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또 다른 미장센의 극치 [영화]

일단 영화는 모르겠고 미장센에 취한다
글 입력 2021.06.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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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을 접한 첫 순간

감독 타셈 싱 | 출연 리 페이스, 카틴카 언타루, 저스틴 와델, 줄이안 블리치 등 | 개봉 2008년 12월 4일(한국) |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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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서 찾아온 환상의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진다!

 

1920년 미국 할리우드의 한 병원. 말을 타다 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전문 스턴트맨 로이는 쇄골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 작은 꼬마 알렉산드리아와 친구가 된다. 어린 친구를 위해 로이는 매일 세상 끝 먼 곳에서 온 다섯 전사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시간이 갈수록 현실과 환상은 서로 얽히고 뒤섞이게 되는데…

 

쌍둥이 동생을 잃은 "마스크 밴디트", 아내를 잃은 "인디언", 노예였던 "오타 벵가", 천재 "찰스 다윈", 폭파 전문가 "루이지". 5명의 영웅이 총독 "오디어스"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는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영화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The Fall)>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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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감독 출신 타셈 싱 감독의 영화로 기고에 앞서 영화의 모든 배경은 로케 촬영임을 밝힌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영화도 영화지만, 그만큼 미장센에 취하는 영화다. 2시간 가까이 달리는 <더 폴>은 밝지 않다. 1920년 미국 영화 산업 배경으로 처우가 좋지 않았던 스턴트맨 로이 워커(리 페이스)가 주인공인 영화다. 촬영 중 다리를 다쳐 영영 걸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상황에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그녀가 본인이 대역하다가 다치게 배역을 맡은 배우와 사귀는 것까지 알게 된 그는 절망적이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팔을 다쳐 병원에 입원한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심심하다. 심심한데 깁스한 팔은 갑갑하고 조용한 병원 분위기가 지겨운지 이곳저곳 뛰어다닌다. 마침 간호사 에블린에게 쓴 편지가 바람에 날려 로이의 병실로 흘러 들어간 바람에 로이와 만나게 된다.

 

때마침 현실을 견디지 못했던 그는 홀로 자살을 계획한다. 로이는 꾸며낸 이야기로 순수한 알렉산드리아를 구슬려 모르핀을 훔쳐 오게 한다. 그가 들려주는 서사시는 알렉산드리아의 톡톡 튀는 질문을 통해 '상상'과 '현재'를 오가며 진행한다. 배경은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입원한 '병원'이고, 등장인물들은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을 따온다. 그들의 상상으로 탄생한 '5명의 복수자'를 통해 우리는 미장센의 극치를 볼 수 있다.

 

솔직히 전개는 매력적이지 않다. 보통 평범한 사람이 꾸며낼 법한 이야기고, 알렉산드리아의 동심이 담긴 질문으로 변곡점을 주어 상상력을 더한다. 그가 아이에게 부탁하는 내용과, 꾸미는 혼자만의 못된 계획을 제외하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영화다. 절망에 빠진 남자가 희망을 되찾고 살아가는 내용이며 이 평이한 구조를 감독은 그의 심혈이 기울어진 연출과 미장센, 그리고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의 통통 튀는 귀여움과 순수함, 또 매력적인 로이(리 페이스)의 발성, 차분한 연기로 승부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본인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바로 미장센 때문이다. 영화 <더 폴>은 미장센이 주 탐미 대상인 본인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는다. 평론가 측에서 몇몇 또한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만약 배경 하나하나에 감성과 시간을 싣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한다.

 

영화는 한 장면 자체를 집 안 거실에 걸어두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한다. 보통 영상미가 최정점인 영화는 지루한 것이 특징인데, <더 폴>은 알렉산드리아의 돌발 질문과 로이의 상상력으로 흐름이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정확히 상상이 곧 현실로 되는 진행이 시각을 장악한다. <더 폴>의 모든 곳에는 CF 감독의 경력이 그대로 녹아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여러 번 보아도 감상이 남다르다. 그러나 이 기고를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영화는 모르겠고 미장센에 취한다'라고 말한 이유는 영상미 때문에 스토리에 집중하기 어렵다.

