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촌의 빌라 건물 옥탑에는 극장이 있다 [공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13길 17, 4층 옥탑 ― '신촌 극장'
글 입력 2021.09.0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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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랑하는 공간이 있다. 얼굴을 맞대고 시시콜콜한 사람 사는 이야기부터 깊은 예술적 사유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자유롭게 모여 편하게 서로의 세계를 향유할 수 있는 그런 공간. 필자는 바로 그런 공간과 쉽게 사랑에 빠지곤 한다. 하나의 '광장'과도 같은 모습을 띈 공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든 방문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으며, 그곳에선 바람 빠진 우스갯소리도, 의미 없어 보이는 '아무 말'도, 심연의 깊은 곳에 널린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완성되지 못한 예술적 영감과 사유도 자유로운 공간이다.

 

어린 시절엔 바로 동네 놀이터가 이런 공간이었다. 많지 않은 낡은 놀이기구가 전부였지만 그 안에서는 나름 우리들만의 규칙이 있는 놀이가 펼쳐졌다. 특별히 약속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거기서 만났다.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엔 다들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졌다. 낡은 놀이기구에서 풍기는 쇠 냄새와 모래 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에서는 뭐가 그리도 즐거웠는지 꾀꼬리 같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키가 자라 교복을 입게 되었을 땐, 그곳에 가는 횟수가 줄었지만, 그럼에도 학교가 끝난 늦은 저녁에 친구와 함께 그곳에 놓인 나무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곤 했다. 그리고 왠지 집에 가고 싶지 않던 치기 어린 반항심이 샘솟았을 땐 그곳에 놓인 그네 위에 하염없이 앉아 우두커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선 우연히 어떤 술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곳은 서점과 술집이 결합된 '살롱'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향 좋은 칵테일과 위스키, 그리고 시집을 판매하던 곳이었다. 가게 벽을 장식하는 책장에는 이미 유명한 시인의 것부터 이제 막 문단에 데뷔한 시인, 그리고 대중에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시인의 시집이 빼곡히 놓여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을 홀짝이며 처음 보는 낯선 시인의 시집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 옅게 깔리는 재즈 음악 소리와 옆 테이블의 앉은 낯선 이들의 대화 소리가 재잘재잘 들렸다. 그러다가 어느 낯선 분이 나에게 대화를 시도하였고, 시도 쓰고 음악도 한다는 그분과 한동안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요즘 하는 고민이라던가, 예술가가 가진 어려운 딜레마라던가, 예술적인 영감과 사유에 대한 대화가 의식의 흐름을 타고 이어졌다. 술은 달콤했고, 시집이 담고 있는 문장은 아름다웠으며, 낯선 이와의 대화는 놀라울 정도로 진솔하고 편안했다. 그리고 낯선 이와 나는 그렇게 또다시 찾아올 내일을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가 사는 삶의 터전에는 바로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약속되지 않은 만남과 자연스러운 헤어짐이 공존하는 곳 말이다. 처음 만난 낯선 이에게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기도 하지만, 다음 날 해가 뜨면 그 대화는 증발해버린다. 오직 그 시간, 그 공간에서만 펼쳐지는 만남과 대화 속에서 서로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필자와 매우 비슷한 바람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실제로 실현시킨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은 바로 신촌의 빌라 건물 옥탑에 있다. 바로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곳, 일명 '신촌극장'이다.

 

본 글에서는 신촌극장에 대해 소개함과 더불어, 며칠 전 필자가 그곳에서 관람한 작품인 <스미다 정원으로 오세요 角田庭にようこそ。X 김희진>에 대한 간략한 후기를 담고자 한다.

 

 

 

신촌의 빌라 건물 옥탑에는 극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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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연세로를 따라 늘어선 상점들을 지나고 연세대 정문 앞 굴다리가 가까워져 오면, 비좁은 골목이 나온다. 누군가가 마치 꼭꼭 숨겨놓은 듯한 그 골목은, 방금 전에 봤던 번화가인 신촌의 풍경과는 영 다르다. 오래된 주택가 몇 채가 들어선 골목은 마치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뚝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다. 그 골목 중간 즈음에 있는 4층 빌라 옥탑에 신촌극장(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13길 17)이 있다.

