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이마라너 유니버스 - 윌리엄 웨그만 전 : 비잉 휴먼

글 입력 2021.08.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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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윌리엄 웨그만 전시를 지나가면서 보게 되었다. 전시장 입구 부분에 벽면에 크게 프린트된 강아지의 모습을 보니 사람처럼 표현 한 부분이 유쾌하다.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 전시일까? 괜히 궁금해졌고 바로 그다음 주에 전시를 방문해보았다.

 

 

 

윌리엄 웨그만



윌리엄 웨그만. 1960년 대부로부터 시작한 개념미술의 선구자로서 이를 시작으로 사진, 회화, 설치, 조각, 퍼포먼스, 비디오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작품 활동을 하게 되면서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작가이다. 그는 카메라와 폴라로이드를 활용 한 사진 작업을 하게 되면서 현대 사진의 거장으로도 불리는데 윌리엄 웨그만의 대표적인 사진 세계를 만들 수 있던 계기는 그의 반려견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위대한 예술가에게는 여러 뮤즈들이 존재하듯 그는 50여 년 전 바이마리너 반려견 한 마리가 그의 작품의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된다. 그의 반려견의 이름은 만 레이, 가장 존경하는 사진작가의 이름을 붙여 주었고 만 레이는 이후 윌리엄 웨그만의 첫 번째 반려견 뮤즈가 된다.


반려견을 중심으로 된 다양한 예술 사조나 사진 장르에 영감을 얻어 만든 대표 작품 100여 점을 이번 전시에서 9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는 이라 쓰여있다. 한국어로는 인간다움을 뜻하는 이 단어로 이번 전시를 정의할 수 있는데 반려견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된 작품을 보며 인간다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SECTION 1: 우리 같은 사람들 (People like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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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Casual, 2002

칼라 폴라로이드 Color Polaroid

24 x 20 inches (61 x 51 cm)

© William Wegman


도그 워커 Dog Walker, 1990

칼라 폴라로이드 Color Polaroid

24 x 20 inches (61 x 51 cm)

© William Wegman


 

첫 공간에서는 사회 여러 계층의 모습을 표현 한 공간이 나온다. 각계각층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바이마라너의 모습이 인상 깊다. 바이마라너에게 씌어진 가발, 옷, 그리고 그가 있는 배경까지, 첫 시작부터 강렬하다.


사진 작품에는 모두 이름 이과 직업이 있다. 또한 여유롭고 세련된 부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지만 반대로 열심히 일하는 노동계층까지 사회계층 또한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인간 군상을 모두 바이마라너라는 종의 강아지로만 표현되어 있다.


사실상 반려견을 꼭 바이마라너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지만 작품을 하나하나 보다 보니 그가 왜 바이마라너를 고집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견종의 특유의 표정과 풍기는 분위기가 매력적이고 잘 어울린다. 그리고 크기 자체도 대형견 종이다 보니 사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비율적으로 괜찮은 것 같달까?

 

 

 

SECTION 2: 가면무도회 (Masque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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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Eyewear, 1994

칼라 폴라로이드 Color Polaroid

24 x 20 inches (61 x 51 cm)

© William Wegman


 

'가면무도회라는 장르는 16세기 베네치아 상류층이 가면을 쓰고 사교춤을 추는 것으로 유래되었다. 학계의 일부에는 베네치아인들이 바이마라너의 가면무도회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떠돌이 수도승이 이 무도회를 목격했다고 하는데 이를 입증할 자료는 남아있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전시의 캡션에 쓰여있다. 처음에는 캡션을 읽어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아 여러 번 다시 읽어보고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해하고 보니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인간의 시선에서 가면무도회를 바이마라너(개)의 입장으로 바꾸어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면무도회는 바이마라너의 가면무도회로부터 나왔고 바이마라너의 행사에는 개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다른 동물로 변장을 하던 전통이 있던 것이다!


