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묵직한 침묵 - 슬리핑 듀(Sleeping Dew)

글 입력 2021.09.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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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냄새’와 다르다던데 나는 구분하기 어렵다. 사전적 의미로 향기는 ‘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이며 냄새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사전적 설명 없어도 향기는 좋은 냄새를 말할 것 같고 냄새는 상대적으로 지독할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향기 나는 삶을 원하지만, 우리는 하루하루가 꽃밭이거나 비비기만 하면 향긋해지는 다우니와 같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향수를 뿌리거나, 방향제를 사면서 인위적으로나마 향기를 남게 하려 한다.

 

어느 배우는 한 인터뷰에서 여행을 할 때면 꼭 향수를 사고, 여행 내내 그 향수를 뿌리고 다니며 여행에 돌아와서도 그때를 추억한다고 하더라. 한때 내가 좋아했던 가수는 사람을 향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상당히 낭만적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인위적인 향을 맡기 힘들었다. 후각 기능이 없지는 않고, 오히려 너무 예민해서였다. 그저 길을 걷다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수 냄새에도 나는 인상을 찌푸리거나 숨을 참았다. 향수 코너에는 웬만하면 가지 않았고 선물 받은 향수는 대부분 주변인에게 선물해주었다.

 

이상하게도 섬유유연제 냄새는 아무렇지 않은데 향수 냄새는 유독 참기 힘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향기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꿈꿨지만, 내 후각 때문에 콧구멍을 막아버리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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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진행되는 무언극, Scent Pantomime”

 

오브뮤트(OVMUTE)는 Of+mute, 즉 ‘무음의’라는 뜻으로 향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향 전문 브랜드입니다. 말없이 몸짓으로만 스스로를 표현하는 무언극처럼, 향을 이용해 자신을 드러내는 ‘향기 무언극(Scent Pantomime)’을 전개합니다. 개성을 내세우기 위해 너무 많은 말들이 쏟아지는 현대에서 향은 가장 조용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나를 각인 시킵니다.

 

오브뮤트는 다양한 예술 그리고 영감을 모아 향으로 전달하며 영감에서 얻은 개성을 일상에서 소지하고자 합니다. 국내 조향사에 의해 섬세히 조향 된 향들은 의미 없는 말보다 가치 있는 침묵을 전달합니다.

 

*

 

“개성을 내세우기 위해 너무 많은 말들이 쏟아지는 현대에서 향은 가장 조용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나를 각인 시킵니다.”

 

구구절절 향수를 싫어한다는 말을 계속했으면서도 슬리핑 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저 한 문장을 읽고서였다. 특히나 수많은 출처 모를 심리 검사들로 자신을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이에(예컨대 나는 ‘토끼’, ‘기린’ 유형이라는 식의 설명이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으며 오히려 자신을 설명하고자 할수록 개성은 사라진다.) 묵직한 한 방을 보내기로는 ‘가치 있는’ 침묵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 내 은밀한 욕심을 자극했다.

 

그러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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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뮤트는 단순한 베이스 조합 방식의 조향이 아닌 ‘단일향료 조합’으로 섬세하게 조향합니다.

 

단일향료 조합은 처음부터 스토리에 어울리는 향을 위해 합성 혹은 천연향료의 비율 하나하나를 조정하고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미 만들어진 시중 베이스를 단순히 섞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스토리에 끼워 맞추는 획일적인 향이 아닌 처음부터 영감을 토대로 조향된 향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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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Mint, Pine tree, Herb

향의 첫인상인 탑노트: 민트, 소나무, 각종 허브들

 

생명들이 깨어나는 아침의 숲 속에서 길을 잃어 정처 없이 헤매며 깊고 깊은 비밀의 숲으로 향합니다. 어느 순간 부는 선선한 바람결에는 시원한 민트 향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들, 그리고 싱그럽고 향긋한 허브들의 묘한 향들이 뒤섞여 밀려옵니다. 깊고 고요한 밤을 보낸 후 이제 다시 생동하는 생명들 같은 산뜻함에 이끌려 바람 속 향기를 뒤쫓아 더욱 깊은 님프들의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MIDDLE: Muguet, Morning dew

향의 주제인 미들노트: 은방울꽃, 아침 이슬

 

마침내 당도한 향기의 목적지에서 동화처럼 펼쳐진 은방울꽃들을 발견합니다. 잔잔한 음악소리처럼 흐르는 투명한 물과 그 옆의 청초한 은방울꽃, 그리고 잠든 님프들을 마주합니다. 숲의 향기와 아직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아침 이슬이 화사하고 상큼한 은방울꽃의 향을 머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온 몸을 휘감습니다. 차가운 이슬이 마치 은구슬처럼 발에서 톡하고 터질 때면 부드럽고 촉촉한 촉감이 코 끝에 맴도는 듯 합니다.

 

LAST: Cedarwood, Skin musk

향의 마지막인 라스트노트: 시더우드, 살결같은 머스크

 

홀리듯이 곁으로 다가서니 님프들이 기척 소리에 잠이 깬 듯 부스스 일어납니다. 인간도, 그렇다고 신도 아닌 존재들,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그럴 것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뻗습니다. 살짝 닿은 손끝에서는 숲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민트, 은방울꽃, 그리고 촉촉한 이슬의 향이 온 몸에 배여 부드러운 살 내음과 뒤섞입니다.“

 

*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욕망을 뱉으면서 이미 내 계획은 실패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조향에서 눈을 번뜩이고 만다. “스토리에 끼워 맞추는 획일적인” 향이 아니라는 말에서 다시 내 깊은 내면을 자극한다. 처음부터 스토리에 어울리는 향이라니, 각자의 스토리에서 자연적으로 은근히 스며든다면 그것만으로 자신을 설명하기 충분하다.

 

슬리핑 듀(Sleeping dew)는 잠자는 님프들의 몸에 밴 아침 이슬을 모은 물에서 날 법한 향을 표현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자연에서 나오는 향기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내게서도 역시 자연적인 향이 나올 수 있을까.

 

분명 내게서 나오는 건 기껏해야 섬유유연제나 땀 냄새와 같은 것들이겠지만, 잠시나마 자연적으로 나오는 편안한 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희망 사항이 생겨버린다. 슬리핑 듀로 그 희망 사항을 채우면서 자연스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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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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