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과 그림자는 인간을 통하는 커다란 힘이다. -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글 입력 2021.08.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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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시로 세이지(Seiji Fujishiro)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회화인 가케에의 거장이다. 단순히 빛과 그림자로 명인이 되었을까? 그는 작품을 단편적으로 드려낸 것이 아닌 기승전결을 넣었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장내부_양파와아기토끼와 고양이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그림은 멈춰있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시회에 가기 전 미리 후기들을 찾아보았다. 이 전시회는 일종의 인형극이기 때문에 오디오북과 함께 하면 더 재미있다는 글을 보았다.

 

관람을 하면서 이상하게 작품명은 동일한데 뒤에 숫자가 적혀있으며 숫자별로 나열된 그림들이 꽤 많았다. 그런 작품들이 바로 ‘멈춰있는 연극’이었던 것이다. 배우 ‘최무성’님께서 오디오북을 통해 목소리 연기로 작품을 들려주셨다.

 

작품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간 한 편의 동화이기 때문에 듣지 않으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전시회 관람 전이라면 오디오북을 꼭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양파와 아기 토끼와 고양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오디오북을 듣기 전에는 ‘왜 아기 토끼가 소쿠리 안에 숨어있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작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승전결을 알게 되니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작품이 더 가깝게 와닿았다.

 

 

캐로용 유토피아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한 우물만 판 것이 아니다.


 

우선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다는 것이다.

 

서유기에서부터 인도풍, 예루살렘 그리고 천지창조까지. 살면서 배운 모든 것을 작품으로 승화했다고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한 장면을 그린 작품에서는 예수를 멸시하는 사람들의 눈을 검게 그림으로써 성경을 모르지만 예수가 예루살렘에 왔을 때 사람들이 그를 반기지 않았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그림 작품이 아닌 인형극도 제작하기 시작했다. ‘캐로용’이라는 개구리 캐릭터를 만들어 다른 동물들과 함께 지내는 일상을 그려냈다. 처음에 ‘캐로용’을 보고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개구리 중사 ‘케로로’가 떠올랐다.

 

‘케로로’는 ‘캐로용’보다 조금 더 작은 체구의 애니메이션이었으며 목소리가 맑고 통통 튀며 다른 개구리들과 어울리는 캐릭터였다면 ‘캐로용’은 ‘케로로’에 비해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동물의 종별 구분 없이 모두 사이좋게 지내는 캐릭터였다. 이 두 캐릭터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을 비교하면서 전시회를 관람하니 내가 어린 시절 보았던 캐릭터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환경, 기근, 원전 문제에 등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을 제작했다. 사람들이 흔히 캔을 버릴 때 구부려서 버리는 모습을 본 따 버려진 캔들을 모았다. 캔에 헤드셋과 선글라스를 씌어 캔이 리듬을 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캔은 춤춘다.’라는 작품을 제작하였다. 마치 캔이 인간에 의해 찌그러진 것이 아닌 춤을 추기 위해 스스로 구부려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프리카의 기근으로 1984년 가수들이 아프리카의 구제활동을 호소하면서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가 제작되었다. 사람들은 다른 국가의 일이라고 해서 무관심한 것이 아닌 발 벗고 서로를 도왔다. 하지만 21세기에 사는 우리들은 인류애를 잊고 바로 옆집에도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서로에게 무심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몸소 경험한 후지시로 세이지는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얼굴도 모른 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 하나로 서로 돕고 살았던 과거를 전달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관심을 가져 피해 지역을 방문하여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황폐해진 리쿠젠타카타시의 모습을 그린 동시에 해바라기를 하나 그려 넣었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애모, 기다림, 그리움이다. 자연이 생생히 살아있었던 그 시절,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후지시로 세이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 그늘이 있다면

밝은 빛으로 감싸 준다는 것을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뤄 마음에 평온을 주고

작은 꿈이, 커다란 희망이

삶의 기쁨으로 될 수 있기를.

 

- 후지시로 세이지

 

 

 

왜 난쟁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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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가 한 명의 난쟁이이다."

 

 

작품을 보면서 의아했던 것이 계속해서 난쟁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난쟁이는 ‘고비또’라는 이름의 그의 분신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난쟁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웃고 있지는 않지만 동시에 화난 표정을 하고 있지도 않으며 돋보기를 자주 들고 다니면서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탐구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세상을 처음 접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살면서 세상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무척 크고 난쟁이처럼 무척 작은 존재라고 느껴진 경험에 비롯하여 난쟁이에 자신을 투영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난쟁이가 적극적인 모습을 한 채 그가 꿈꾸는 세계 속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려 놓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동물에 대한 그의 마음을 보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고양이 4마리, 개 4마리, 부엉이와 물총새, 열대어 등 많은 생물과 함께 산다고 한다. 이런 생활이 그의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그는 단순히 동물을 등장시키는 것이 아닌 동물이 주체가 되는 작품을 표현했다.

 

강아지들만 있는 세상(멍멍공화국), 단순히 월화수목금토일요일이 아닌 고양이만을 위한 요일(고양이요일 아침). 작품명과 그의 그림을 통해 동물에 대한 그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는 특히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고양이는 그에게 특별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의 분신인 난쟁이 ‘고비또’는 고양이 눈을 가지고 있다. 즉, 자신과 고양이를 일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신문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고양이는 그의 삶의 버팀목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어느 한 마디의 말보다 조용히 옆에 다가와 앉아있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고양이를 향한 그의 애정이 흘러나온 걸까? 다양한 고양이들이 등장하지만 모두 다른 특징을 가진 귀여운 고양이들이 그의 작품에 반영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꽃과 소녀(수조)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사진 출처: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빛과 그림자, 그 속에서 무한한 세계로 뛰어들고 싶다면 이 전시로!


 

나에게 그림자는 동일한 명도로 채워져 속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그림자에 빛을 더해 명도와 채도, 둘 다 이용해 그가 표현하고 싶은 전부를 드러냈다.

 

전시회에서 신기했던 요소는 그림 밑에 물이 흐르도록 한 구성이었다. 좌우는 거울로 배치하였으며 아래는 물이 흘러 강렬한 빛들이 물에 비치도록 유도했다. 또 물결에 따라 흐르는 빛들로 정적인 그림이 아닌 동적인 그림으로 보이게 했다.

 

그림의 가장자리는 정확하게 반을 쪼개 거울로 그림을 보았을 때 데칼코마니 효과로 끝없이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아래는 동적이라면 좌우는 무한히 뻗어나가는 그림으로 내가 엄청나게 넓은 전시장에 와서 그의 그림을 마주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우리는 종종 어떤 말을 하다가 본질을 잊고 다른 길로 빠져들곤 한다. 후지시로 세이지;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은 통일감을 유지한 채 전시회 마지막까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짧은 시간에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는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또,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전시회의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그만의 독창성으로 물과 거울, 오디오북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무한의 세계로 발을 디딛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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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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