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여유를 찾아 떠난 그곳에는 위로가 있었다. [게임]

글 입력 2021.07.1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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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힐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도 오래다. 사람들은 고단함을 여유를 되찾기 위해 힐링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으며 이제 힐링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 정착되어 존재한다. 힐링 영화, 힐링 만화, 힐링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이제 힐링이라는 단어는 빠질 수 없는 수식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당연히 게임에서도 이러한 '힐링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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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대표적인 힐링 게임으로 자리 잡아 있는 것은 동물의 숲 시리즈다.

 

2007년 닌텐도에서는 한국에 '닌텐도 DS 라이트'를 첫 출시했다. 닌텐도의 첫 발자국은 성공적이었다. 닌텐도에서 어떠한 광고 설명도 없이, 당시 연예인들에게 게임만 제공해주고 편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덕분에 연예인들이 진심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고, 그러한 광고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TV에서는 '두뇌 트레이닝', '닌텐독스', '쿠킹 마마' 등 다양한 닌텐도 DS 게임들을 유명 연예인들이 플레이하는 광고가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 중 '놀러 오세요 동물의 숲' (이하 놀동숲)이 포함되어있었다. 배우 송혜교는 소파에 앉아 게임을 플레이했고, 게임 속 캐릭터는 집을 꾸미거나 커피를 마셨다.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아주 소박한 플레이 모습에도 놀동숲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사람들은 눈사람을 만들거나,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거나, 화석을 발굴하여 박물관에 기증하고 자신의 마을을 일궈내는 단순한 게임 플레이 속에서 행복해했다. 덕분에 당시 유년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현재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동물의 숲을 뭉클하고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품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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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사람들의 기억이 다시금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작년 2020년도다. 작년, 코로나가 터지고 집콕 생활을 갑작스럽게 하게 된 사람들에게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년 시절 즐겼던 게임이라는 향수와 함께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무인도로 떠나는 모동숲 속 동숲 시리즈 특유의 잔잔함은 의도하지 않았던 지루함과 답답함 속에서 코로나로 인한 불안함에 떨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충분했다.


그 해는 가히 모동숲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는 모두 동물의 숲 주민들과 섬 꾸미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은 게임 속 플레이어의 캐릭터와 동물 주민들의 상호작용을 보며 급격스럽게 단절된 외부와의 소통을 대신한 포근함을 느꼈다. 여행을 가고 싶다는 우울감이 밀려올 때이면 바닷가에서 가만히 누워있는 캐릭터를 보는 것으로 위로받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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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함과 힐링의 또 다른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스타듀 밸리'가 있다. 게임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도심 속에서 대기업 회사원으로 생활하던 주인공은 고단한 회사 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어릴 적 주인공에게 '삶이 힘들고 지칠 때 뜯어보라'라며 편지를 남겨주었었고, 결국 주인공은 버티다 못해 할아버지의 편지를 뜯어보게 된다. 편지 속에는 할아버지가 과거 지냈던 농장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자신의 농장에서 새 삶을 시작하라는 할아버지의 편지에 따라 주인공은 회사를 퇴사하고 도심에서 떠나 한적한 지역인 스타듀 밸리의 작은 마을 팰리컨 시티로 농사 지으러 떠난다.

 

무인도로 떠나거나, 동물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물의 숲보다는 현실성이 조금 더 짙은 게임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욱더 게임을 하며 몰입하고, 위로받았다.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땅을 자신의 손으로 일군다는 것, 처음 보는 마을 사람들과 친밀도를 올리며 그 사회의 어엿한 일원이 된다는 것, 기르는 가축들에게 애정을 쏟는다는 것, 그렇게 얻은 우유나 달걀 등의 자원들로 마요네즈나 치즈 등의 가공품을 만들어 돈을 번다는 것. 가끔은 시원한 바닷가에 가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낚시를 하기도 하고, 한 계절에 두 번씩 있는 마을 축제에서는 농사를 뒤로하고 특별한 이벤트를 즐기거나 상점들을 구경한다. 도심 속 아스팔트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의 로망 그 자체다.


사람들에게 이 두 게임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물을 때,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답변을 이야기한다. 주민들과의 교류, 자연, 꾸미기 등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바로 '편지'다.


문자 기능이 생기고 SNS와 이메일이 만들어지며 편지는 어느새 구시대적인 과거가 되어버렸다. 군대로 떠난 지 얼마 안 된 주변인들과는 편지로 소통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뿐이다. 핸드폰을 받고 나면 어느새 SNS에서 다시 그들의 소식을 접하고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편지의 사랑스러움을 알고 있다.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적어 내린 단어들. 어느새 손에는 검은 잉크나 흑심이 묻어있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편지를 쓰는 동안 상대방을 떠올리는 그 순간과 나에게 편지를 쓰는 동안 그 상대방이 나를 떠올렸을 그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이 묻어나는 편지의 내용이다.


동물의 숲과 스타듀밸리 모두 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임이다. 동물의 숲에서는 동물 주민들이나 해피홈 아카데미 (집 꾸미기 프로그램) 등에서 자주 편지가 오고, 스타듀밸리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특정 농작물 배달을 부탁하거나 일정 호감도 이상 올렸을 때 음식 레시피 등등을 보내준다. 편지 속에는 다정한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네가 생각났어, 너라면 잘 사용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등등이다. 그 내용을 보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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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모여봐요 동물의 숲 (오) 스타듀밸리

 

 

특히 두 게임 모두 멀리 떨어진 부모님이 게임 속 주인공에게 편지를 보낼 때가 종종 있다. 그저 게임 속임에도 불구하고, 편지 속에는 너무나도 부모님다운 내용이 채워져 있다. 정말 부모님께 편지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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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오) 스타듀밸리

 


나는 학생 때 이후로 게임은 10년간 하지 않았었다. 오랜 시간 동안 게임을 멀리하며 자연스럽게 '게임은 시간 낭비'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그만큼 거부감도 커졌다.

 

그러나 어느새 게임을 하면서 답답한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으며, 편지를 받고 나도 모르게 미소지어버리게 된 이 게임들을 정말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을까? 여행을 계획했으나 4단계로 격상하며 바로 취소했고,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약속도 어느새 다시 먼 뒤로 미뤄버렸다.

 

우울해하며 슬퍼해봤자 별수 있나. 파도 소리가 들리는 그곳으로 농사나 지으러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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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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