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은 계절과 같아서 -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도서]

시가 가르쳐주는 인생 그리고 계절
글 입력 2021.07.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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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펼치다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이번 책을 읽게 된 것은 나태주 시인이라는 사람과 그의 시를 좋아하는 것과 함께 시인이 엮은 시집을 읽어서였다. 순전히 이전 시집을 읽었다는 이유에서 오는 의리감보다는 시가 주는 따스함이 다시 시집을 쥐게 했다.


그동안 ‘시가 ~ 고 한다’라는 제목으로 된 나태주 시인이 엮은 두 권의 시집을 읽었다. 하나는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로 삶의 위로와 희망을 얘기하는 시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로 메마른 감정에 사랑과 감성을 안겨주는 시집이었다.

이 두 권의 시집을 문화초대로 받을 당시 왠지 모를 울적함에 잠겨있던 때가 기억난다. 생각에 따라 감정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하는데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그러다, 시를 읽었고 나와 같은 감정에 동질감과 위로를 받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됐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요즘은 참으론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그러다,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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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계절과 같고, 이를 담은 시에서 인생을 배우다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는 나태주 시인이 어린 시절에 시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었던 때를 회상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울퉁불퉁한 마음을 다듬을 수 있도록 하는 바램을 담아 이번 시집을 엮었다.


인간의 일생을 네 단락으로 나누어 설명하듯 시집은 네 단락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인생의 네 단락이라 함은 유소년, 청년, 장년, 노년인데 책에서는 청년 시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하여 청년, 장년, 노년, 유년의 순으로 나누어 배치했다.

책을 넘기면 첫 번째 ‘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을 거쳐 두 번째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지나 세 번째 ‘그립고 아름답고 슬픈 눈이 온다’를 보다 마지막 ‘다시 찬란한 기쁨의 봄이 오리니’을 보게 된다. 네 개의 단락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앞서 말한 인생의 네 단락 이외에도 제목과 관련된 시에서 느껴지는 무언가를 알 수 있다.
 
바로,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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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차례로 단락의 제목을 설명한다고 생각하는 시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가장 처음 소개할 시는 이준관 시인의 시 ‘여름밤’이다.
 
 
“아들아, 세상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
너는 밤새 물어라.
저 별들이 아름다운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 (중략) ...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짧은 여름밤이 다 가기 전에(그래, 아름다운 것은 짧은 법!)
뜬눈으로
눈이 빨개지도록 아름다움을 보자."
 
이준관, ‘여름밤’ 중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어느 여름밤 마루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모여 앉아 호젓한 시간을 보내는 잔상이 떠오른다.
 
차분하고 고요한 여름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밤새 시간을 보내고 아들에게 세상의 궁금한 점을 물어보라고 한다. 아버지의 부성애를 볼 수 있는 부분이자 세상에 궁금한 것이 많은 아들은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도 많고 삶에서 부딪혀보아야 할 것도 많은 중요한 시기라 꼭 여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밤은 한 낯 뜨겁게 내리쬐는 시간을 지나 그 열기를 식히는 밤이다. 내일을 맞이하기 전 충전하는 시간이다. 또한, 낮 시간은 길고 밤 시간은 짧은 하지에 해당하는 계절인지라 여름밤은 특히나 짧다. 분명 다가왔지만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는 것 같은 순간이라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여름을 인생으로 비유하면 청년 시절과 같다. 가장 중요하고도 화려한 시절이자 인생에서 뜨거운 열정이 타오르는 시기이다. 하지만, 여름밤처럼 짧기만 한 어느 순간 지나가버리는 꿈같은 시기이기도 하다. 나이를 지긋이 드신 어른들이 청춘을 보내는 이들에게 ‘그때가 좋을 때지’라고 말하는 것은 아름답지만 뒤돌아보니 훌쩍 멀어진 때여서가 아닐까.
 
다음은 문무학 시인의 ‘우체국을 지나며’이다.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문무학, '우체국을 지나며' 중에서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 사이에 놓인 가을이라는 계절은 인생에서는 중년의 시기와 같다.
 
즉, 젊은 시절 동안 잘 닦아놓은 바를 수확하는 것과 함께 다가올 노년을 위해 준비하며 인생을 정돈하는 시기다. 아직은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청춘의 모습을 그려보며 회상과 그리움을 가지면서도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 적은 시 문무학의 ‘우체국을 지나며’는 가을과 우체국이 만나 회상과 그리움, 소망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들게 한다. 어느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화자는 연결고리가 없어 우연으로라도 만나기를 바란다. 아마 화자에게 그 누군가는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그립지만 주소도 연락처도 없는 사람을 기억하며 우체국 앞에서 있으면 만나고 싶은 누군가에게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애달프게 다가온다.

시를 읽으며 문뜩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시에는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아무런 미련 없는 인연을 가끔 마주칠 때가 있다. 이럴 때면 그리움과 만남은 반비례 관계인가 싶으면서도 인연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한편, 제목만으로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시가 있다. 신경림 시인의 시 ‘눈이 온다’이다.
 
 
“그리운 것이 다 내리는 눈 속에 있다.
백양나무 숲이 있고 긴 오솔길이 있다.
활활 타는 장작 난로가 있고 젖은 네 장갑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다 쌓이는 눈 속에 있다.
창이 넓은 카페가 있고 네 목소리가 있다.
기적 소리가 있고 바람 소리가 있다.

지상의 모든 상처가 쌓이는 눈 속에 있다.
풀과 나무가, 새와 짐승이 살아가며 만드는
아픈 상처가 눈 속에 있다.
우리가 주고받은 맹서와 다짐이 눈 속에 있다.
한숨과 눈물이 상처가 되어 눈 속에 있다.

그립고 아름답고 슬픈 눈이 온다.”

 

신경림, ‘눈이 온다’

 

 
가을이라는 중년의 계절이 지나면 누구나 겨울의 시기 즉, 인생의 노년을 맞이한다. 노년과 겨울은 참 닮아있다. 살면서 느껴온 감정의 폭과 성숙함은 노년이 되었을 때 비로소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이 되어 가진 삶의 지혜는 그 어떤 시절도 비할 때가 없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를 읽으며 이렇게 절실하면서도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은 처음이라 말했다. 나 또한 그렇다. 눈 오는 풍경 앞에서 지나온 생애를 돌아보는 회상하며 지나간 감정들을 눈으로 내려보내는 마음에서 시인의 삶의 태도를 볼 수 있다. 만약 노년을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이 시와 같이 살고 싶다. 세상에서 물들은 이런 저러한 감정은 눈 속에 넣어 내려보내고 이내 눈 녹듯이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삶이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김동환 시인의 ‘아무도 모르라고’이다.
 
 
“떡갈나무 숲속에서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김동환 – ‘아무도 모르라고’
 
 
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참으로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과 천진난만함이 묻어있다. 마치 이 시는 어린아이들의 행동을 생각나게 한다. 이를테면, 숨바꼭질을 할 때 자신의 눈만 가리면 다른 사람이 안 볼 것이라 생각하거나 남들도 다 아는 곳에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거나 혹은 일기장 앞에 ‘절대 보지 마시오.’라고 적어 놓을 때와 같은 모습 말이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는 공간일 수 있지만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며 산에서 발견한 샘물 하나를 보고 기뻐하는 순결한 마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시에서부터 처음 만나는 희귀한 시까지 시집 속 125편의 시를 통해 인생에 대해 배우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시간이었다. 시를 통해 맑은 마음을 품고 고요한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바램과 같이 시를 통해 다시금 인생을 생각해 보았고 좋은 시를 마음속에 품으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 또한 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본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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