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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의 한 유랑촌에서 출생한 한인 화가 ‘변월룡’을 아시나요? 국내에서 회자될 때, 주로 ‘남과 북에서 버림받은 비운의 화가’, ‘한국 미술사에서 놓치고 있었던 화가’로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변월룡은 실은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며 주체적인 뜻을 지니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자 했던 화가였습니다. 특히 ‘소셜 리얼리즘 작가’라는 변월룡의 정체성은 그가 러시아 소셜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러한 영향을 기반으로 북한과 연해주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레핀 미술 대학에 입학했던 1940년에는 러시아에서 한창 소셜 리얼리즘의 흐름이 설득력을 얻고, 미술가들 사이에서 채택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레핀 미술 대학에서 수학했다는 것은 그가 어떠한 흐름에서 소셜 리얼리즘 작가가 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말해 줍니다. 특히 그가 동경했던 교수인 아부고프와 오스묘르킨 교수는 ‘사실성’과 ‘색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그러한 학습의 결과는 그의 작품에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자신이 받은 미술 교육의 가르침에 따라서 그는 사실성과 색조의 중요성을 작품에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반복합니다. 특히 변월룡은 관찰력이 뛰어났던 인물이었는데, 이러한 관찰력을 토대로 인물을 묘사할 때 대상의 생김새뿐 아니라 그 인물이 지니고 있는 분위기마저 놀라운 표현력을 통해 작품에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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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북한에 방문했을 때 제작했던 작품인 <조선의 학생> 같은 경우를 보면, 그가 인물화에서 보여 준 놀라운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생은 사실감 넘치는 색조로 구현되어 있는 야외의 햇빛 아래에서 살짝 상기된 얼굴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때, 그의 모습은 마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우리에게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 올 것만 같은 생동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분홍빛 도는 하늘과 그 아래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조선의 풍경은 밝은 파스텔 톤의 색조로 구사되어 있어 평화로운 한 때를 보여 주고 있어 변월룡이 사실성과 색조의 중요성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을 구현해내려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로 하여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요?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왜’ 주목받는 작품인 것인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변월룡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수학하고, 한국에 있기보다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시간이 더욱 길었지만 ‘한인 화가’라는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결실은 그의 작품, 작품마다 드러납니다.

따라서 <조선의 학생>에서 살펴 볼 수 있는 메시지는 아마 시대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체성을 잃지 않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비록 러시아의 소셜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했지만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이점으로 삼아 정체성을 지키고, 조선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으니까요. <조선의 학생> 외에도 <북한의 모내기>, <무용가 최승희> 등의 작품을 남기기도 했던 변월룡은 건강 악화로 불가피하게 러시아로 가 있게 되었던 상황에서도 북한의 사진을 보내 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하기도 하는 등 조국을 향한 사랑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월룡을 보다 주체적인 인물로 이해하고, 러시아의 한인 화가라는 복합적 위치에 놓여 있는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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