 

극장의 간판이라곤 극장 입구에 붙어있는 작은 명판이 전부이고, 극장 건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 빌라 건물이라서, 이곳이 초행길인 누군가에게는 쉬이 극장을 찾지 못하고 지나칠 법하다. 게다가 극장 입구인 초록색 철문을 지나 빌라 건물 안에 들어서고 4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의심이 샘솟는다. 일반 가정집의 온갖 생활 잡동사니가 널린 좁은 계단을 오르며 과연 극장을 잘 찾아온 것이 맞는지, 이런 곳에 극장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마침내 4층에 도착해 가쁜 숨을 내쉴 때면 계단 끝 한편에 마련된 티켓 부스 역할을 하는 작은 테이블이 보인다. 관객들은 그곳에서 티켓을 받은 뒤 공연 입장을 기다리기 위해 다시 좁은 계단에 줄을 선다. 또 다른 관객이 티켓을 찾으러 계단을 오를 때면, 줄을 서던 관객들은 길을 내주기 위해 벽에 바짝 붙는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관객들은 입장 시간이 되어 극장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극장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또 다른 차원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익숙한 빌라 건물 옥상에, 비록 협소한 크기이지만 영락없는 극장의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음에 감탄이 새어 나온다. 그곳은 마치 어린 시절 꿈꿨던 벽장 속 공간을 실현시킨 곳 같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상상. 벽장 안에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펼쳐지리라는 상상 말이다. 도심 속에서 아주 신비로운 경험을 한 것 같은 몽롱한 기분에 빠질 때면 점차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공연은 시작된다.

 

신촌극장은 정말 작은 '소'극장이다. 극장 크기는 8m X 6m X 4m로, 20평이 채 되지 않는다. 극장에 무대는 따로 없다. 의자를 놓으면 그곳이 객석이 되고, 그 외 공간은 모두 무대가 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변형이 가능하여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한 블랙박스 형태의 극장인 것이다. 신촌극장에는 40개의 의자가 있고 공연이 열리면 보통 20~25개의 의자를 꺼내놓는다. 요즘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10명 남짓한 관객만 받는다. 극장 바깥에는 좁은 테라스가 있고, 그 외에 분장실 같은 공간은 별도로 없다. (화장실은 있다.) 따라서 공연이 끝난 뒤 배우와 같은 계단을 통해 내려오다가 마주치거나, 공연 시작 전 테라스에서 대기하고 있는 배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신촌극장]이 존재하기까지


 

누가 신촌의 빌라 건물 옥탑에 극장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왜,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

 

신촌극장이 존재하기까지, 그 시작은 어느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술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극연출가 전진모는 이곳에 위치한 원부술집이라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원부술집의 대표인 원부연과는 연세대 연극 동아리 '토굴'에서 만났다. 그렇게 원부술집은 자연스럽게 연극 동아리 멤버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었다. 그러던 중 전진모는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술집에서 공연을 하는 것. 그렇게 14주에 걸쳐 술집에서 일곱 명의 작가가 낭독 공연을 올렸다.

 

그러면서 가능성을 발견한 전진모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신촌극장 개관을 위한 금액을 모금 받았다. 당시 크라우드 펀딩 홍보 자료들은 인상 깊다. 대학로가 아니라 신촌에 극장을 짓겠다는 시도와, 극장이라는 공간의 재발견이 가득 묻어난다. 아래에 그 자료 일부를 첨부한다.


 

1. 신촌, 다시 新村(새 신·마을 촌)

 

쇠락한 상권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신촌은 그러나, 오래도록 청춘 모두가 사랑하는 꿈과 낭만의 거리이자, 문인과 예술가들이 밤을 지새우던 문학과 예술의 거리였고, 신촌의 新村다움 또한 바로 거기에 있다 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윤동주, 신촌블루스, 전인권, 기형도, 김광석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하지만 시절이 마치 지나가버린 듯 여겨지는 2016년의 지금이라 하더라도, 신촌의 꿈과 낭만은 여전히 꿈틀대며, 분출과 표현, 소통의 길을 찾고 있습니다.

 

2. 사람과 이야기, 꿈과 경험이 있는 곳, 극장!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경험해내는 곳! 또한 꿈꾸는 곳! 그곳이 곧 '극장'이며, 그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Bill Rauch, 연극연출가

 

극장은 오래도록 서로의 삶과 꿈이 모이고 나누이는, '소통疏通의 장'이 되어왔습니다. 더하여 치열한 삶과 거대한 상상의 힘이 끊임없이 각축하며 새로운 꿈을 품게 하는, '생성生成의 장'이기도 했지요. 극장이 곧 신촌을 新村답게 하는 분출과 표현, 소통의 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우리는 바로 '극장'으로부터, 다시 新村신촌을 꿈꿉니다. 신촌의 꿈과 낭만이 담기고 흘러넘칠, 공간 이상의 공간 [신촌극장]. [신촌극장]은, 자유로운 도전과 실험으로 채워질 신촌 유일의 극장이자 새로운 극장이 될 것입니다.

