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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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이미 나의 머릿속에는 양희은 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너 이름이 뭐니~"

 

그 목소리, 그 톤으로 "그러라 그래~"가 자동 플레이 되다니 엄청난 힘이다. 심지어 나는 양희은 님을 그리 잘 아는 세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도 내가 그녀의 목소리를 바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양희은 님은 우리나라의 대중가요계의 큰 별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그녀의 음악을 찾아 들어 본 적도 없는 내가 그녀가 쓴 책을 먼저 찾아 읽게 될 줄이야.

 

하지만 어쩌랴. 제목을 너무 잘 지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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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70세, 가수로 51년의 삶을 살아온 나이 지긋한 그녀가 들려주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들을 읽는다.

 

아버지를 잃었던 어린 소녀 시절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젊은 날들, 열심히 달렸던 시기들, 3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던 서른 살, 그녀를 여자로 만든 상큼한 짝꿍, 그리고 어느덧 벌써 70세의 큰 언니가 되어 버린 그녀. 아직도 그녀는 아흔이 넘으신 어머니를 돌보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편과 노견 미미와 함께 그 집에서 가장 막내로 살고 있다고 전한다.

 

양희은 님 에세이는 70세 한참 어른의 삶의 기록, 생각의 기록이다 보니 그녀가 살아 온 내 나이 대의 나날들은 공감하게 되고, 내가 아직 겪지 못한 나이대들은 그녀를 통해 상상해 보게 된다.

 

언젠가 나도 만나게 될지 모르는 미래의 일들. 그저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생각을 꺼내어 놓으므로써 먼저 인생을 살고 있는 인생 선배의 모습을 통해 나는 나의 미래를 상상해 보며 그때의 나는 어떨까,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할까 혹 다르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한다.

 

에세이는 몰랐던 한 사람을 알게 해 주는 책인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전혀 관심 없었던 양희은이라는 사람의 인생과 생각을 읽으면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어진다. 또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양희은 님의 곡을 몇 곡 찾아 들었다.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이 초등학생에게도 유명하다는 것을 보고 찾아 들었는데 아주 첫 소절부터 눈물이 나서 혼이 났다. 어쩜 그런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떠올리는 목소리와 가사만으로도 눈물이 핑 돈다. 아마 전국에 있는 딸들의 눈물 수도꼭지가 아닐까 싶다.

 

깊은 울림을 주는 목소리, 세월이 담긴 목소리 거기에 덧붙여진 진정성 있는 가사가 주는 여운에 한동안 허우적댔다.

 

70대의 내가 나의 삶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삶의 순간순간들에 이런 일들이 있었노라며, 그때의 나는 이런 감정이었는데 살아보니 이렇더라며, 양희은 님처럼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가 아닌 그저 조금 먼저 산 선배로서 너희는 덜 아프고 덜 다치고 덜 흔들리면서 걸어오라고, 하지만 70세의 나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노라고, 말을 건네고 있는 양희은 님처럼.

 

 

[김요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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