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떠오르는 음악. [음악]

글 입력 2021.08.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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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땀으로 하루를 보냈던 여름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온종일 뜨거운 태양으로 괴로웠던 날들이 지났다. 에어컨 바람을 벗어나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가을이 온 것이다.

 

모든 계절에는 힘이 있다. 봄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고 여름에는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겨울에는 춥지만, 안정감이 든다. 현재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가을에는 바람이 불어 몸은 시원하지만, 마음은 시린 공허함이 든다.

 

그리고 나는 가을의 공허함을 채우기보다 자연스럽게 느끼려 한다. 가을을 온전히 느끼는 방법으로 가을에 맞는 음악을 듣는다. 매번 가을이 올 때마다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되는 4개의 음악이 있다.

 

 

 

1. 종현 & 고영배 - 가을이긴 한가 봐 (월간 라이브 커넥션)


  

 

조용히 울린 전화에

쉽게 무너진 걸 보니

벌써 가을이 한창 물들었나 봐

마음속 깊이 들어왔나 봐

잘 사냐는 네 인사에

쉽게 무너진 걸 보니

벌써 내 마음도

한창 물들었나 봐

네가 깊이 들어왔나 봐

  

 

 

 

월간 라이브 커넥션은 Mnet의 뮤지션 사모임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월간 라이브 커넥션의 두 번째 곡은 “가을이긴 한가 봐”로 故 김종현(그룹 샤이니)과 고영배(밴드 소란)의 듀엣곡이다. 밴드 소란의 온기를 품은 감성과 덤덤한 듯 슬픈 故 김종현의 멜로디가 담긴 음악이다.


둘의 목소리의 조합은 가을의 코스모스 같다. 코스모스가 바람결에 맞춰 흔들리듯이 원래 듀엣이었던 것처럼 조화로웠다.

 

제목과 가사에 직접적으로 가을을 명시했듯, 보편적인 가을의 감정을 잘 눌러 담은 노래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과 참 어울리는 곳이다. 가을 속 누군가는 아주 먼 과거에 묻어둔 사람의 안녕이 궁금해진다. 그에게 연락은 하지 않겠지만 그가 어디에 있든 편안하기를 바라는 그런 가을이다.

 

 

 

2. 로코베리 - 안녕, 가을아



 

무심코 제법 가을이 왔네

모든 날 이 밤처럼

오랜 날 기다렸나 봐

그땐 행복했었는데

네가 곁에 있어줘서

내가 웃을 수 있었는데....

너의 기억에 난 어떤 사람일까

 


 

 

로코베리는 인디 가수 ‘로코’와 작곡가 ‘코난’으로 이루어진 혼성듀오이다. 이미 가요계에서 인정받은 싱어송라이터로 매니아층이 탄탄한 실력파 인디 밴드이다.

 

“안녕, 가을아”는 2018년에 발매된 로코베리의 싱글이다. 로코의 쓸쓸하지만 포근한 보컬을 느낄 수 있다. 숨결 끝에서 사라질 것 같지만 이어지는 보컬이 가을의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인 듯하다.

 

잔잔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를 마음으로 곱씹으며 가을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3. 선우정아 - Far away


 

  

How have you been?

Suddenly you appear, remind me of us

Remind me of those gone days

You may well be fine

But there is no more word to spring

Between you and me now

So far away

 


 

 

선우정아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선우정아의 가장 신기한 점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녀의 음악을 하나씩 들어보면 재즈, 팝,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여기에 10년 전에 발매한 음악이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시대의 틀에 맞추어진 음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선우정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Far away는 2016년에 발매한 앨범 “그러려니”에 담긴 곡이다. 이 앨범에는 타이틀 ‘그러려니’와 ‘Far away’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같은 곡으로 한글 버전, 영어 버전 차이가 있다. 그 중 영어 버전인 ‘Far away’가 가을밤과 어울린다.

 

이 음악은 슬프다. 가사는 다시는 못 볼 사람이 대상이며, “So far away” 소절은 움츠리고 있던 심장이 펴지는 느낌을 받는다.

 

 

 

4. 승희 - you are



 

사랑을 해도 될까요

살며시 안아도 될까요

불이 꺼진 캄캄한 내 맘

별처럼 수 놓아진 그대를

매일 걷던 슬픈 눈물길도

걱정뿐인 나의 긴 하루도

빈틈없이 그대로 채워지고

하얀 빛으로 물들죠

 


 

 

“You are”은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의 OST로 오마이걸의 승희가 부른 곡이다. 사랑의 온도는 배우 서현진과 양세종 주연의 드라마로 온라인 채팅으로 시작해 현실에서 만나게 된 두 청춘의 사랑과 관계를 그린 드라마이다.

 

승희는 과거 프로그램 스타킹에 ‘11세 보아’로 출연했을 만큼 어릴 적부터 다분한 끼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오마이걸의 메인보컬로 탄탄한 고음과 함께 애절함과 청아한 보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성큼 다가온 가을에 공기는 차갑지만, 마음은 여전히 따뜻하고 싶다. “You are”는 이런 마음을 대변해준다. 시작되는 가사가 “사랑을 해도 될까요”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쓸쓸하다는 가을이지만 “You are”를 듣는 순간은 설레는 가을이다.

 

*

 

우리가 함께 겪는 가을지만, 세상에는 60억 가지의 가을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활기차고 쓸쓸하고 온화하고 아늑할 수 있다. 모두가 다르기에 같은 가을을 보내고 있지 않다. 그래도 각자의 가을에 맞는 음악 하나씩 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음악이든 그 음악으로 가을을 더 깊게 느끼길 바란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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