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이 머무는 순간의 풍경을 담아내다 –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전시]

앨리스 달튼 브라운전을 다녀오며
글 입력 2021.08.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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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더운 날들의 연속이다. 올해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라는 말처럼 더위는 꺾일 줄 모른 채 연일 최고 기온을 찍었다. 태양이 내리쬘 때면 시간에 상관없이 잠시 밖에서 걷기만 해도 그 열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날씨였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나로서도 이번 여름은 무척 더웠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오늘 날씨에 대한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었니 말이다.


덥다는 말을 속으로 내뱉으며 거리를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맑게 갠 파란 하늘과 그 파란 하늘을 꾸미듯 피어난 흰 구름이 뭉게뭉게 펼쳐져 있었다. 얼마나 청량한지 바라보고 있으면 서있는 곳의 열기는 거짓말 같게 느껴졌다. 무척 덥다가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워 사진을 찍다 보면 그 더위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듯했다.


요즘 같은 여름을 미술로 표현하면 앞으로 소개할 이 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바로,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전시다.


 

- 전시소개 -

 

마이아트뮤지엄은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전시를 2021년 7월 24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뉴욕을 기반으로 한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그녀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뉴욕 공립도서관 등 유수의 기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국내 많은 컬렉터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녀의 해외 최초 최대 규모 회고전으로, 드라마 '부부의 세계', '미스티', '비밀의 숲' 등에 아트 프린트가 소개되어 인기몰이를 한 [Long golden day]의 오리지널 유화 작품 및 마이아트뮤지엄 커미션으로 제작한 신작 3점을 포함해 2-3미터 크기의 대형 유화 및 파스텔화 등 80여 점이 소개된다.

 

자연과 인공적인 소재의 대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 작품은 빛과 물, 바람이 어우러진 시각적 아름다움과 청량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준다. 캔버스를 넘어 확장되는 듯한 푸른 풍경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고요한 명상을 하는 듯한 감상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 그가 궁금하다.


 

전시를 볼 때면 나는 작가의 인생이 궁금해진다. 어떻게 해서 작품을 탄생시켰고 작품을 탄생시킨 배경은 무엇인지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인생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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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달튼 브라운(1939~)은 1939년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 댄빌에서 태어나 뉴욕 주 이타카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뉴욕을 기반으로 사실주의 기법에 가까운 세밀화 작업을 이어온 작가다.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이어가고 있는 작가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미술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타카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에 코넬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한다. 그리고, 실제로 미술을 시작한 때는 작가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후 였다.

 

전시장 내에는 작가가 활동했던 미국 지역 내 이동 경로가 나온 지도를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보면 남편을 따라 오벌린 대학교로 편입하면서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미술을 어린 나이에 시작한 여타의 예술가와 달리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후에 시작한 작가의 이력을 보며 예술을 시작하고 표현하는 데에는 나이라는 존재의 의미는 크지 않은 것 같다.


미술을 시작하고 육아를 병행하며 작업 활동을 이어가야 했던 엘리스 달튼 브라운은 작업 활동과 육아를 병행했다. 이 둘을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테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을 찾아 책을 통해 미술을 독학하며 열정을 잃지 않았다. 이 때 작가는 밀턴 에브리의 색채와 형태의 개념과 찰스 실러의 추상적인 건물 묘사법, 정밀도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는 노력들은 이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가는 기반이 되었다.


작품 활동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던 시기인 1960년대 작가의 삶은 ‘어린아이의 장난감 블록과 스크린(Kid’s Blocks & Screen),1966’을 통해서 나타난다. 제목이 설명하듯 작품의 모습은 아이들이 놀이로 사용했을 장난감 블록들이 배치된 모습이다. 잠시 그림을 감상하며, 작가의 아이들의 방에 놓인 장난감 블록들과 그 블록으로 아이들이 놀이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빛이 머무는, 숨쉬는 자리를 그리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시의 제목은 한국어로는 '빛이 머무는 자리’라 하고, 영어로는 'Where the Light Breathes'라 소개한다. 언어의 의미를 해석하면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는 두 의미의 공통점은 살펴볼 때 빛이 자리를 비추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려낸 작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전시를 들여다보자. 전시는 크게 4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빛과 그림자

