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기서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 영화 '좋은 사람'

글 입력 2021.09.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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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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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자기가 잘못한 거 인정하고 되돌리는 거야. 그 용기만 있으면, 좋은 사람 될 수 있다고.



영화를 여는 경석의 대사는 '좋은 사람'이라는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과제를 던진다. 과연 좋은 사람이 무엇일까? 이를 우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주인공 경석의 행동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경석은 자신이 저지른 과거 실수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참아왔던 모든 것은 결국 가족 내에서 터져버린다. 실컷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경석은 자신의 어린 딸에게는 모진 아빠가 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비겁했던 그 순간에서 시작된 비극은 모두의 비겁함이 쌓여 비극으로 향해 간다.


이야기의 시작은 교실에서 일어난 지갑 도난 사건이다. 경석은 도난 사건 당시 CCTV 속 세익을 보았으나 아이들을 믿고 기회를 주려 한다. 그래서 경석은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한다. 그런 경석에게 한 학생이 다가와 세익이 그날 훔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고, 그것이 경석의 의심을 키웠다. 경석은 세익에게 자신이 한 일을 솔직하게 적으면 믿어주겠다고 말하고는 이혼하고 따로 사는 딸을 데리러 간다.

 

자신을 싫어하는 딸의 말에 속상한 경석은 어린 딸을 혼자 차에 두고 세익이 있을 상담실에 들린 경석은 세익이 남긴 빈 종이를 발견한다. 그 찰나의 순간, 경석의 딸은 사라졌고, 경석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온 딸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경석은 이제 찾기 시작한다. 왜 자신의 딸이 차 안을 벗어나 트럭에 치이게 되었는지, 트럭 운전사는 증언했다. 누군가 당신의 딸을 도로 쪽으로 밀었다고. 경석의 의심은 점차 확신이 되어간다.


영화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기 원했던 경석에게 의심이 드리우며 경석이 간신히 숨기고 있었던 내면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는 영화다. 사건 당일, 자신이 딸의 곁에 없던 그 시간을 미친 듯이 합리화하기 위해 경석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경석은 자신이 되고 싶던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영화의 후반부 경석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이 영화를 열었던 그 대사를 떠올리게 된다. 인기 많고 좋은 선생님, 좋은 사람, 과거의 잘못 들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람, 경석은 그런 사람이 스스로 되고 싶었기에 더욱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자신은 그렇게 변화하려고 노력했으니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경석의 좋은 사람 증명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떠올릴 수밖에 없다. 좋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나 스스로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실수를 똑바로 보고 그를 사과하고, 그에 대해 반성하다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경석은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영화의 마지막, 경석은 분명 달라져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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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이어진 GV에서 던져진 질문이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질문이 영화 '좋은 사람'을 다시 한번 더 되돌아보게 되었다. 해당 질문의 답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등장하는 모두가 비겁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명의 악행으로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비겁함이 모여서,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용기 없는 순간들이 딸의 교통사고를 야기해냈다.

 

아주 작은 비겁함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게 되는지, 그 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생각해 본다. 여기서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하고. 과연, 누가 제일 잘못했을까.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건, 그만큼 그 비겁함이 우리 모두가 가진 내재된 비겁함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도덕적으로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스스로가 비겁해지는 지점이 있고, 그 비겁해지는 지점에서 우리는 비겁한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야기할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래서 이 질문이 유독 어려운 질문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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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GV는 코로나 시국에 알맞은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영화관 화면을 두고 비대면으로 마주한 감독, 배우, 관객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소통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며 서로가 연결될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이따금 연결이 불안정하여 서로의 소통이 어려워지기도 했지만, 짧았던 GV는 나름의 생각거리들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과연 영화 속 인물 중에서 가장 나쁜 인물을 골라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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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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