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에서 느낀 감정

그때 느꼈던 경외심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글 입력 2021.06.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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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아직도 내가 마드리드에 있다는 것이 신기함을 느낀다. 내가 어릴때부터 꿈꿔온 배낭여행을 와있다는 것과 멋진 탐험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침잠마저 달아나게 만들었다. 특히나 오늘은 마드리드가 아닌 근교 '톨레도'라는 도시를 방문할 예정이었기에 더 설렘에 취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톨레도는 과거 성벽으로 둘러쌓인 요새도시이자 스페인의 옛 수도였던 곳이라고 한다. 오랜 역사 속 여러 왕국의 수도를 거친 후 유대교와 카톨릭, 그리고 이슬람교가 모두 공존하면서 이질적인 문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수세기 전에 성모 마리아가 천국에서 내려와 방문했다던 톨레도의 대성당과 떠나온 고향이 생각난다는 전망대 풍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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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기차를 타고 톨레도에 도착했지만 좋지 못한 날씨는 아쉽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톨레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주변 카페 안쪽에는 차 한잔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어 당연스럽게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순간만큼은 지금 눈앞의 풍경이 모두 내 것이었다. 커피 한 잔 값으로는 꽤나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멋진 풍경이었지만, 카페 주인은 이 풍경에 익숙해진 듯 무심한 표정이였다.

 

톨레도는 이슬람 문화의 흔적으로 좁은 골목길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좁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불편하기도 하지만, 저 골목길 너머에서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하는 두근거림과 기대감에 살짝 설레기도 한다. 이 순간만큼은 지금이 바로 중세 시대가 아닐까?라는 상상에 빠지게 만드는 풍경과 건물들이다. 요새 도시답게 성벽과 오래된 건축물들이 역사를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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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이는 톨레도 대성당. 저 멀리 대성당이 보이자 내 가슴은 점점 빨라졌다. 아직 유럽 초보인 나에게 저렇게 큰 대성당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워낙 카톨릭이라는 종교의 힘이 엄청나기때문에 각 도시의 대성당을 보는 것은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건축물 앞에 다다르자 영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대성당은 나라는 존재의 인간을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하늘에 닿을듯 높게 뻗어있는 성당은 마치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외심이 드는 존재였다. 아이러니하지만 신도 괴물도 아닌 인간이 건축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의 건축물을 보며 나는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 한번 인간의 위대함을 느낀다.

 

보통 건축물은 그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옛날부터 그 시대 사람들의 지혜와 노동이 집약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인간에게 비어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겉으로 보이는 압도적인 크기에 사람들은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또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지리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건축되었기에 그 도시의 정체성이 잔뜩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건축물에 들러야 해당 도시에서의 미션을 달성한 느낌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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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모습에 말문이 막힌다. 나와 같은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는 큰 건축물과 조각을 이렇게 완벽하고 세심하게 만들 수 있으며, 또 이런 압도감을 줄 수 있는지. 손 닿을 수 없는 저 높은 천장과 거대한 조각들은 나를 내려다 보며 인간을 한 없이 작게 만들었고 경외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건축가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한 종교를 향한 것인지 모르겠다.


대성당까지 돌아본 후에는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야경을 즐기러 번화가 쪽으로 나갔다. 마드리드에 그래도 하루 이틀 있었다고 벌써 눈에 익은 풍경들이다. 내 앞으로 마드리드 우체국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다지만 과거에는 우체국과 전기 통신 건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산책할 겸 마드리드를 쭉 들러보다가 멋진 건물을 발견한 것이다. 참 멋있다. 넋 놓고 감상하고 있는 내 양 옆으로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제는 익숙한 건물이지 않을까 생각이든다. 톨레도에서의 카페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그리고 마드리드에서 아마도 퇴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해져 버려 당연한것들이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다.

 

나 역시도 평소에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새로움과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것을 느끼고 싶어 무작정 떠나온 나도 정작 내 주변의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산건 아니었는지 생각이 든다.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노래 '혜화동' 에서

 


[조재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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