바이마라너는 차우차우, 사슴, 늑대, 기린 코끼리, 안경 등 당양하게 등장을 한다. 이것이 상류층 바이마라너의 가면무도회의 복장이었던 걸까... 안경이라는 작품은 사람으로 변장을 한 것일까, 눈이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위화감이 없어 보인다.

 

 


SECTION 3: 환각 (Halluc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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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심리 Psychology Today, 2000

흑백 폴라로이드 Black & White Polaroid

24 x 20 inches (61 x 51 cm)

© William Wegman


 

정신적인 방황을 뜻하는 환각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환각은 실제 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일 뿐이지만 실제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비정상적인 자각의 일종이다.


바이마라너는 재주가 좋아 환각처럼 보이는 형상으로 둔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재주에 대한 비밀은 사진작가에게도 털어놓지 않는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이하고 신비한 견종인가...


코끼리 유령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천에 숨어있거나(박혀있는 것일 수도), 눈이 8개로 만드는 등 바이마라너가 만드는 환각을 구경해보는 재미가 있다.

 

 

 

SECTION 4: 입체파 (Cub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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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주의 Constructivism, 2014

피그먼트 프린트 Pigment Print

44 x 57 1/3 inches (112 x 146 cm)

© William Wegman


 

입체파 (큐비즘)를 생각하니 파블로 피카소나 조르주 브라크를 생각할 수 있다. 입체파는 자연의 모든 것을 큐브(원통, 원, 구)라는 하나의 형태로 표현하는 장르로서 이 입체파의 영향으로 큐브의 세계를 탐구하던 그는 반려견이 조형의 영향을 끼쳐 만드는 신선한 접근법을 탄생 시키게 된다.


게다가 조르주 브라크의 계보에 바이마라너 견종의 프랑스 이름인 바이마르 브라크와 연관이 있다. 알고보니 오래된 먼 친척 관계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조르주 브라크와 바이마라너의 연관성을 찾아내다니... 윌리엄 웨그만은 배운 변태가 아닐까?

 

 


SECTION 5: 색채면 (Colour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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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린 모양새 Cursive Display, 2013

피그먼트 프린트 Pigment Print

43 x 34 inches (112 x 86 cm)

© William Wegman


 

색면회화는 극도로 단순하다. 원근법이 만든 평면의 입체를 부정하고 2차원으로 돌아와 색을 통해 평면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색면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크리포드 스틸은 "그림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아도 그 안에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이 느껴진다"라고 말하는데, 바이마라너는 스틸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인간은 오랫동안 반려견을 색맹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왔지만 최근 실험 결과로 반려견 또한 색을 감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흘린 모양새>라는 작품은 색면화화 + 추상회화가 동시에 보이는 작품인데, 파란색의 색면화회와 잭슨 폴록의 제스처 기법이 들어간 느낌이 인상 깊다.

 

작품 이름조차 흘린 모양새라, 잭슨 폴록의 흘리는(뿌리는) 물감의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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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이 섹션에서 기억나는 작품으로는 우울한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이라는 작품인데 색면회화 답게 푸른색의 단색 배경에 바이마라너의 표정이 고스란히 직장인들의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

 

 

 

SECTION 6: 보그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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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Qey, 2017

피그먼트 프린트 Pigment Print

44 x 34 inches (112 x 86 cm)

© William Wegman


 

바이마라너는 패션쇼, 잡지 광고 모델계의 블루칩으로 모든 종류의 옷을 찰떡같이 소화한다. 게다가 바이마라너의 매력 있는 표정, 시크함은 광고 모델이 되기 아주 완벽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바이마라너를 추종하는 열성팬들이 있을 수밖에.


모델로서 많은 의상을 소화하는데 특히나 <키>라는 작품에서 열쇠 모양의 펜던트를 걸고 있는데 신비롭게도 바이마라너는 키 라는 활동명으로 일을 했다고 하니 이게 우연의 일치일까? 명품 브랜드의 옷을 걸쳐 입고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나 또한 이미 바이마라너의 열성팬이 아닐까.