 

 

 

사랑과 복수에 대한 서사시

로이의 개인 서사시에 가까운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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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 요소를 차용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로이가 그저 편지를 되찾으러 온 알렉산드리아를 붙잡기 위해 꾸며낸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왕이 스토리의 첫 주자가 된 것도 아이의 이름 때문이었고, 발단은 바로 알렉산드리아가 잘못 날린 편지를 계기로 희망이 사라진 사실을 왕에게 보고하는 파발 병의 소식으로 인해 이야기의 사건이 시작된다. 지루한 병원 생활에 한 줄기의 단비처럼 로이가 전해주는 흥미진진한 모험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리 페이스(로이 역)의 목소리는 굉장히 낮고 차분해 신뢰를 주기 좋다. 그러니까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 같은 아이가 이야기에 빠져들고 집중하기 너무 좋은 조건이다. 뭐 예외는 존재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첫 감상 시 '서사시'에 대해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실감 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로이의 목소리는 배경음이 됐고 가끔 톡톡 튀는 질문을 하는 알렉산드리아의 모습은 감초 같은 역할로, 본 식사는 서사시의 배경 그 자체였다.

 

배경의 구석구석을 음미하기 위해 정신 팔린 나는 서사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돼야 그나마 들어올 수 있었다. 왜냐면 갑자기 서사시의 주인공이 가면을 벗자 로이가 튀어나왔고 그의 딸은 알렉산드리아가 나와 로이의 이야기뿐이 아닌 알렉산드리아와 함께하는 이야기가 됐기 때문이다. 서사시는 미장센으로 초반 관객을 사로잡았다면, 후반으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관계성으로 흐름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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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총독 오디어스의 복수를 위해 모인 5인방을 소개다. . 고된 노동으로 동생이 사망한 노예 오타 벵가, 총독에게 아내를 빼앗긴 인디언, 추방당한 폭탄 전문가 루이지, 모든 생명을 사랑한 영국 자연주의자 찰스 다윈(영화 제작사 직원), 원숭이 월레스(찰스 다윈이니까 원숭이?), 그리고 해적 얘기가 싫다는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 등장한 무법자 블랙 밴디트는 나비의 섬에서 미스틱을 만나 탈출 계획을 세워 총독 오디어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주인공 마스크 밴디트는 가면을 쓴 채 등장한다. 현실을 차용한 만큼 1인 2역을 한 인물들을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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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바다를 걷는 코끼리를 타고 나비 섬을 탈출하는 등 신비롭고 아름다운 배경에 비해 동화 같은 동작을 보여준다. 여담으로 총독에게 동생이 살해당한 블랙 밴디트는 본래, 알렉산드리아의 아빠를 모티브 삼아 만든 캐릭터였는데, 어이없게도 저희 아빠는 죽었는데요? 라고 반문하는 바람에 로이는 또 당황한다. 그렇게 가면을 벗은 밴디트는 두 다리로 우뚝 서 있는 로이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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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밴디트는 야욕 적인 총독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해 사사건건 그의 못된 짓에 훼방을 놓는다. 총독의 노예를 해방하며 총독의 공주를 납치한 5인방은 블랙 밴디트가 동생인 블루 밴디트와 함께 놀았던 호수 속 궁전으로 도망친다.

 

그렇게 그는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공주는 오디어스의 약혼자였고, 밴디트는 복수를 포기할 수 없었고 그녀를 죽이기 위해 총을 쏜다. 그녀도 사랑하는 밴디트를 위해 순순히 죽음을 맞이하는 듯했으나, 총알은 그녀의 목걸이에 박혔고, 목걸이의 메시지에 따라 둘은 서로가 운명임을 직감한다.

 

하지만 그녀와 그의 결혼식 당일, 사제의 배신으로 총독의 덫에 걸린 그의 무리는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때마침 알렉산드리아가 가져온 약을 먹고 잠들어가는 로이의 흐름에 나타난 밴디트의 딸 알렉산드리아가 나타난다.

 

 

 
스턴트맨 로이와 오렌지 농장 소녀 알렉산드리아
실제로 카틴카는 촬영장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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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의 뭉툭한 영어 발음과 실력이 정말 귀엽다. 순진한 아이가 할법한 질문을 하는 천진난만한 소녀 그 자체다. 아이의 웃음이 예뻐 여러 번 돌려보게 한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로이의 눈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독특한 영어 발음과 어눌한 문장 구조가 전혀 답답하지 않다.

