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HA_ME, 빛나고 싶어 [공연]

이제는 Myselves, 본격 부캐양성 시대
글 입력 2021.09.0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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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자우림의 <샤이닝> 가사 일부이다. 이따금 정말 이런 나를 도대체 어디서 받아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이런 나도 받아주는 곳이 있다. 바로 SNS 속 세상이다. SNS 속 나와 현실의 내 모습이 완전히 같은 건 아니지만, 또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기에 우리는 오늘도 SNS에 글을 올린다.

 

맛있는 걸 먹으면 인스타에 올리고 함께 간 사람, 같이 간 식당을 태그한다. 말하지 않고,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있을 뿐 거짓말은 아니니까. SNS는 낱개포장 과자 마냥 살찌는 줄도 모르고 계속 먹게 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비워진 과자통만 남아있는 판국이다.

 

누구나 되고 싶은 모습이 있지만 모두가 자신의 이상을 이루며 사는 건 아니다. 사실은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오늘 우리의 주인공 ‘미호’도 그렇다. 취준생 ‘미호’는 고민이 많다. 좋아하는 선배는 자신을 알지도 못하고, 친구들은 하나 둘 취업에 성공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취업 준비로 자소서를 쓰다 보면 ‘처음부터 딱 맞춰서, 준비된 상태로 살 걸’ 지난 날들을 한탄하기 일쑤다. 아마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청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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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차미>는 이지나 프로듀서, 박소영 연출, 조민형 작의 2020년 초연 창작뮤지컬이다. 앞서 말한 주인공 ‘미호’는 현실이 아닌 SNS에서 받는 관심에 기쁨을 느끼고, 그런 ‘미호’ 앞에 SNS 속 ‘미호’인 ‘CHA_ME’가 나타난다. ‘차미(CHA_ME)’는 ‘미호’의 인생을 바꿔주겠다며 ‘미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간다.

 

뮤지컬은 이런 ‘미호’와 ‘차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연은 우리에게 묻는다. 완벽한 나의 이상이 내 삶을 대신 살아준다고 하면, 나는 기쁠까? 솔직하게 답하자면 나는 기쁠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공허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얻은 모든 것들은 결국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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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든 사람들은 모두 마음 속에 자신만의 이상을 품고 산다. 누구나 되고 싶고, 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상에 가장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수단이 SNS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SNS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쉬운 방법이 있는데 써먹지 않을 이유는 또 뭐가 있나. 물론 SNS에 너무 매몰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이거나, 현실의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SNS에서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모습, 자아를 만들어가는 건 지금 이 시대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야흐로 ‘멀티 페르소나’ 시대 아니던가. 사람들은 모두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 자신’을 뜻하는 ‘myself’가 단수가 아닌 복수, myselves’가 되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사람들은 여러 개의 자아를 가지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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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라도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되어야겠다!’ 식의 발상은 옛말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의 다양한 모습들, 페르소나들을 우리는 SNS를 통해 표현한다. 요새 한창 유행하는 ‘부캐대란’이 바로 그 예이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티비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속 ‘유(YOO)니버스’, 캐릭터가 확실한 부캐로 인기를 끈 최준과 이호창 모두 실제 자신의 모습이 아닌 부캐로 큰 사랑을 받았다.

 

연예인 뿐 아니라 평범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기본이 2개이다. 나의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일명 ‘공스타’ 계정을 만들기도 하고, 내가 먹은 음식들을 리뷰하는 음식계정,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한 대외활동용 계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으면 새로운 계정을 만들면 된다. 현실의 나를 완전히 바꾸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 쉽게 SNS에서라도 해보자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혹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의 조각들을 분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SNS를 통해 다양한 자신의 가면을 만드는 것, 나쁘지 않다. 첫 번째 이유는, 자기PR 시대에 걸맞는 행보라는 점이다. 앞으로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살아갈 시대인데, 어쩌면 당연한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사람을 만날 때, 심지어 SNS에서 사람을 만날 때까지 내 모든 모습을 항상 솔직하게 보여 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나의 파편들을 하나씩 보여주어도 그런대로 괜찮다.

 

누군가는 그런 건 다 가면 아니냐고, 진짜 ‘너’가 아니지 않느냐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조각난 나의 모습은 ‘내’가 아닌가? 앞서 다룬 뮤지컬 <차미>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인생은 퍼즐을 맞추는 것이라며, 내가 어떤 것과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아가는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백 번 동감한다. 퍼즐조각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되는 것이고, 조각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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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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