보그라는 이름 또한 꼬리를 흔들다는 단어에서 파생해서 나온다고 하니 이 어원만 보아도 인간이 패션을 창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 기원은 올라가면 바이마라너가 있을 수도?

 

 

 

SECTION 7: 누드 (Nu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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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기타 Slow Guitar, 1987

칼라 폴라로이드 Color Polaroid

24 x 20 inches (61 x 51 cm)

© William Wegman


 

이번 섹션은 너무나도 야하기 그지없다.

 

19세기 중반, 사진이 발명된 이후 누드는 예술적 표현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는다. 바이마라너들 또한 누드모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포즈를 취하든 바이마라너들은 인간이 모방하기 쉽도록 자연스럽고 편안한 누드를 연출하고 있고 알려져 있다. 울퉁불퉁한 가슴 근육, 힘줄이 마초적인 매력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매력적인 근육이 섹시하기까지 하니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민망한 섹션일 수도 있다.


이 전시 섹션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이 깊었다. 누군가 내 뒤통수를 탁 치는 그런 기분처럼 생각과 발상의 전환이 너무 참신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반려견에게 옷을 입히는 경우도 있지만 옷을 입히지 않는 경우를 누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러한 점은 작가는 정면으로 돌파하여 반려견의 모습을 누드로 표현하는데 이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사진을 관람할 때 약간의 민망함, 부끄러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SECTION 8: 이야기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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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노 왕자와 마술피리 Tamino with Magic Flute, 1996

칼라 폴라로이드 Color Polaroid

24 x 20 inches (61 x 51 cm)

© William Wegman


 

이야기(tale) 또한 신체의 일부인 꼬리(tail)와 유사한 것을 보며 바이마라너들은 매우 신기해한다. 바이마라너는 꼬리를 흔들며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 여러 오페라, 공연, 연극에 출연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이마라너가 출연하는 [나비부인 Madame Butterfly]과 [마술피리 The Magic Flute]와 같은 명작을 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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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비부인은 직접 본 적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 이 작품에 나오는 바이마라너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내가 봤던 나비부인은 바이마라너의 출연작이 아니라는 점이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SECTION 9: 앉아! 가만 있어! (Sit!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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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흑백 Left Right Black White, 2015

피그먼트 프린트 Pigment Print

44 x 34 inches (112 x 86 cm)

© William Wegman


 

바이마라너와 동료 견종들은 수년 동안 안 간에게 앉아! 가만있어! 따라와!라는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물건을 멀리 던지게 하는 훈련도 가르쳤다. 물건을 다시 주워서 인간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인내심이 강한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나태한 인간을 잘 교육한 바이마라너는 자신이 아끼는 사진작가를 훈련 시켜 자신의 다양한 포즈(인간은 반려견의 재주로 착각하는 포즈)를 촬영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고 하는데... 잘 훈련된 인간이 찍은 바이마라너의 놀이의 모습이 담긴 섹션이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다른 견종과 이런 놀이를 한 적이 있다. 아니, 이제는 트레이닝이라고 해야할까?

 

 

 

바이마라너 유니버스


 

바이마라너라는 견종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전시회를 만들다니, 상상 이상으로 센스있는 전시였다. 일상적인 생각을 살짝만 뒤집은 역발상과 더불어 말장난으로 인해 전시를 보다 보면 점점 바이마라너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정적이던 전시에 재미 한 스푼, 개그 한 스푼을 넣어 만들어 유쾌하기 그지없다.


이번 전시는 윌리엄 웨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알 수 있다고 표현이 되어 있는데, 새로운 세계관을 창작하여 만들어 낸 그의 작품은 정말 창의적이고 작가의 상상력,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재미있다! 오랜만에 이런 유쾌한 전시를 만난 것 같아 좋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을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예술의전당 전시회 가운데서 가장 재미있었던 전시인 것 같아 한 번은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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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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