 

3. 살롱과 극장의 만남, [신촌극장]

 

[신촌극장]은, 다채로운 예술작품과 관객을 이어주는 '극장', 나아가 창작자와 관객이 서로의 삶과 꿈을 이야기 나누는 '살롱'이 되길 꿈꿉니다. 좋은 공연/전시를,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수다도 떨고 토론도 하는, 보다 긴밀한 공간 [신촌극장]. [신촌극장]은, 창작자와 관객이 모두 함께 즐거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극장이 될 것입니다. (이하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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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00여 명의 후원자를 통해 두 달 만에 4천만 원 모금에 성공했다. 모금 받은 돈으로 신촌에 공간을 확보하고 극장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조명, 음향 설비 공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7년 6월 3일, 00학번인 연극연출가 전진모와 02학번인 원부술집 대표 원부연이 함께 신촌극장을 개관했다. 이 둘 외에도 연극반 선후배들이자 영화 제작사, 스타트업 대표이기도 한 김선민, 김성우가 신촌극장의 운영위원으로 함께 했다. (현재 김선민은 운영위원에서 빠졌다.)

 

신촌극장이 만들어지기까지에는 과거 신촌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에 대한 뜨거운 시도를 거듭했던 때의 향수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또한 필자처럼 함께 어우러져 연결과 소통을 거듭하는 공간, 그리고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 극장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지금의 신촌극장을 만들었다.

 

 

 

[신촌극장]의 '지금, 여기' ― 그리고 '신촌극장다움'


 

살롱과 극장의 만남, 그리고 창작자와 예술가의 연결을 추구하는 신촌극장은 과감히 대학로에서 벗어나 신촌이라는 선택을 한다. 연극의 메카라고 하면 소극장이 즐비한 대학로를 떠올리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촌에는 민예소극장, 86소극장, 우리마당, 말뚝이, 애오개, 신선소극장, 연우소극장 등과 같은 9개의 소극장이 위치했었다. 신촌은 대학이 밀집해 있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으며 상업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홍대가 급격히 성장하며 신촌의 상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또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촌 거리에서 차량 통제와 보행 거리 확대와 함께 버스킹과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했으나 현재에는 코로나 시국과 '~리단길'의 유행에 밀려 한산한 동네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신촌극장의 대표 전진모는 모 인터뷰에서 틀에 박힌 극장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탈대학로'라는 과감한 선택을 시도했으며, 신촌의 '사람 사는 냄새'를 찾았기에 이곳에 극장을 개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신촌극장은 그 공간 자체만으로도 다른 공간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다. 일단 대학로가 아니고, 글의 서문에서 서술했듯 오래되고 후미진 골목에 위치했으며, 4층짜리 빌라 건물 꼭대기에 위치했다. 극장 공간 내부 또한 여타의 다른 극장과는 다르게 매우 작은 소규모이며,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게다가 굴다리와 가까운 탓에 공연 중에 기차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이 가진 특성들로 인해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신촌극장이 위치한 그곳은 바로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끄러움과 적막함, 변화와 부동, 유흥과 생활이라는 지극한 이분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묘한 풍경을 연출의 자원으로 가진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인상적인 연출 자원이 덧붙는데 그것은 간간이 지나가는 철길의 기차 소리이다.

 

© 「신촌극장, 자발적 연대의 논리로 구축된 극장이라는 공간」

(이예은, 연극평론 통권 94호 2019 가을) 中

 

 

전진모 대표는 모 인터뷰에서 공간적 한계일 수 있는 지점들이 오히려 작업의 상상력을 발동시킬 수 있는 자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공간이 예술적 활동의 뒷받침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예술적 활동이 공간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신촌극장에서 공연됐던 작품들을 예로 들었다.

 

 

"키보드 자체가 글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공간이 공연을 끌어당기는 느낌을 받았던 인상적인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사운드 디자이너 목소와 허영균 작가의 <정원 연구 : 응시>는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한 시간 동안 자연광의 변화에 따라 공간 속의 빛의 변화를 느껴보는 전시였습니다. 한 회 차에 다섯 명씩의 관객을 받아서 진행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뒤늦게 오브제가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그 외에 포그로 공간을 장악한 상태에서 춤을 가르쳐 주는 퍼포먼스였던 이재민 연출가의 <다시 만난 세계>, 완전히 암전이 된 상태에서 공간감을 사라지게 한 후 에어팟을 끼고 소리에 집중하며 상상된 공간을 경험하게 했던 하상철 작가의 <보이스 메모>, 관객은 극장 안에 있고 안무가는 극장 밖에 있는 상태에서 소리로서 출현했던 최은진 안무가의 <신체하는 안무 솔로> 등이 떠오릅니다."