 

 

왜요?

뭐가?

왜 버렸냐고요?

모두 마실 만큼 물이 넉넉하지 않았으니까,

부하 모두를 생각한 최선의 선택을 한 거지.

바보 같아요.

너라면 어떡할래?

왕처럼 물을 버리지 않고 사이좋게 나눠주죠! 조금씩!

 

영화 <더 폴> 중 알레산드리아에게 로이가 전해주는 알렉산더 왕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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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도중 궁금증에 why? 라고 되묻는 질문에 로이는 당황해한다. 당황해하면서도 그는 답해준다. 그러면 또다시 왜요? 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는 점차 아이를 돌보는 일과에 익숙해진다. 아이는 어디를 가서 사랑받는 게 익숙하고, 어떻게 사랑받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아이 같다. 그러니까 알렉산드리아에게 그늘이 없다. 화재로 농장이 다 타버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도 있으며, 어린 나이에 과일을 따다 떨어져 입원했는데도 묵묵히 투정 하나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활발한 행동이 병원에 웃음을 안긴다.

 

우울한 로이도 알렉산드리아에게 유쾌하게 군다. 목적이 있기에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작은 행동에 웃기도 하며 관심을 끌기 위해 누워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한다. 그래 봐야 주요 재미난 이야기로 구미를 당기게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보다 상대적으로 신경 쓸 게 많은 어른인 로이는 절망적인 현실에 삶의 의지를 되찾지 못한다.

 

영화 촬영 중 주연 배우 대신 열차에서 떨어지는 씬을 찍다 다리를 잃은 로이는 제작사에서도 연기 활동을 거부당한다. 배우로서의 길과 로이의 길은 다르다며, 대학까지 졸업한 로이에게 코미디와 맞지 않는다는 말과 위로금 소식을 전한다. 스턴트 배우로 연기를 하다 다치고, 다리를 잃은 배우에게 자네는 연기와 맞지 않는다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와 그리고 그에 맞는 어느 정도의 합의금이 로이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했다. 차라리 자기와 같은 제작자는 어떤지, 차선책도 제시한다. 로이를 찾아온 그도 다리가 성치 않다. 로이는 갑갑한 현실을 이길 의지가 없다. 그런 로이가 어떻게 의지를 되찾을까? 스턴트맨과 오렌지 농장 소녀의 관계는 대화를 통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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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하나만 건드려봐.

알았어요, 새끼발가락 만졌어요.

안돼, 내가 맞힐 테니까 말하지 마. 그게 게임 룰이야.

하나 만지고 있어요, 만지고 있다고요.

엄지발가락이니? 정말이야?

보세요, 맞혔다!

 

이야기 중 갑자기 발가락을 만져보라는 로이의 부탁 도중,

새끼발가락을 만졌으나 엄지발가락을 말한 로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알렉산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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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구원해주게? 영혼을 구해주려고 그러냐고,

내 말을 이해하니?

네?

무슨 말인지 알아?

뭐랬는데요?

내 영원을 구원해주고 싶냐고, 나한테 준 거.

그게 뭔데요?

성체 말이야.

네?

네가 준 게 성체야. 영혼을 구해주지.

아저씨한테 준 게 뭐라고요?

네가 방금 준 조그만 빵 조각이 영혼을 구원해준다고.

 

본관 성당에서 성체를 모르고 가져와

로이에게 선물한 알렉산드리아와 그의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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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영어 읽을 줄 아니?

왜 맨날 제일 재밌고 신날 때만 얘길 멈춰요?

영어 읽을 줄 아나 궁금해서, 아니? 영어 읽을 줄 알아?

네.

이게 뭐지?

종이요.

아니, 뭐라고 쓰여 있어?

M-O-R-P-H, 모르핀.

 

이야기의 절정 순간에, 아이에게 잠을 잘 못 자 이야기를 못 한다며,

약이 필요하다고 본관 약국에서 가져와 달라는 로이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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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한테 달랠게요.

안돼, 이건 밴디트끼리의 비밀이야, 얘길 끝내려면 약이 필요해, 알겠니?

 

밴디트의 약속,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알렉산드리아는 화재 사고 전,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오렌지 농장 사진과 소중한 잡동사니를 넣은 박스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엉거주춤하게 깁스한 팔 쪽 손으로 달랑달랑 들고 다니며 온 건물을 헤집고 다니는 아이는 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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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별일 아냐. 할아버지도 자주 실례한단다.

