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케이팝에 클래식 한 스푼 더해보시겠어요? [음악]

글 입력 2021.08.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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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커버_서울시립교향악단X박인영_빨간_맛.jpg

 

 

'빨간 맛', '하루의 끝', '나무', 'Make A Wish'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쉽게 찾을 수 있는 하나는 각각 레드벨벳, 종현, 보아, NCT U의 곡으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곡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존재한다. 이 네 곡은 모두 오케스트라 버전이 발매된 곡들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작년 6월, 한국의 클래식을 선도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장르 간 협업을 위해 MOU를 체결하였다. 케이팝과 클래식의 조합이라니 왠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된 '빨간 맛'을 듣고 나니 그 이질감은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


왜 하필 클래식이었는가에 대해 이성수 대표는 "모든 음악의 뿌리는 클래식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왠지 따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으나,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케이팝의 화성, 리듬, 구성 방식 등은 결국 클래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색다른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SM의 클래식 레이블 'SM Classics'에서 발매한 곡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빨간 맛 (Red Flavor)



 

 

원곡이 가지고 있었던 상큼하고 통통 튀는 느낌이 오케스트라 버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편곡자 박인영에 따르면 '빨간 맛'을 편곡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랩 파트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랩 파트의 음을 하나하나 따 웅장하면서도 왠지 비밀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원곡에는 없었던 긴박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후반부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박수와 함께 연주가 이어진다. 점점 끝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박수가 어우러지니, 공연장에서 모두가 함께 즐기는 느낌이라 순간 방구석 1열이 예술의 전당 부럽지 않은 곳으로 변하는 기분이었다.

 

 

 

하루의 끝 (End of a day)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 음악인 드뷔시(Claude Debussy)의 '달빛(Clair de Lune)'으로 시작하는 '하루의 끝'에는 달빛에 위로를 받듯 이 곡이 모두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 위에 종현의 따뜻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얹어져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곡인 만큼 오케스트라 버전도 서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사실 하루의 끝은 따뜻한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기에, 가사가 없으면 그 온기가 조금 덜하지 않을까 했던 우려와 달리 아름답고, 섬세한 연주 덕에 충분히 원곡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특히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멜로디에 가사의 따뜻함이 잘 담긴 것 같다.


어두운 곳에서 푸른 빛 하나에 의존해 멋진 연주를 펼치는 단원들과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 곳곳에 담긴 노랫말을 함께 보여주는 뮤직비디오 또한 곡만큼이나 기억에 남는다.

 

 

 

Make A Wish (Birthday Song)



 

 

오케스트라 버전은 원곡과는 달리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한다. '이게 Make A Wish인가?'하고 의문을 품고 벅차오르는 듯한 도입부를 지나면 그제야 익숙한 리듬이 들리기 시작한다. 바이올린으로 'Make A Wish'의 포인트인 휘파람 리프를 표현한 것이다.


원곡의 랩 파트를 플루트와 클라리넷, 타악기와 화려한 피아노 솔로로 표현하여 조곤조곤 텐션을 유지하다, 훅에서 살짝 터트린다. 어딘가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서, 디즈니 혹은 지브리 사운드 트랙으로 써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 버전도 원곡과 마찬가지로 2절의 도입부가 가장 좋았다. 금관악기로 표현한 'Never stop, keep breaking out. Still working all the time' 부분을 시작으로 완전히 웅장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특히 이 부분에서 매직 카펫을 타고 하늘을 나는 알라딘이 상상되었다.


후반부는 마블의 엔딩 크레딧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원곡이 결코 잔잔하지 않고,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기에 더더욱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점이 좋았다. 소위 말하는 센 곡일수록 편곡했을 때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

 

*

 

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것을 이야기할 때면 '고유성'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 단어를 중심으로, 그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조금 변형시키더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대가 변하더라도 그 특성은 지켜내야만 한다는 의견이 대치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여기서 SM은 전자를 택하여 클래식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클래식과, 케이팝과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케이팝과 친해질 수 있도록 적절히 두 장르의 융합을 꾀한다.

 

유튜브와 같은 매체의 발달로 꼭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좋은 품질의 무대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 점차 올라가고 있는 만큼, 오랜 기간 문화 산업을 이끌며 쌓아온 SM의 노하우가 클래식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참고 자료

뉴시스, SM•서울시향, 손잡았다⋯ 국내 최초 엔터•교향악단 MOU, 2020.06.12.

SBS, [취재파일] 서울시향의 '빨간 맛'⋯ SM이 왜 클래식을?, 2020.07.21.

SMTOWN 신곡 포스트, [SM STATION] 서울시향 X 박인영 '빨간 맛 (Orchestra Ver.), 2020.07.17.

SMTOWN 신곡 포스트, [SM STATION] 서울시향 X 박인영 '하루의 끝 (Orchestra Ver.), 2020.07.24.

한국일보, "음악의 본질은 클래식... SM이 클래식 레이블 만든 이유죠", 2020.12.08.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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