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향으로 기억하기 - 오브뮤트 슬리핑 듀(Sleeping Dew)

향기로 진행되는 무언극, Scent Pantomime
글 입력 2021.09.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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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누군가에게 받거나 내가 사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향수를 선택하는 일이 많아졌다. 내 주위에 머무르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향수 선물을 받았을 텐데, 그 사람이 좋아하는 향이라던가, 자주 사용하던 브랜드나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에 따라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향수를 준다. 다음에 만날 때 그 향수를 뿌리고 오면 그렇게 반가운 일이 없다. 날 위해 그 향수를 사용하고 나왔을지 모른다는 마음에 마음이 한층 따듯해진다. 누군가도 나에게 향수를 선물할 때 이런 마음으로 선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 향수 선물은 소중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향수는 중구난방이다. 비슷한 향이 거의 없다. 그때그때 괜찮다고 느끼는 향을 구매하기에 그렇다. 제품을 조금 소개하자면, 라임 향의 상큼한 ‘celebrate’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세일중이라서 저렴하게 구매했다. 기분이 우울할 때 한결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뿌린다.


‘guardian’s of the forest’ 는 숲속에 있는 느낌인데, 나무 향이 짙게 난다. 원래 언니에게 선물해 줄 예정이었지만, 언니가 나무 알레르기가 있는 관계로 주로 내가 사용한다. 앞에서 말한 celebrate와 함께 뿌리면 정말 깊은 숲속에 있는 느낌이라서 밖에 나갈 때는 사용하지 않고 가끔 집에서 힐링을 위해서 뿌린다.


‘twilight’는 황혼이라는 뜻과 걸맞게 색으로 따지면 보라색일듯한 향수다. 라벤더 향과 달콤한 통가 향이 나는데, 진한 달콤한 향이 난다. 친구와 함께 구매한 향수인데, 보라색으로 염색한 후 매우 애용했다.


‘karma’는 열대과일 같은 다채로운 달콤한 향이다. 향수의 계절을 입혀보자면 늦여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빨간색으로 염색했을 시절 어울릴 것 같다는 매장 직원분의 추천으로 구매한 향수이다.


주로 뿌리는 향수는 4개이나, 나머지는 플로럴한 향수와 상큼한 과일 향, 정갈한 코튼 향의 향수 등이 있다. 한 가지 더 소개하고 싶은 향이 있는데, 교보문고 디퓨저로 불리는 ‘The Scent of PAGE’이다. 교보문고에 가면 나는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향을 담은 디퓨저다. 책을 읽거나 집 어디에다가 두더라도 마치 교보문고에 온 듯 차분해진다.




향기로 진행되는 무언극, Scent Pantom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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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ter nymph, Ludwig von Hofmann

 

 

향에 대한 오피니언인 만큼, 향에 대해 섬세히 소개하고 싶은데, 우선 오브뮤트의 제품 소개를 하고자 한다.

 


슬리핑 듀(Sleeping dew)는 잠자는 님프들의 몸에 밴 아침 이슬을 모은 물에서 날 법한 향을 표현하여 지어진 이름입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싱그러움은 부담스러운 날 것의 풀과 꽃이 아니라 일상과 어우러집니다. 또한 여리고 순수하게 표현된 민트와 은방울꽃은 축 처지는 하루에 반짝거리는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그리고 향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함께 덧붙인다.


 

TOP: Mint, Pine tree, Herb / 향의 첫인상인 탑노트: 민트, 소나무, 각종 허브들 - 생명들이 깨어나는 아침의 숲속에서 길을 잃어 정처 없이 헤매며 깊고 깊은 비밀의 숲으로 향합니다. 어느 순간 부는 선선한 바람결에는 시원한 민트 향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들, 그리고 싱그럽고 향긋한 허브들의 묘한 향들이 뒤섞여 밀려옵니다. 깊고 고요한 밤을 보낸 후 이제 다시 생동하는 생명들 같은 산뜻함에 이끌려 바람 속 향기를 뒤쫓아 더욱 깊은 님프들의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MIDDLE: Muguet, Morning dew / 향의 주제인 미들노트: 은방울꽃, 아침 이슬 - 마침내 당도한 향기의 목적지에서 동화처럼 펼쳐진 은방울꽃들을 발견합니다. 잔잔한 음악소리처럼 흐르는 투명한 물과 그 옆의 청초한 은방울꽃, 그리고 잠든 님프들을 마주합니다. 숲의 향기와 아직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아침 이슬이 화사하고 상큼한 은방울꽃의 향을 머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온몸을 휘감습니다. 차가운 이슬이 마치 은구슬처럼 발에서 톡 하고 터질 때면 부드럽고 촉촉한 촉감이 코 끝에 맴도는 듯합니다.