2부. 집으로의 초대

3부. 여름 바람

4부. 이탈리아의 정취

 


1부에서부터 4부까지 전시된 작품은 작가가 작품을 그린 연도 순으로 배치했다. 특징적인 부분을 설명하자면, 1부는 1970년대 후반 작품으로 작가가 위치한 공간은 외부인지 내부인지 모르지만 작가의 시선은 건물 밖에 비친 빛과 그림자 흐름을 따라간다. 이를 설명하는 작품은 ‘나무 그림자와 계단(Tree Shadow with Stairs),1977’이다. 전시 내부에는 ‘나무 그림자와 계단’과 ‘나무와 테이블의 그림자(Shadow of Tree & Table),1977’이 있다. 두 작품은 모두 같은 배경이지만 조금 다른 위치에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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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림자와 계단, Tree Shadow with Stairs

©Alice Dalton Brown

 

 

공통적인 것은 헛간의 옆면 그리고 아래에 놓인 테이블이 있는 점과 저 멀리에 있는 듯한 나무 그림자를 모티프로 하여 헛간 옆면에 드리우는 모습으로 표현한 점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관찰자의 위치가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아마, 나무 테이블과는 일직선으로 마주보고 나무는 오른쪽에 위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보면서 작품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보았다. 울창한 나무가 여럿 있는 들판과 때때로 지저귀는 새들 그리고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같은 호젓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곳에 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건물 밖에서 주택으로 시선을 돌리다


 

한편, 2부는 집으로의 초대로 작가의 시선이 초창기 건물 밖에서 이제는 주택으로 이동한다. 주택을 그리는 작가의 모습에서 특징적인 것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현관 또는 주택 밖에서 비치는 창문의 빛과 그림자를 담아내는 점이다. 이를테면, ‘늦오후의 현관(Late Entrance),1983’과 ‘셰리의 현관(My  Sherry’s Porch),1987’ 그리고 ‘봄의 첫 꽃나무(First Spring Tree),1988’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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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오후의 현관, Late Entrance

©Alice Dalton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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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의 현관, My  Sherry’s Porch

©Alice Dalton Brown

(*PRESS 권한으로 사진 촬영 허락을 받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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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첫 꽃나무, First Spring Tree

©Alice Dalton Brown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작가의 시선은 주택을 옆으로 바라보며 주택으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모습을 실제처럼 그려낸 것이다. 특히, ‘셰리의 현관’과 ‘봄의 첫 꽃나무’는 시간과 계절이 다른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 이 집의 작가의 친한 친구가 살던 집으로 집주인인 친구의 어머니의 이름 셰리를 따서 셰리의 집이라고 불렀다 한다. 앨리스의 집에는 비슷한 외관이 없어서 친구의 집을 그린 것이다.


두 작품은 멀리서 보면 사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얼리즘을 담았다. 창문에 비친 나무의 모습과 반사된 빛의 모습 그리고 주택의 옆면과 기둥, 바닥의 그림자까지 실제 그대로를 옮겨놓은 것 같다. 더불어, 같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 만들어지는 그림자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이 달라서인지 중복된다는 느낌 보다는 각 작품의 분위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청량한 여름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다


 

3부는 여름 바람이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작품 하면 ‘여름 바람 시리즈’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이 공간은 전시회 안내 책자나 전시를 소개할 때 대표적으로 나오는 작품들이라 다른 공간보다 익숙하고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2부에서는 외부에서 비치는 빛과 그림자를 담았다면 이번 3부는 내부로 이동하여 외부의 모습을 그린다. 여름 바람 시리즈를 그리게 된 배경은 뉴욕 롱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친구의 집에서 본 창문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이후 커튼과 바람을 소재로 그림과 커튼과 물가가 있는 청량한 풍경을 그렸다.


