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림픽, 도전을 향한 낭만적인 축배 [운동]

COVID-19, 그래도 인류는 도전할 것이다
글 입력 2021.08.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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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COVID-19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데에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비롯해 세계는 올림픽 얘기로 떠들썩하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여름의 올림픽, 비록 이번 올림픽은 1년이 밀려 5년 만에 돌아왔지만, 이 주기에 올림픽이 없는 건 허전하다.

 

 

 

그래도 올림픽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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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올림픽은 안 열릴 줄 알았다. 국제정세, 일본 내부의 사정, 그런 자세한 요인들은 차치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데 가능한가?’라는 이유 때문이다.

 

자의건 타의건 ‘거리 두기’를 성실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에 대한 반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라. ‘올림픽이면 사람 많이 모이잖아.’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한 결론이었다.

 

올림픽은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때를 제외하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진행된 행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작년 한 해는 ‘전쟁 같았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 해가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황에 익숙해졌을 뿐이지, 펜데믹 이전의 일상생활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올림픽이 개최됐다.

 

 

 

메달보다 값진 2.3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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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멋진 경기들이 많지만, 필자는 개인 경기를 좀 더 좋아한다. 구기종목은 대부분 단체전이지 않은가? 모든 종목이 그런 건 아니지만, 양궁, 배구, 펜싱, 축구, 야구 같은 종목은 국민적 관심도도 많고, 굳이 챙겨 보지 않아도 소식을 들을 수 있다.

 

‘공동체 의식’에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이지만, 올림픽이란 거대한 행사에 태극기를 가슴에 지고 경기장에 홀로 서 있는 선수를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안쓰럽기도 하면서 존경심이 든다. 우상혁 선수의 경기도 그런 이유에서 봤다. 25년 만의 결선이라니. 아시아인이 열세인 육상 종목, 높이 뛰기라니. 거기다가 나랑 동갑이다. 왠지 그의 경기를 지켜보는 게 도리인 것 같았다.

 

모두 아시다시피 우상혁 선수는 메달은 못 땄지만, 한국 신기록을 갱신했다. 2.35m를 넘기 전 환하게 미소 짓고, 넘고 나선 미친 듯이 포효했다. 이게 올림픽이구나. 메달이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게 올림픽이구나. 2.35m에 도전하는 순간만큼은 우상혁 선수가 주인공이었다. 그 큰 무대에서 한국 신기록을 뛰어넘었다. 얼마나 드라마틱한 순간이던지.

 

논어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 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 하다’란 말이 있다. 재밌고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인데, 우상혁 선수는 경기를 충분히 즐겼다. 2.35m를 뛰어넘고, 더 높은 기록을 향해 거침없이 웃으며 달려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도 중요한 순간에, 나에게 스포라이트가 쏟아지는 장면에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 있게 달려나갈 수 있었으면.

 

 

 

축배를 들 수 있는 날이 오길



개최국인 일본인지라, 올림픽의 진행 수준에 비판을 던지는 여론이 미디어에 범람했다. 골판지 침대라던지, 음식이라든지, 대회 준비가 미흡하다던가,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열리는 강물의 수질 문제라던지. 이런 문제에 둔감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보면 일단 개최되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선수분들 개개인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올림픽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을 각인시키는 무대다. ‘4년을 준비했습니다.’라는 말을 인터뷰에서 쉽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말이다. 4년씩이나 준비했는데, ‘올해는 쉬어갑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심정일지.

 

대회와 관련된 잡음이나 논란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올림픽 개최를 결정한 일본의 선택은 존중받을 만하다. 올림픽의 주인공은 국가도, 국민도 아닌 참가한 선수들 일 텐데, 그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무대를 마련해준 것이 아닌가.

 

또한 이번 올림픽은 새로운 상황 속에서 인류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화두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올림픽은 늘 열렸다. 이번 올림픽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어떤 위협도 능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낭만적인 찬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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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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