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 '나홀로 집에'의 기적 [영화]

글 입력 2021.08.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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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영화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건 때로 영화를 보는 시간 자체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보통은 배우의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대해 눈에 광기가 어린 채로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딱 좋지만, 똑같이 그 영화에 빠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둘 다 이상해서 괜찮다.
 
또한, 감독이나 배우의 인터뷰를 찾아 읽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폭을 넓혀준다. 작품을 직접 만든 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며,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 제작 당시에는 어떤 역경을 헤쳐나가야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영화를 더욱 밀도 있게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딱 ‘내가 이야기하고픈 그 영화’를 좋아하는 상대를 주변에서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제작진의 이야기를 충분히 담아낸 인터뷰 역시 드물다.
 
한국 영화가 아닐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인터뷰를 찾아도 자막이 없으면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갑자기 ‘왜 나는 진작 영어 공부를 똑바로 해두지 않았는지’ 참회를 시작하며 가슴만 치는 안타까운 상황도 생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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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원제: 'The Movies That Made Us')은 이런 영화 팬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다큐멘터리다.
 
현재 시즌 2까지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는 <나 홀로 집에>, <백투더퓨처>, <쥬라기 공원>, <포레스트 검프> 등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꼽고, 또 오래도록 사랑해온 작품들에 대한 회포를 푸는 자리다. 감독과 배우를 포함한 많은 관계자가 제작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들이 빠져 있던,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그 영화에 대해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오늘은 그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나 홀로 집에>의 제작 비하인드에 대해 다뤄볼까 한다. 땀을 뻘뻘 흘리는 이 계절에 굳이 크리스마스 영화를 꼽은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은 아니고 그저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켜온 나만의 크리스마스 루틴이 있다면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보는 것인데, 당일에 일정이 있어 보지 못하면 26일에 이어서라도 꼭 도둑들이 체포되는 모습을 -이것이 누군가에게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지켜보곤 했다.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크리스마스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 영화는 막연히, 많은 지원과 여유 있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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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집에>의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는 지금은 우리에게 거장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를 맡기 직전엔 ‘망한 감독’ 취급을 받고 있었다. <사랑의 로큰롤> (원제: 'Heartbreak Hotel')이라는 전작이 흥행에 실패하자 평판이 무너졌고, 후에 함께 작업하게 된 배우로부터는 처참하게 무시를 당해서 해당 영화의 감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지지해준 건 당시 최고의 코미디 각본가로 꼽히던 존 휴즈였다. 그는 크리스 콜럼버스의 고민을 듣자마자 그 영화를 그만두라고 말한 뒤, 바로 다음 주에 <나 홀로 집에>의 각본을 완성해 크리스에게 보냈다. 그가 이 영화의 감독을 맡아 주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나 홀로 집에>의 각본을 처음 받아본 제작사는 워너 브라더스(이하 '워너')였다. 당시 워너의 수장이었던 밥 댈리는 무조건 저예산으로 제작을 진행하길 바랐다. 그때는 배우의 스타성이 지금보다도 더 심하게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던 시기였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가 알다시피 9살짜리 아이였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은 당시 기준으로 아주 적은 예산만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비용만 지출했음에도 결국 예산을 초과하고 말았고, 크리스마스 휴일 직전에 그들이 워너에 제출한 최종 예산은 1,470만 달러였다.

 

당초에 약속한 예산을 어기긴 했지만, 크리스 콜럼버스는 잘 넘어갈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생각으로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며 휴일을 보냈다. 그리고 달콤한 휴일의 끝에, 새해와 함께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1,350만 달러까지 예산을 줄이지 않으면 영화 제작을 철회하겠다”라는 소식이었다.

 

제작진은 한 푼도 허투루 책정된 예산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돌아온 것은 제작을 철회하겠다는 가차 없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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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처: <무비: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세트를 다 지어 놓고, 배우도 모두 섭외한 상태에서 영화는 제작 중단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여기서, 20세기 폭스의 회장 존 로스가 등장한다. 우연히 개인적인 인연으로 존 휴즈로부터 작품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는, 아주 훌륭한 각본이라고 생각했고 더 많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원스튜디오가 공식적으로 제작사 교체를 발표하기 전엔 다른 스튜디오가 영화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없다’라는 법의 존재였다. 이들이 이야기를 나눈 것은 공식 교체 발표가 있긴 전이었고, 따라서 참을성 있게 때를 기다려야만 했다. 워너로부터 공식적인 제작 중단 연락을 받은 제작진은 바로 폭스 측에 연락했고, 바로 제작을 이어 나가라는 연락을 받는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워너의 프로덕션 매니저는 <나 홀로 집에> 제작 사무실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제작이 중단되었다”라는 공지를 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의 뒤를 이어 바로 책임 프로듀서가 따라 들어가 “제작은 중단되지 않았고, 이제 폭스의 영화가 되었다!”라는 공지를 전했다.

 

그리고 모든 사무실을 돌고 마지막 사무실에서 나온 워너 브라더스의 매니저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You’re fired(당신 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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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제작을 마친 영화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개봉 첫 주부터 어마어마한 반응을 끌어냈다. <나 홀로 집에>는 개봉 기간 2억 8천만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이는 당시 <스타워즈>와 [E.T.] 다음으로 가장 많은 매출액이었다.

 

뿐만 아니라 감독을 비롯한 모든 제작진을 스타덤에 올리며 그들이 걷게 될 어마어마한 커리어의 시작이 되어주었다. ‘망한 제작진’이 저예산으로 만든, 9살짜리 아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 심지어는 제작이 완전히 무산될 뻔한 이 영화의 성공이야말로 하나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이런 제작 비하인드 외에도,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은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촬영장에서 하도 속을 썩여서 차라리 그보다 맥컬리 컬킨(주인공 케빈 역을 맡은 배우)이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는 배우는 누구인지, 케빈의 함정에 걸려 계단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액션 장면은 CG 하나 없이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지, 궁금한 분들은 꼭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해보길 권한다.

 

<나 홀로 집에> 외에도 많은 이들이 가슴에 품고 있을 아름다운 영화들에 대한 뒷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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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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