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사교양프로그램 전성시대 ② [드라마/예능]

각색의 힘
글 입력 2021.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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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글 <시사교양프로그램 전성시대① - 새로운 형태의 노블리스오블리주>와 연결되는 글입니다.

 

아는 것이 재산이 되어가는 시대에서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비디오 채널이나, TV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은 요즘 흔히들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중이 높은 수준의 지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문가를 새로운 지도계층으로 두었을 때 그들의 지식이 활발하게 전달되는 것을 노블리스오블리주라고 볼 수 있는 반면에 타인에 의해 해석된 2차 생산물을 소비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같은 경우, 정도에 따라 ‘각색’이라고 칭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각색이란,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 영화 원작 소설과 영화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점은 결말을 달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혹 소재만 참고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빨간모자와 같은 고전소설의 경우에도 시대가 흐름에 따라 주고자 하는 교훈이 달라져 등장인물만 같은 경우도 더러 있다.

 

이 점을 유의하면서 최근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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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부터 전통적인 취미인 독서부터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요약해서 보고 있다. 따라서 비디오 플랫폼 뿐 아니라, 방송사에서도 각종 ‘요약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본 목적은 추천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영화의 요약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재편집된 가공물이라고 볼 수 있다.

 

편집자의 시각에 따라 가공물의 차이가 있다는 점은 마블 영화, 드라마 장르의 영화 등에 따라 이 프로그램 내에서 요약영상의 편집자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요약영상 또한 영화 원본의 화면과 사운드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편집자의 주관으로 시청자의 이해를 더 도울 수 있을만한 나레이션과 영상이 추가된다.

 

이런 2차 가공물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영화배우, 영화감독의 고정패널부터 각 회차에서 선정된 영화의 연출감독, 출연배우, 혹은 해당 (특히 SF와 같이 복잡한)장르에 대한 전문 석학까지 총망라하여 영화는 축소되었을 지언정, 영화 그 자체의 내용이 절단되지 않도록 방지한다. 뿐만아니라, 전문패널들이 부연설명을 하며 오히려 더 풍부한 영화 감상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30일 방영된 회차에서 정신과 전문의 오진승과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자리했는데, 이 때 다룬 영화를 통해 <양들의 침묵>에서의 범죄심리와 <미저리>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단순히 잔인한 영화 혹은 특이한 영화에서 그치지 않고, 시야의 폭을 넓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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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 질문 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일생의 지식을 축약시켜 강의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다. 그 모든 정보들이 한 사람의 내부에서 재건립되었으므로 그것을 온전히 흡수할 수 밖에 없는 대중들에게 과도한 농축일 수도, 아주 소수의 시야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첫방송으로부터 4년이 넘어가는 차이나는 클라스, 제레드 다이아몬드, 마이크 샌델 등 쉽게 접하기 힘든 해외석학까지 뛰어난 섭외력으로 시청자의 지식을 한 층 업그레이드해주고 있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앞 부분에서 언급한 저자들이 직접 나서 각 <총,균,쇠>, <정의란 무엇인가>의 오역 가능성을 되려 감축시켰다.

 

이와 같은 방송에서 학생 역할을 하는 출연진을 둔 것 역시 무조건적인 수용을 억제한다. 조금은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질문까지도 커버하면서 최대한 넓은 범위의 시청자를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음을 은연중에 알림으로써 진입장벽을 낮추고, 잘못된 시야는 없음을 끊임없이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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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콘텐츠의 대중화는 몇 가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다른 사람의 해석을 곁들여 더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다른 사람의 시각에 갖혀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릴 수 있다. 셋째, 오역의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발언권을 가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그만큼 집단지성의 범위와 깊이 또한 한 층 진화했다. 한편, 그만큼 대중과 전문가와의 거리 또한 가까워졌다. 결과적으로 오류가능성이 증가함과 동시에 수정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유연한 지식사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차 생산물이 각색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위키사전과 온라인 백과사전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실로 시사교양프로그램 전성시대가 열렸다. 더 풍부해질 이 시대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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