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너의 질문에 비춘 나를 만나다

감사합니다, 물어봐 주셔서
글 입력 2021.06.2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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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 - THANK YOU

 

이유도 모른 채 시작해 버린 삶

이 머나먼 길 위에서

끝없이 걸어갈 의미가 되어줄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함께 할 수 있기를

햇살이 비추기를

소리내어 하하 웃고

모두 내려놓기를

 

이 노래를, 이 글을 읽는 모든 '내'가 '나'에게 선물하길 바란다.

곡을 재생한 후, 거창하지는 않지만 편하게 써 내려간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혹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를.


 

Q. 이렇게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기존에 오피니언으로 에세이를 몇 편 기고했지만, 그런 에세이들이 나의 어떤 '경험'을 주제로 한 글이라면 '프로젝트 당신'을 위해 쓰는 글은 '나' 자체에 대한 글을 써 보는 재밌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 해당 카테고리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 보았는데, 다른 에디터/컬처리스트 분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의 또 다른 '프로젝트 당신' 카테고리와 비슷하게 자신에 대해 스스로 쓰는 글 역시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하신 분들도 많아서 나도 그 형식을 빌려 보기로 했다.

 

아무리 오래, 깊게 생각해 보아도 나는 나를 완전히 알 수 없고, 가끔은 오히려 '진짜 나'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를 이해하기도 한다. 또 가끔은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따라서 주변 지인들에게 장르 불문, '이건하'에 대한 질문을 요청했고, 새롭고 흥미로운 질문들이 많이 도착해서 기대가 된다. 분량상 답변하지 못한 질문들도 있지만, 나에 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보내준 모든 질문에 감사한다.

 

 

Q. 마라탕에 절대로 추가하지 않는 재료는? - 선배 Y의 질문

 

마라탕을 굉장히 좋아한다. 한창 캠퍼스 근처의 마라 맛집을 발견하고 푹 빠져 있던 시절, 당시 가입했던 사이트의 닉네임을 모두 그 식당 상호로 설정했을 만큼... 마라탕에는 온갖 재료를 듬뿍듬뿍 넣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네모 모양으로 잘린 두부와 콩나물은 넣지 않는다. 두부는 무조건 부드러운 두부만을 선호하는데 마라탕의 두부는 별로 부드러워 보이지 않는다(?). 콩나물은 개인적으로 향도 즐기지 않을뿐더러 질기다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늘 식판에 남는 반찬이었다. 대신 숙주는 좋아해서 양껏 넣는 편이다.

 

 

Q. 종강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요? - 후배 M의 질문

 

오늘로 종강 3일째다. 종강을 하긴 했지만 워낙 종강이 늦은 편이라서 여전히 정신없기도 하고, 월말이라 다른 일들도 좀 남아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정이 적당히 정리되면 맛있는 것과 함께 달달한 과일맥주 한 캔을 마신 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하루를 즐겨 보고 싶다. 몇 달 동안 전혀 보지 못해서 구독료가 아까웠던 넷플릭스도 보고, 라이스페이퍼 떡볶이도 만들어 먹어 보고 싶다. 어쨌든, 별로 집 밖에 나가고 싶진 않은가 보다.

 

 

Q. 가장 행복한 순간은? - 후배 S의 질문

 

제법 고민이 많이 되는 질문이다. 고치려고는 하지만 '행복'이라는 단어에 인색한 편이어서, 아무래도 실제로 입에서 '행복'이 나오거나 '아, 나 행복하네.'라는 생각이 드는 소수의 순간이 먼저 떠오른다. 대부분 여행 중의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일상 중에서 찾는다면,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내 마음까지 닿았을 때. 소확행을 떠올리자면, 자취방에서 혼자 치킨에 맥주 먹고 넷플릭스 보다가 설거지도 안 하고 그대로 잔 뒤에 오후 4시에 일어났을 때?

 

 

Q. 오늘 내 생각 몇 번 했나요? - 친구 I의 질문

 

나는 정말 귀여운 친구를 두었다. 웃길 때, 힘들 때 하루 중 아주아주 자주 생각한다고 말해주겠다.