LAST: Cedarwood, Skin musk / 향의 마지막인 라스트노트: 시더우드, 살결 같은 머스크 - 홀리듯이 곁으로 다가서니 님프들이 기척 소리에 잠이 깬 듯 부스스 일어납니다. 인간도, 그렇다고 신도 아닌 존재들,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그럴 것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뻗습니다. 살짝 닿은 손끝에서는 숲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민트, 은방울꽃, 그리고 촉촉한 이슬의 향이 온몸에 배여 부드러운 살 내음과 뒤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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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으로 연관하여 생각하게 되는 건 향수 쓰는 모든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정한 장소나 사람이나 기억이 생각나서 더 애용하게 되며 향 하나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어떤 일을 기억하기에 하나의 향이 더해지면 더욱 깊이 남는데, 아트인사이트를 이 향으로 기억하면 어떨까 싶었다.  플로럴의 향은 선호하지 않으나, 향으로서 흔치 않은 은방울꽃이라는 점이 독특하여 이런 향은 어떨까 싶은 기대감으로 얼른 슬리핑 듀가 오길 기다렸다.

 

작은 상자에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왔는데, 모든 패키징이 마음에 들었다. 각진 회색 상자에 깔끔한 포장과 그에 걸맞은 투명한 섬유 향수 병 하나, 향과 어울리는 흐린 날의 사진 엽서 한 장. 하얀 포장지에 싸여있는 첫인상은 매우 정갈했다.

 

평소 머스크향은 선호하지 않아 혹시나 내가 안 좋아하는 향이면 어쩌느냐는 마음도 잠시, 편안함이 가득한 향이었다. 새벽의 이슬같은 향.

 

향수를 뿌리면, 시원한 향이 일어난다. 맑은 민트향과 허브향이 상쾌하게 올라온다. 상쾌한 향이 차츰 걷어지고 흐린 날의 구름같이 잔잔하게 깔린 향이 일렁거린다. 은은한 플로럴 향이 조금씩 올라오는데 은방울꽃의 향이 남을 때 부담스럽게 남지 않고, 앞의 이슬의 향과 민트향이 잔잔히 섞여 자연스럽게 남는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앞의 향과 함께 연하게 머스크 향이 남는다.


숲속의 잔잔하게 깔린 안개와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흐린 날의 날씨에 어울릴만한 향인데, 이슬을 머금은 나뭇잎이 깔려있을 듯한 느낌이다. 흐린 날에 어울릴만한 향은 처음이었는데, 흐리다고 함은 우울함과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홀로 있고 기분을 머금고 싶은 날에 가까운, 그런 성숙한 향이다.

 

*

 

섬유 향수인 만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하려 한다. 글을 쓰기 전 공중에 몇 번 뿌린 후 글을 쓰곤 한다. 숲속에 있는 싱그러운 느낌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 한결 글이 정갈하게 쓰인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싱그럽다’는 말과 ‘상쾌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마치 교복처럼 자주 입는 장착이 있는데, 옷에다가 자주 뿌리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을 좋아해서 옷 역시 무채색을 위주로 입는데, 향수의 패키징이 무채색으로 나와서 어울릴 듯하여 뿌리고 다닌다. 하얀 리넨 셔츠를 좋아하는데 ‘슬리핑듀’를 뿌리고 나가면 한층 정갈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엄마가 아끼는 작은 꽃이 그려진 손수건에다가 한 두 번 정도 가볍게 뿌렸다.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이 향을 함께 공유하고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조금 흐린 날이나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나를 소개하고 싶은 날에 애용할 예정이다. 무심한 듯, 따듯한 듯 그래서 더 포근하다. 또한, 아트인사이트의 향으로 기억할 것이다. 나를 찾아가고, 글로 써내며 문화를 향유하는 모든 것들은 더욱 생생한 추억이 될듯하다.


오브뮤트의 지향점은 향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브랜드인데, 오브뮤트를 통해 나 역시 이야기가 담긴 향기 무언극이 생겼다. 첫 번째 향인 슬리핑듀의 따사롭고 평화로운 느낌이 만족스럽다. 다음에 나올 향이 기대되며, 이야기를 담은 향수를 또 구매할 예정이다. 나는 현재의 느낌을 글로 기억하며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따듯한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들도 오브뮤트와 함께 이야기가 담긴 따듯한 향을 느끼길 바란다.

 

 

[임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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