전시에서는 여름 바람 시리즈를 볼 수 있는데 특징적인 점은 ‘여름 바람(Summer Breeze),1995’만 실제 풍경이며, 시리즈로 이어지는 여타의 작품은 실제와 가상을 혼재한 장면이라 한다. ‘여름 바람’을 그린 이후에 작가는 얇은 커튼을 구매하고 항상 들고 다니면서 영감이 떠오르는 장소에서 커튼을 펼쳐 작품에 그렸다. 이는 작가가 커튼과 바람 그리고 물가의 소재를 어느 정도 애정 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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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람, Summer Breeze

©Alice Dalton Brown

 

 

더불어 전시를 통해 여름 바람 시리즈 신작을 만날 수 있다. 즉, 작가가 2020년 말부터 완성한 ‘정적인 순간(In the Quiet Moment),2021’과 ‘설렘(Expectiation),2021’ 그리고 ‘차오르는 빛(Lifting Light),2021’이 있다. 특히, 이번 신작은 전작과 비교해서 보는 요소가 있다.


이를테면, ‘정적인 순간’과 ‘황혼에 물든 날(Long Golden Day),2000’이 그렇다. 이타카의 카유가 호수라는 동일한 배경과 베란다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의 설정은 같지만 ‘황혼에 물든 날’이 금빛 햇살을 담아내 커튼도 금빛으로 물든 모습이라면 ‘정적인 순간’에서는 맑은 햇살을 담아내 반투명 커튼에도 바다의 색이 비치고 전체적으로 청량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한 모습으로 새롭게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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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물든 날, Long Golden Day

©Alice Dalton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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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인 순간, In the Quiet Moment

©Alice Dalton Brown

 

 

전시 내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락된 공간이다.(*필자는 PRESS 권한으로 전시 내부 촬영이 가능했다.) 이 공간에서 소중한 추억을 담아가길 바란다.

 

 

 

이탈리아의 정취를 담다


 

한편, 4부는 이탈리아의 정취이다. 이 공간은 작가가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이탈리아의 고전적인 풍경을 담은 작품과 영감을 주었던 과거 작품이 있는 공간이다. 작가는 1994년 호지킨병 치료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 토스타나의 루카(Lucca)라는 마을에 거주하는 친구의 별장에 방문하여 이탈리아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이 때 그린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등나무가 있는 안뜰(Patio with Wisteria),2019’라 한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는 자신의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물의 창과 외벽의 빛에 관심을 두어 ‘나무와 두 개의 창문(AAR) #16(Tree with Two Windows Rome #16),2016’과 같은 스무 개의 연작 시리즈를 차례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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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가 있는 안뜰, Patio with Wisteria

©Alice Dalton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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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두 개의 창문(AAR) #16, Tree with Two Windows Rome #16

©Alice Dalton Brown


 

이처럼, 창문 또는 문을 모티프로 그린 이유에 대해서 작가는 창문과 문에는 다른 사람들의 주거지이자 개인의 삶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작가의 작품에는 인물 없이 사물이나 풍경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타인의 공간을 그리는 것에 있어서도 집주인의 모습이나 형체를 그리기 보다는 집 안에 불빛이 켜져 있는 모습만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작품을 보는 이는 더 많은 상상력을 가미할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추가로, 앞서 이탈리아 토스타나의 루카라는 마을을 언급하였는데 이것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루카’와도 연관성이 있다. 공통적으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점이다. 영화 ‘루카’ 또한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하였다. 영화를 보다보면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작품에서 볼 법한 풍경들이 가득하니 한 번 보는 것도 좋겠다.

 

*


평일 오전에 방문해서 그런지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여유롭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사진 촬영 가능한 구역이외의 공간은 사진 촬영이 어려웠기 때문에 비교적 전시의 분위기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였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도슨트 관람이 8월 16일까지 중단된 상태이니 관람에 참고하길 바란다. 오디오 가이드 또는 지니 뮤직과의 콜라보로 전시에 어울리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QR코드가 마련되어 공감각적인 관람이 가능하니 다양한 방법으로 풍성하게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좋겠다.


코로나 19로 지나가는 여름이 아쉽기만 한 요즘이다. 잠시나마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작품을 통해 여름 바다의 분위기를 느끼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한 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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