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다큐]

글 입력 2021.08.0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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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뭘 봐야 할까 한참을 둘러보던 중, 다큐멘터리가 볼 만하다는 말이 떠올라 다큐멘터리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다큐멘터리가 내 시선을 끌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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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둥글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 잠깐, '모두'가 아니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이들에 따르면 구체 지구 이론은 <트루먼 쇼> 같은 음모이자 속임수라고. 그렇다면 평면 지구 이론의 근거는? - 넷플릭스,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평면 지구 이론 자체는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음모론 같은 썰을 보는 게 길티 플레저라 왠지 이 다큐멘터리도 재밌을 것 같았다.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에는 누가 이런 바보 같은 이론을 믿을까, 장난 식으로 믿는다는 것 아닐까 싶었지만 다큐멘터리 내내 눈을 빛내며 인터뷰를 하는 평면 지구인(Flat Earther)들의 모습은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게 무안할 정도로 진지하게 평면 지구 이론을 믿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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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 지구 이론계 스타 마크 사전트

 

 

평면 지구인들끼리 이미 오래전에 입증된 지구 구형론을 다시 반증하는 실험, 혹은 자료를 수집하면서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해온 걸 보고 미국처럼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진 곳이라면 충분히 현혹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도 잠시, 평면 지구인들의 주장 뒤에 바로 과학자들이 이를 또 반증하는 인터뷰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해 이 다큐멘터리는 평면 지구인들에게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으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평면 지구 이론이라는 유사과학을 반박할 가치도 없는 이론으로 여기지 않을까 했던 내 생각과는 달랐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과학자들 대부분이 평면 지구인들을 실험정신을 가진 과학자들로 보고, 음모론자라고 깔보며 사회의 경계로 몰아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과학계가 한 발자국씩 다가가려 노력하면 평면 지구인들은 두 발자국씩 멀어진다. 과학계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신경을 안 쓰려고 한다는 게 더 맞는 것 같지만) 하는 반면, 평면 지구인들은 인정받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고 실험으로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흥미롭네요’라는 말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구가 자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몇만 불씩 하는 기계를 사서 실험하지만 오히려 지구가 자전하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되거나 개기일식 현상을 두 눈으로 보고 감동한 듯한 표정을 받으면서도 인공조명으로 조작한 거지만 잘 만들었네요라고 애써 말하는 모습이 제일 어이없었다.


이쯤 되면 포기할 법도 한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목매는 걸까.

 

평면 지구인들은 대부분 가족, 연인, 친구들에게 지구 평면설 신봉자임을 밝히고 절연당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다. 갈 곳 없던 이들에게 '평면 지구인' 사회는 그동안 결핍돼왔던 모든 것들을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이 정도면 지구 평면설을 비롯한 음모론을 믿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 둬도 되지 않을까?

 

다 같은 지구 평면설을 믿는 음모론자들이지만, 그 안에서도 주축이 되는 인물 중 한 명인 패트리샤를 두고 Patricia Steere에 cia가 들어가니 cia 소속이다, 조종하다는 뜻의 Steer과 Steere의 발음이 비슷하다, 트랜스젠더다 등의 새로운 음모론을 주장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음모론자들은 한 가지 음모론만을 믿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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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면설 음모론자들은 이전에는 미국 달 탐사 음모론, 9.11 테러도 비행기 때문에 무너진 게 아니라 주장하는 음모론, 백신 음모론 등을 믿고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지만 인정하기 싫어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대신 현실을 바꾸려는 행동으로 사회나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 이들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 미국의 2퍼센트를 차지하게 됐고, 다큐멘터리는 나중에 이 규모가 점점 더 커져 단순히 괴짜가 아닌 지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집단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어떻게 이들을 포용해야 할까 의문을 던지며 끝난다.

 

바보 같은 음모론의 향연일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비웃으려는 의도 없이 진지하게 지구 평면론자들인 '평면 지구인'들을 다룬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는 의외로 배울 점이 많은 다큐멘터리였다. (물론 과학자, 심리학자들의 인터뷰에 한해서지만.)

 

다큐멘터리는 다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를 추천해본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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