이럴 땐 옷 갈아입고 마를 때까지 숨겨두면 돼.

겁날 땐 어떡하는지 아니? 마법의 주문을 외운단다.

구글리, 구글리, 구글리, 사라져라! 같이 연습해보자. 마법 주문이야!

구글리, 구글리, 구글리, 사라져라!

 

병원을 돌아다니다,

충격을 받은 알렉산드리아에게 틀니 할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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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원히 안 나으면 좋겠어요.

왜?

아저씨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

 

밴디트 서사시에 푹 빠진 알렉산드리아가 로이에게

 

 

로이가 아이를 꼬여 모르핀을 가져와 자살하려는 시도는 2번이나 실패한다. 3알만 가져온다던가, 알고 보니 약이 아닌 설탕이었고, 거듭하는 실패에 로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아니면 크게 발작을 일으켰다. 아이는 겁을 먹어 얼어붙는다. 병원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로 여러 충격이 쌓인 알렉산드리아는 무리하게 약을 훔치려다 결국 선반에서 떨어진다. 떨어짐과 동시에 아이가 오렌지 농장에서 과일을 따다 떨어진 장면과 불타오르는 농장 집과 놀라 뛰어가는 아버지 등 모든 것들이 겹치며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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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는 해피엔딩이 아니야.

그래도 들을래요.

 

 

로이의 계획은 들통이 나고, 그는 깨어난 알렉산드리아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아이는 사경을 헤매다 눈을 떴는데도 자신을 찾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다. 블랙 밴디트 이야기를 재촉하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이렇다 할 말도 하지 못한 그는 오열하며 불행한 엔딩을 예고한다. 그와 만든 밴디트 세계에 애정을 쏟은 아이는 인물들이 죽어가자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아이는 묻는다. 왜 전부를 죽이는 거죠? 그러자 로이는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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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니까.

내 얘기도 돼요.

 

 

 

무의식이 빚어낸 아름다움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어떻게 보면 관객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제발 죽이지 말아요. 살게 해요. 죽음의 끝까지 몰아간 밴디트를 구원해달라며 애원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울음에 결국 로이는 죽음의 문턱에서 그를 살린다. 우린 특별한 친구야 그렇지? 로이는 끊임없이 자신을 구원하고 포기하지 않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희망을 되찾는다. 영화사가 예상치 못한 거액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그때 또 다른 조건이 있다고 했던 그는 아이에게 조건을 쓴다. 바로 병원 아이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상영해 달라는 것.

 