 

 

Q. 요즘 최대 관심사는? - 친구 Y의 질문

 

이제 방학이니 '방학에 뭘 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가 가장 주된 관심사인 것 같다. 머리 한쪽에서는 '좀 쉬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자격증도 따고 공부도 해야지, 아르바이트도 더 많이 해서 돈도 벌어 놔야지'라는 생각이 자꾸 튀어 오른다. 그리고... 2학기 대면 수업 여부.

 

 

Q. 자신이 예뻐 보일 때는? - 친구 J의 질문

 

다들 '나와 나' 사이의 권태기가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요즘인 듯 하다. 3학년 2학기를 앞두고 있다 보니 계속 생각도 많아지고, 동시에 조급해진다. 바이러스 탓에 외출도 잘 하지 않다 보니 날 예뻐해 줄 시간이 마땅치 않다. 내가 예뻐 보였던 때를 떠올려 보자면, 어렵고 힘들었던 일을 결국 해냈을 때,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염색한 날? 솔직하게 말하자면 현재는 머리 색이 다 빠지고 뿌리도 까맣게 자라서 도저히 내가 예뻐 보일 수가 없다.

 

 

Q. 제일 잘하는 요리가 뭐예요? 저 해주세요! - 또 다른 친구 J의 질문

 

우선 자취 요리로 단련된 요리실력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맛이 달라지는 것이 내 요리의 큰 약점이다. 따라서 남을 위해 요리해 주긴 참 두려운 일이다. 맛있게 해 먹었던 건 사케동, 감베리 파스타, 불닭카레우동, 감자채볶음과 진미채볶음, 버터갈릭새우와 스팸만두전골 정도가 있다.

 

 

Q. 요즘 제일 사랑하는 것은? - 후배 E의 질문

 

매일매일 듣는 나의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늘 변함없다는 확신을 주는 나의 사람들. 질문해 주신 분도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Q. 가장 최근에 걱정 없이 맘 편히 쉬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예상 답안 다섯 달 전... - 또 다른 친구 Y의 질문

 

한 학기 동안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봐 온 친구 탑3 안에 당당히 드는 친구답게 제법 정확한 예상 답안을 내놓았다. 이제 종강했으니 걱정 없이 맘 편히 쉬는 날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Q. 당신의 가치관은? - 친구 M의 질문

 

친구 M은 이 질문과 함께 '네가 인생을 살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생각한 것은, 내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나의 모습으로 사는 것. 나는 사실 자존심도 세고, 성공에 대한 욕심도 있는 사람이라 내가 보기에도, 남이 보기에도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성공과 멋진 사람에 대한 가치관은 각자 다르겠지만. 뻔한 이야기지만 요새 특히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사람들이 그렇게 멋져 보이더라.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이 있었나 고민하는 중이다.

 

 

Q. 본인이 꿈꾸는 30살 모습은? - 친구 E의 질문

 

30살 때 내가 정확히 무얼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일이 내가 죽을 때까지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순간의 그 일을 즐기고 있었으면 좋겠고, 부디 버티며 살고 있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무언가 배우고 싶고 해 보고 싶다는 열정과 호기심, 애정을 품고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전히 함께하고 있는 모습을 꿈꾼다. 나와의 싸움에서는 조금 해방되어서 주변 사람들을 더 여유롭게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정말 누군가와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듯, 편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굳이 이 글의 목표를 정하자면, 지금 함께 하는 당신 역시 스스로 이 글에 적힌 질문들을 던져 보게 하는 것. 글을 쓰며 이미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 주변인들의 애정, 나에 대한, 그리고 나를 위한 고민들. 또, 내가 마라탕에 넣지 않는 것, 내가 최근 가장 관심 있는 것에 대해 그대들에게 들어 보라 강요할 생각도 없다. 이 글이 나를 위한 글이었듯, 그대 역시 이 글을 읽으며 당신 생각을 하길.

 

그러니 이건하는 이만, 물러가겠다.

 

 

 

이건하 에디터 tag.jpg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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