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 좋은 사람

글 입력 2021.09.0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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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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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면

좋은 사람 될 수 있어

 

 

교사 경석의 입을 빌려 영화는 이야기한다. 나쁜 사람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러닝타임 내내 그가 했던 이야기가 맴돌았다. 이 영화 속 인물들 중 좋은 사람은 있었을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혹은 좋은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 영화는 두 개의 큰 사건을 따라 흘러간다. 경석의 반에서 일어난 지갑 도난 사건과 경석의 딸 ‘윤희’의 교통사고, 언뜻 보면 접점이 없을 법한 두 개의 큰 원 사이에 걸쳐진 인물이 있다. 경석과 그의 반 학생인 세익이 그렇다. 같은 반 학생의 제보로 세익은 지갑 도난의 용의자가 되었고, 경석은 무조건적인 믿음을 약속한다.

 

그 약속은 딸 윤희의 사고 당시 함께 있던 것이 세익임을 알게 되자 매서운 의심으로 돌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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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건에 엮인 모든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 누군가는 지갑을 훔쳤고, 누군가는 이를 침묵했고, 누군가는 잘못된 제보를 전했다. 누군가는 사고를 내고 거짓말을 했으며, 누군가는 사건의 전말을 숨겼고, 누군가는 비난을 위해 사고를 활용하기도 했다.


진실은 저마다 홀로 품은 채, 모두가 조금씩의 부채를 안고 필사적으로 모른 척 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어야 했다.

 

경석도 마찬가지였다. 도난 사고가 더 이상 큰일로 번지지 않기 위해 미리 학생에게 제 사비로 보상을 하고, 유력한 목격자의 말에도 어느 한 명 함부로 의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이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증명하고자 애쓰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딸 윤희의 사고 역시 자신의 잘못을 최대한 없애야 했다. 자신을 경계하는 딸에게 건넨 잔인한 엄포도, 그런 딸을 혼자 내버려 두었다는 방심도 교통사고 최대의 원인이 아니어야 했다. 그래서 경석은 더욱 열심히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를 의심하고, 이성을 버리고, 스토킹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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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라도 그는 사건의 진짜 나쁜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파헤친 진실이 말해준 결론은 절망적이었다. 윤희의 돌발적 사고의 촉발점이 자신이었다. 애써 외면하던, 동시에 찾아 헤매던 악역이 자신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 경석의 표정은 절망과 처절, 그간 쌓아온 모든 노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듯했다.


다시 가장 처음 경석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좋은 사람>이라는 영화 제목에 역설적이게도, 영화 속에는 누구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었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좋은 사람, 좋은 어른, 좋은 누군가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면으로부터 갈고닦은 선한 마음이든, 그저 대외적 이미지를 위한 껍데기뿐인 선행이든 어쨌든 좋게 보이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좋은 마음만 갖고 살기엔 건조하고 잔인한 현실에 살고, 너그러움만을 지니기 어려운 평범한 양심을 지닌 사람들이기에 언제나 좋은 선택만을 할 수는 없다. 가끔은 이기적인 선택으로 큰 사고를 부를 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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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기심을 고집하며 나보다 더 잘못한 누군가를 기다릴 것인가, 그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애쓸 것인가.

 

영화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며 어느 선택을 강요하지 않지만, 전자의 추잡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경석의 마지막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면

좋은 사람 될 수 있어.

 

너는 부디 그러길 바라.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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