손수 사람이 직접 영사기를 돌려 상영하는 영화를 보면, 밴디트의 이야기가 모두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로이가 사고를 당한 장면도, 그 장면을 불안정한 호흡으로 바라보는 로이도, 그리고 영화를 재밌게 감상하는 알렉산드리아까지. 또 <더 폴>이 배경하는 시대에는 영화 기술이 상당히 낙후됐음을 알 수 있다. 무성 영화였고 장면 또한 매끄럽지 않으며, 스턴트맨과 리딩 배우의 차이도 확실해 스턴트맨이 나왔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효과음을 위해 바이올리니스트가 직접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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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폴>은 알렉산드리아가 로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시작으로, 그 시대의 모든 스턴트 맨들의 행보를 로이에게 담았다. 편지 내용으로 보아 로이는 계속해 스턴트맨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기상천외한 일들을 직접 맨몸으로 받아쳐 낸 그들의 숨겨진 노고와 열정이 순식간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어쩌면 영화가 담고자 했던 것은 절망 속에 빠진 사람이 희망을 되찾고 계속해 살아가는 내용뿐만이 아닌, 스턴트맨이라는 직업과 또 그 직업을 빌려 어떠한, 끊임없는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갔고 지금 영화 산업은 시간에 따라 발전해왔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겠지만, 멈추지 않고 자라온 우리가 보았을 때, <더 폴>의 끝은 허무할 수도 있다. 흥행실적이 말해주듯 6,500달러와 4년이 넘는 시간과 감독 타셈 싱의 모든 경력을 갈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수익은 몇백 달러가 되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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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더 폴>은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81년도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그가 CF 감독을 하며 찾은 최고의 장소를 넣었고 28개국을 돌며 촬영했다. 무조건 실사 촬영으로 아름답고 황홀한 비주얼을 담아내는 데 집착이라 느낄 정도로 감독은 사비까지 털어 진행했다 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는 아역배우 카틴카 언타루(루마니아 태생, 알렉산드리아역)를 발굴해 알렸다는 것. 구 자체가 가장 큰 업적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자본주의에 휩쓸린 아역배우가 아닌, 정말 아이다운 순수함과 '아이'라는 단어와 완벽히 일치한 연기를 보여준 카틴카의 매력은 천진난만한 순수함이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라 느껴질 정도였다. 어딘가 읽은 기억에 따르면, 카틴카에겐 연기한다는 상황만 주어질 뿐 세세한 대본은 주지 않았다 한다. 즉,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순수한 대화를 통해 블랙 밴디트의 서사시가 완성됐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연기'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 불가한 나이일 수도 있지만, 카틴카 언타루와 리 페이스가 보여준 알렉산드리아와 로이의 관계성은 카틴카의 존재를 더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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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들이 만든 블랙 밴디트의 모험은 단순하나 그 과정이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 크고, 정적인 화면에 굉장히 동적이며, 뾰족한 몰입도를 안겨준다. 또한 여백을 활용해 꽉 찬 물체감에도 불구하고 웅장하고 광활한 세계를 담아낸다. 혹여 우리가 한 종류의 영상미에 지루함을 느낄 새랴 감각적인 구도와 역동적인 본능적 카메라 무빙이 순간 혼을 쏙 빼놓기도 한다. 거대한 자연과 배우의 크기 차이를 부각해 인물을 더욱 중점적으로 표현했고 한 장소의 규모를 확장하며 관객의 시야를 넓힌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것처럼 영상은 표현할 수 없는 완벽한 '미'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우울한 기분으로 보다가도, <더 폴>이 보여주는 세상을 보면 도시 속에 박혀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목적을 은근슬쩍 심어준달까? 의식의 흐름으로 빚어낸 아름다움은 실로 자연스럽고 관객을 끌어당긴다. 역동적인 인물들의 움직임과 대비되는 정제된 배경은 움직임을 더욱 강조하고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명을 한다. 이 증명을 통해 로이는 고통을 마주하고 견디어 일어난다.

 

보통 영화 <더 폴>을 말할 때, 아름다운 감상 포인트는 거의 비슷하다. 본인 또한 그것에 홀려 이 기고를 쓰게 됐다. 첫 감상과 이후 한두 번은 미장센을 제대로 더 담기 위해 보았고, 네다섯 번째가 돼서야 필자는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인물의 대사와 은유적인 표현으로 내포한 영화의 의미 등, 희망과 의지로 함축되는 뾰족한 끝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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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더 폴>의 장면 중, 미장센 요소를 제외한 인상 깊은 장면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언, 다들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운 알렉산드리아와 그런 아이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밴디트를 끝에 살리는 로이의 대화 장면을 뽑을 것이라 예상한다. 아니면 카틴카의 매력이 묻어난 순간들을 뽑지 않을까? 본인 또한 그런 씬에 애정이 있다. 카틴카 언타루와 리 페이스의 매력에 여러 번 다시 본 곳도 있다. 아마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뽑는 최고의 순간은 본인이 스턴트 연기 중 떨어진 자신의 출연 장면을 보는 장면이다.

 

거의 마지막으로 달릴 즈음에, 병원 아이들과 함께 보는 코미디 영화 속, 열차 다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순간을 견디기 위해 이를 악물고 눈을 떼지 않는 로이의 모습이 금세 지나갔지만, 자신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직접 마주한 로이가 불행을 뛰어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느꼈기에, 본인은 몇 분 되지 않는 그 시간을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중 최고의 장면이라 뽑는다. 갑자기 더 빨라진 흐름에 비중있게 다뤄지지 못했지만. 감독이 전달하고자 했던 최종 목표는 '희망' 과 '의지'라는 키워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영상미 중에서도 끊이 없는 색의 향연과 역동, 여백, 공간, 규모, 확장 등의 포인트가 들어간 총망라의 결과물이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영화의 끝에 생명감이 가득한 벅찬 박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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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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