 

© 전진모 인터뷰 ― 「신촌극장, 자발적 연대의 논리로 구축된 극장이라는 공간」

(이예은, 연극평론 통권 94호 2019 가을) 中

 

 

이렇듯 신촌이라는 공간, 그리고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그의 가치관은 고스란히 극장 운영에도 드러난다. 신촌극장은 대관이나 공간 임대를 진행한다기보다 극장의 공간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예술가와 작업한다. 그리하여 2017년 개관 이래 매년 새로운 '신촌극장 라인업'을 구성하여, 신촌극장 자체 내에서 직접 공연을 기획한다. 이를 통해 대관을 통해 운용되는 극장이나 특정한 공연만을 올리는 오픈런 극장과는 다른 차별점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다.

 

신촌극장 라인업에는 사운드 아트, 시각 예술 분야 전시, 퍼포먼스 등 연극에 구애받지 않은 다양한 작품들이 오른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매달 거의 두 편씩 꾸준히 공연을 올렸으며, 공연할 때마다 매번 매진되곤 한다. (물론 극장 규모가 작은 만큼 티켓 수가 적다.) 아래는 2021년 올 한해 동안 현재까지 신촌극장에서 공연됐던 포스터를 모아놓은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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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극장은 신촌극장 라인업을 제외하고도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 일환으로 올해 5월, '아타카 attacca'라는 이름의 '공유폴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아타카 attacca'는 극작가 김연재와 작곡가 이상욱이 각각 일주일에 한 편씩 릴레이식으로 구글 드라이브 폴더에 글이나 사진, 그림, 짧은 음악 등을 공유하며 이뤄졌다. 구독자들은 이들이 주고받는 자료들의 흐름과 과정을 열람한다. 그 안에서 존재하는 두 작가가 가진 이해의 단서와 맥락을 찾는다.

 

신촌극장의 작품들은 섭외한 작가와 신촌극장의 공동제작으로 운영되지만, 신촌극장이 직접적으로 작품에 관여하는 바는 없다. 따라서 신촌극장 작품들은 전부 다른 극장에서는 쉽게 찾아보지 못할 신선한 시도가 가득하다. 작은 극장이기 때문에 관객과 창작자의 거리는 물리적으로 좁혀지고, 좁은 극장 입구 탓에 커다란 무대 장치 반입이 힘들어 오히려 연출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자발적인 연대를 통해 만들어진 극장이기에, 이곳에 모인 창작자와 관객들은 이 극장에 대한 알 수 없는 애정이 생기는 일종의 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을 '신촌극장다움'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다른 말로는 대체하기 힘든 신촌극장 그 자체가 가진 매력인 것이다. 이를 느끼고 싶다면 당신 또한 신촌극장에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신촌극장] 2021 라인업 작품 리뷰:

<스미다 정원으로 오세요 角田庭にようこそ。X 김희진>


 

필자는 지난주 신촌극장에서 <스미다 정원으로 오세요 角田庭にようこそ。X 김희진>를 관람했다. 그 리뷰를 간략하게나마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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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소개

 

한국 서울에서, 일본 효고현에 홀로 살아가는 '은수'와 '유리'는 자신만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다른 듯 닮은 두 사람. 혼잣말을 하듯 대화를 나눈다. 언어가 달라도, 고민하고 고독을 느끼는 인간의 속성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두 국가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외로움, 연애, 취미, 여행 등 다양한 테마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다.

 

작품은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 교류 연극으로 '자막 없이 볼 수 있는 다국어 연극'을 지향한다. 극장에는 두 명의 배우가 조금은 다른 모습을 등장한다. 한 명은 무대 위에 서 있고, 한 명은 스크린 위에 등장한다. 한국과 일본, 혹은 우주, 아니면 그 어딘가를 향한 교신이 시작된다.

 

© 신촌극장

 

 

무대는 한국 서울에서 살아가는 '은수'의 방이었고, 그 뒤로 일본 효고현에 홀로 살아가는 '유리'의 모습이 실시간 영상으로 보였다. 은수와 유리는 혼자 사는 1인 가구이며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지낸다. 은수가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등의 특정한 행동을 하면, 영상 속 유리도 일어나 똑같이 그 행동을 한다. 또한 은수가 한국어로 대사를 하면, 같은 뜻의 일본어 대사를 영상 속 유리가 한다. 어느 땐 유리가 먼저 그 행동이나 대사를 하고, 은수는 이어서 같은 행동과 대사를 한다. 그러나 둘의 행동은 서로 의도적으로 따라 하고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매우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 두 사람으로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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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다 정원으로 오세요 角田庭にようこそ。X 김희진> 무대 이미지 : (필자 본인 촬영)

