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명의 해적, 뒤바뀐 세계의 역사 - 인류 모두의 적

하나의 파도, 하나의 흐름
글 입력 2021.07.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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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IF를 따지는 것만큼 허무맹랑한 것이 있을까. 그럼에도 우린 그 '만약'이란 가정을 종종 해보곤 한다. 국사를 공부하면서 생각해본 가정은 '만약 삼국 통일을 고구려가 했다면', '동학농민운동이 성공했다면' 정도겠다. 의미는 없지만 흥미롭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자극이 우릴 흥분되게 만든다.

 

'헨리 에브리'가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이 이 책에 등장한다. 영국의 역사, 세계의 역사를 바꿔버린 한 해적의 이야기는 존재 자체로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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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the Pirates


 

해적에 대한 개념을 '왜구'라는 단어로 처음 접했었다. 그래서인지 모험을 탐구하는 존재라기보단 약탈과 범죄를 일삼는,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조직이라고 생각했었다. 생각해보면 어떠한 동심이나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 아닌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이후 '원피스'를 보면서도 진짜 해적은 루피 일당이 아니라 검은 수염 일당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해적치곤 루피는 너무 순수했고 모험심만 강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검은 수염은 악랄했고 전형적인 해적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캐리비언의 해적'은 더 해적스럽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뒷통수를 잘 치던 주인공의 모습이 해적 다웠고 해적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매력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에게 있어서 해적이란 조직에 대한 인상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돈과 재산을 빼았는, 악몽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왔었다.

 

이 책에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한 해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바로 '헨리 에브리'. 1659년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손에 넣었고, 이 해적질을 통해 인도의 식민지화를 비롯한 대영제국의 서막이 시작했다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영국의 확장이, 결국 해적질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인도 회사가 설립되고 수많은 대륙의 국가들에서 발생한 억압과 착취의 역사를 공부할 때, 해적을 통한 사건의 발단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권력층의 사리사욕을 위한 이해관계에서 제국주의의 형태가 생겨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겨우 바다의 해적이라니, 모든 이해관계의 발단이었다는 것이 황당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대한 세계사의 흐름에 있어서 헨리 에브리라는 해적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파동, 또 다른 파동이 모여 파도가 되었고 결국 방향성을 지닌 거대한 흐름이 되어 지금까지의 역사를 이룩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명의 해적이 '인류 모두의 적'이 되었을 만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것은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인류 모두의 적'이 되기까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광활한 우주를 보면서 무력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 점점 팽창하는 거대한 우주 속의 먼지 같은 우리들의 존재가, 무의미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가? 혹은 오히려 먼지와 같이 작고 사소한 존재들이 이룩한 업적들에 괜한 뿌듯함을 느낀 적은 없는가.

 

나는 후자에 속한다. 아직 우린 우주의 많은 부분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닿지도 않는 저 멀리 다른 은하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주 작은 먼지지만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있는 먼지라면 그 어찌 빛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나는 넓은 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 속의 작은 진주라고 표현하고 싶다.

 

해적의 의미를 정당화하거나 모험과 꿈을 쫓는 존재들이라며 영웅화할 마음도 없다. 그들의 행위는 역사적으로 추악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들의 존재가 세계의 흐름에 끼친 영향력을 기억할 필요는 있다고 느껴진다.

 

이렇게 다시 역사에서의 IF를 바라게 된다. 만약 그들의 행위가 제국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만들었다면, 물론 그런 가정은 너무나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지난 역사의 발자취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파도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어떠한 파동과 파도들도 거대한 흐름을 몰고 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정용환 컬처리스트.jpg

 

 

[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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