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망가질 준비가 되어있다. 도서 '내 마음이 불안할 때'

글 입력 2021.09.1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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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있을 때 내 의견을 낼 때 속으로 몇 번을 고민을 하고,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무관중으로 발표를 진행하지만 내 심장과 목소리의 톤은 심하게 요동친다. 숨이 멎을 듯이 숨이 엄청 찬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떨리지 않아 보이는데 나만 왜 이렇게 떨릴까?

 

나는 정말 불안한 사람이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굉장히 상상을 많이 하고 잠을 잘 때에도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생각에 뇌의 셔터를 내려버리고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를 비롯해서 일상생활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상담가인 ‘제니퍼 섀넌’이 불안에 대해 책을 집필했다.

 

 

 

당신에게도 ‘몽키 마인드’가 있나요?



 

자신이 걱정하는 것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몽키 마인드(Monkey Mind)’이다. 몽키 마인드는 원숭이처럼 날뛰는 불안한 상태를 말한다. 불안 장애를 겪는 이들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도 알다시피 자신이 느끼는 불안이 사실은 거짓 정보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쉽게 떨쳐버리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도 우리이다.

 

작가는 몽키 마인드를 해결하기 전에 몽키 마인드 자체에 대해 짚고 넘어갔다. 아래와 같이 ‘몽키 마인드셋’이라고 지칭했는데 이를 읽으면서 나는 정말 몽키 마인드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나는 걸어 다니는 보부상이다. 외출을 할 때에 내 가방은 매우 두둑하다. 사실 간단하게 립스틱, 카드, 휴대폰, 보조배터리, 다이어리. 단 이 다섯 가지만 챙기면 되는데 나를 믿지 못해 거울도 챙기고 손소독제도 챙기고 마스크도 하나 더 챙기고 노세범도 챙기고 텀블러도 챙기고 유리 빨대도 챙기고 핸드크림도 챙긴다. 그러니 약속이 있으면 내 어깨는 자연스레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막상 나가서 사용하는 것은 오직 립스틱과 카드 그리고 핸드폰뿐인데 말이다. 두고 가면 혹시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함 때문이다.

 

또 나는 명확하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금 더 자세하게 검색해보고 내가 하는 말이 맞는지 한 번 더 검열을 하고 입 밖으로 내뱉는다. 확신이 들지 않지만 말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마도 ~일 걸’라는 어미를 사용하며 입 밖에 내뱉은 것은 나이지만 나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듯이 말한다. 정말 이것이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두려움이 큰 것을 어찌하겠는가.

 

 

완벽주의 


완벽주의의 마인드셋은 집단 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위험하다고 느낄 때 일어난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사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무소속이다. 특히 학교에서. 좋게 말하면 마이웨이이다. 그렇기에 내가 무시당하지 않기를 원했고 그게 태도로 드러나 잘 웃지 않고 딱딱하게 말하며 은근한 날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짧은 의견을 말할 때에도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100%가 아니면 하지 말자.’라는 생각도 수면 중에 있다. 언어 관련한 학과 특성상 발음을 중시하는 데 예습을 해서 발음을 미리 파악한 경우와 발음 연습을 하지 않은 경우의 수업 태도가 현저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불확실성과 즉흥성 반겨라 (p.151)

 

 

친구들 앞에서 말을 하는 건 쉬운데 ‘오답’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평정심을 잃고 마는 것을 알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도 더 확실하게 들었던 생각은 실수는 나만 아는 것이고 즉흥적으로 말해서 틀리면 어때, 내가 너무 과하게 틀려서 날 이상하게 봐도 뭐 어때라는 마음이었고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사라졌다.

 

 

과도한 책임감


평소에는 그리 심한 것 같지 않은데 직책을 맡게 되면 과도한 책임감을 떠안는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후에 나 자신을 지키지 않고 책임감에 얽매여 나를 버리고 살아간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책임감은 있으되 나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면서 타인의 감정을 헤아려 줄 수는 있지만 책임질 필요까지는 없다.

 

 

모든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태도가 삶의 방식이 되면 삶 자체를 하나의 위협으로 대하게 된다. (p.41)

 

과도한 책임감은 당신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된다. (p.57)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들은 나와의 만남에서 자신의 시간이 아깝다고 느꼈을까?’ 왜 이런 생각이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이 생각이 시작된 이후로 각자의 소중한 시간들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만남 전에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많이 영감 노트에 적어두었다. 사실 만남이 꼭 유익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내가 너무 사소한 것에 기를 쓴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언제나 아이스 바닐라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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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가면 거두절미하고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주문한다. 나에겐 그 메뉴가 가장 무난하고 위험도가 낮다.

 

그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도전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런 것에서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말한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실패는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면서 하는 모든 선택과 행동에는 일부 위험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위험을 감안할 때야말로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고, 무언가 잘못되어도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이 문단을 읽고 앞으로는 더 많은 메뉴를, 더 많은 공간을 누려보리!라고 다짐했다.

 

 

확장된 삶이란 무한한 도전과 보상이 반복되는 일생의 여정이다. (p.263)

 

 

 

‘몽키 마인드’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놀랍게도 몽키 마인드는 없앨 수가 없다. 심장처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불안을 낮추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무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불안에 반응하는 대신 현명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운다면 불안에 대한 회복력이 커질 뿐 아니라 당신 앞에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p.82)

 

 

불안이 극도로 심한 상태라면 아래와 같이 눈에 보이게 정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1.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여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한다.

2. 문제를 해결하는데 취할 수 있는 네 가지 조치를 나열한다.

3. 각 조치에 따른 단기적, 장기적 결과를 예측한다.

4. 최고의 선택지를 골라 실행한다.

5. 일을 잘 마무리한 스스로를 칭찬한다.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5화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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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tvN>

 

 

그러면 어때. 그냥 그런대로 널 그냥 좀 놔둬. 소나기 없는 인생이 어딨겠어. 이럴 때는 어차피 우산 써도 젖어. 이럴 땐 아이 모르겠다 하고 그냥 확 맞아버리는 거야.

 

대사처럼 감정을 지우거나 통제하지 말고 그 순간 일어나는 감정을 수용하여 즐기는 게 최상의 방법이다. 내가 실패할 것이라는 불안, 내일은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과하게 사로잡혀 자신의 창의성, 즉흥성, 목표를 잊으면서 자신을 바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책에 나온 내용들이 너무 불안하고 불안했던 나의 이야기라 읽는 데 무척 오래 걸렸다.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쉽게 알 수 있던 것들인데 지금 내게 그리 여유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듯이 작가가 이를 상기시켜준 것 같다. 삶이 불안해서 당장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불안 사이클을 그려보며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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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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