 

 

공연은 꽤 긴 시간 동안 방에서 주로 홀로 지내는 은수와 유리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이 지금 공연이고, 관객이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이, 특별한 대사 없이 일상의 장면들이 이어진다. 물을 따라 마시고, 먼지를 귀찮은 듯 바닥에 털어내고, 옷가지를 대충 정리하고, 음식을 끝까지 꼭꼭 씹어 삼키는 그 소소한 일상의 현실적인 장면들이 연속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필자는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져 나왔다. 마치 방에서 혼자 있을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냥 지나쳤던 일상이 무대 위에 올라 현실적으로 재연되는 순간, 예측하지 못한 재미가 발견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둘의 일상을 흥미롭게 관람하던 중, 은수와 유리의 독특한 취미가 드러난다. 둘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인터넷을 통해 교신을 보낸다. 그 내용은 주로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외계인에게 인간 세상에 대해서 보고하는 듯, 혹은 수백 년이 지나도 인류에 길이길이 남을 타임캡슐이라도 남기려는 듯하다. 은수와 유리는 알 수 없는 그 '교신'을 하는 순간만큼은 활기를 띤다. 둘은 교신을 보냈던 '그곳'으로부터 답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공연은 은수와 유리가 도대체 어떤 존재를 향해 교신을 보냈던 것인지, 끝끝내 그 교신에 대한 답이 왔는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둘이 마침내 깨달은 것이 있다.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 간절히 찾아 헤맸던 것. 그것은 바로 정원에 피어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래의 유리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나타난다.

 

 

우리가 찾는 코스모스

私たちが探しているコスモス

우리가 그토록 발견하고 싶었던 우주는

私たちがあんだけ見つけたかった宇 宙は

저 멀리 몇백 광년이나 떨어진 우주에 있는 게 아니라

あの何百光年も遠く離れている場所 ではなくて

실은 아주 가까운 곳,

実はすごく近いところ、

어쩌면 이 정원에 피어있는 게 아닐까요?

もしかしたら、この庭に咲いているん じゃないか?

 

<스미다 정원으로 오세요 角田庭にようこそ。X 김희진> 中

 

 

고민하며, 고독감을 느끼는 일상.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일상의 거대한 한 조각이다. 그 고민과 고독 속에서 얽히고설킨 인간사를, 어딘가를 향해 늘어놓는 은수와 유리가 발견한 것. 그것은 다름 아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에 대한 재발견이었고, 코스모스가 가득 핀 정원으로 오라는 초대(招待)인 것이었다. 스미다 정원으로 오라는 초대와 함께 공연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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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람을 마친 뒤 내려오는 계단에서 '스미다 정원에서 코스모스를 보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관객들에게 코스모스 스티커를 나눠주는 걸 받을 수 있었다. 이 작은 스티커가 뭐라고, 이렇게 피식피식 웃음이 나고 마음을 울리는지 모르겠다. 삶에 대한 무력감과 고독함, 그리고 답이 오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그것을 간절히 찾아 헤매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박한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산다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집 앞마당에 핀 코스모스를 굽어살피는 일이었다. 이는 정답이 요구되고 결과만이 주목받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

 

지금까지 신촌극장에 대해 소개하며, 그곳에서 관람한 공연에 대한 간단한 리뷰였다. 여담이지만, 이번 글을 작성하며 글을 쓰는 그 자체가 많이 즐거웠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신촌극장이라는 공간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많이 애정 해서 그렇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가쁜 호흡을 가다듬고 싶다면, 당신이 잠시 신촌극장에 머물다 가길 바라본다. 그 의외의 공간에서, '신촌극장다움'이라는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알리. 이를 통해 당신 또한 이 공간을 알 수 없게 애정 하게 될지.

 

 

참고 자료 출처

「신촌극장, 자발적 연대의 논리로 구축된 극장이라는 공간」

(이예은, 연극평론 통권 94호 2019 가을)

「극장은 어떤 특별한 경험이 탄생하는 장소, 신촌극장」

(김소연, 공연과 이론 2019 겨울호 통권 76호)

[월간객석] 작은(小)극장에서 소통(疏通)하는 소(疏)극장으로 (장혜선 기자, 2019-09-09)

[문화+서울] 살롱을 지향하는 '신촌극장' : 극장, 격을 파하다 (글 윤현영, 2017년 11월호)

tumblbug ― 꿈과 낭만의 공간, [신촌극장]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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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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