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뻔한데 뻔하지 않은, '놀라운 토요일' [드라마/예능]

놀토에 스며들다
글 입력 2021.06.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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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특정 프로그램을 매주 챙겨보는 일이 조금은 인색해졌다. 미룬 과제를 해야 한다거나, 코앞에 놓인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거나, 약속이 생겨 밖을 나간다거나 등 늘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다양했기에 드라마나 예능에 몰입해 매주 시청하는 일은 먼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튼 티브이에서 우연히 접한 방송이 재미있으면 그제야 뒤늦게 클립 영상을 몰아보는 일이 대다수였고 대부분은 거기서 그쳤다.

 

이런 나에게 매주 같은 시간 티브이 앞에 앉아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습관을 길러준 방송이 있다. 바로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이하 놀토)이다.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든 ‘놀토’는 tvN에서 방영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주로 시즌제 프로그램을 다루는 tvN에서 '놀토'는 조금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다.

 

지금이야 많아진 인기 덕분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연예인들이 꽤 있지만, 처음부터 모든 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초창기만 해도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을 모아 놓고 한다는 게 겨우 쟁반 노래방이냐는 비난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사 맞히기라는 뻔한 포맷, 스튜디오 예능에서의 다 인원은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지표로 여겨지진 않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열심히 챙겨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뻔한 포맷으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단순히 노래 가사를 맞춘다는 게 웃음 포인트가 될 수 있나, 하는 생각과 티브이만 틀면 수도꼭지처럼 흘러나오는 재방송에 반하는 청개구리 심보로 피할 수 있을 만큼 피하고 외면했다. 그러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재방송에 결국 백기를 들었고, 밥 먹으면서 틀어나 놓자는 생각으로 처음 마주한 ‘놀토’는 이유 모를 이끌림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놀며 들었다.

 

*놀며 들다: ‘놀토에 스며들다’라는 뜻으로 최근 ‘최준에게 스며들다’를 ‘준며들다’로 표현한 유행어를 응용

 

 

 

1. 멤버들의 케미


 

놀며 들게 된 이유의 가장 큰 비중은 단연코 멤버들의 캐릭터와 그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케미이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일은 어느 예능에서든 가장 우선시된다. 더욱이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는 다 인원 프로그램인 경우 자칫 한두 명쯤은 병풍으로 전락해 분량이 실종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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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에서는 출연자 전원이 자신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지녔다. ‘엽이에나(하이에나처럼 빠르게 정답을 주워 먹는 신동엽)’, ‘놀토의 보물(큰 웃음을 주는 김동현)’, ‘키어로(키+히어로)’, ‘붐청이(붐+멍청이)’ 등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캐릭터들은 그 속에서 마찰과 협력을 통해 각종 라인까지 탄생시켰다. 약속의 땅 멤버들(간식게임 취약자인 신동엽, 피오, 김동현, 넉살, 한해), 바보남매(김동현과 태연), 한기범(키와 한해의 본명을 합친 말) 등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된 라인은 회차마다 각기 다른 멤버들이 여러 방면에서 골고루 웃음을 자아내게 해주는 원천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티브이 속 영상에 금세 몰입하기 마련이고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기도 한다. 한 프레임 안의 출연자들 간에 어색함이 느껴지면 괜스레 보는 사람까지 불편해지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방면에서 바라본 ‘놀토’는 가족과도 다름없었다. 잦은 회식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방송이라는 일을 하는 그들은 마치 가족처럼 편안한 사람들과 몇 시간 동안 재밌는 게임을 하는 것만 같았다. 제작진들까지 전부 친할 정도로 친목에 진심인 그들의 모습이 케미를 더 빛나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2. 시청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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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은 퀴즈 형식이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되고 자신이 출연자라도 된 듯이 열심히 문제를 풀곤 한다. 정답을 알 때 당장이라도 티브이로 들어가 알려주고 싶은 답답함과 자신이 생각한 답이 옳았을 때 오는 희열감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간을 더욱더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이 노래와 간식 게임을 직접 제보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다. 늘 제작진들이 해오던 고민과 권한을 시청자들에게 공유함으로써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시청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방송에 알릴 기회와 채택될 때의 성취감, '놀토'의 상징 중 하나인 강냉이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 팬들이 자신의 가수와 곡을 알리기 위해 게시판에 열심히 노래를 제보하고, 채택되었을 때의 기쁨을 SNS에 널리 퍼트리기도 한다. (참고로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다. 나도 게시판에 올린 적은 있으나 결국 채택되진 못했다.)

 

 

 

3. 간식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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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총 1, 2라운드와 그사이에 존재하는 간식 게임으로 구성된다. 초창기의 간식 게임은 인터미션에 불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꺼운 존재감을 띄며 본 게임 못지않은 분량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간식 게임은 철저한 개인전으로 꼴찌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간식을 얻는 방식이다. 시청자들의 제보와 제작진들의 아이디어로 다양하게 구성되는 만큼 매 회차 다른 게임을 진행하고, 그 속에서 퍼포먼스와 개인기를 선보이며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생성해낸다.

 

 

 

4. 매일 다른 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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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는 매회 출연자들이 한 가지 주제에 걸맞은 분장을 한 채로 녹화를 진행한다. 주로 게스트의 방문 목적이나 특징이 담긴 주제가 선정된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방영한 성시경, 최준 편에서는 성시경의 마스코트인 ‘잘 자요’에 맞는 잠옷 차림과 최준의 특징인 쉼표 머리를 출연자 전원이 골고루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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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따른 분장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게임이 과열되다 보면 출연자들끼리 내기를 하곤 하는데, 이때 내기에서 진 사람은 파격적인 분장을 선보이는 것이 이들의 룰이다. 주제에 맞는 분장과 벌칙 분장, 짧은 오프닝에도 곁들인 시각적인 재미 역시 ‘놀토’의 인기에 톡톡히 한몫했음이 틀림없다.

 

 

 

5. 아름다운 노랫말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놀토’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방송이었다. 주로 초등학생부터 20·30세대로 이루어진 주 시청자 집단은 연령대와 지식에 따른 저마다의 문해력을 지닌 집단이었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부족함을 누군가는 풍부함을 자랑한다. ‘놀토’는 이들에게 노래 가사를 통해 비문, 발음, 맞춤법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출연자들 역시 단순히 청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맥과 상황을 전부 고려해가며 빈칸을 하나씩 채워나간다. 더불어 가사를 한 글자 한 글자 맞춤으로써 멜로디에 묻혀 존재감이 희미해진 아름다운 노랫말을 한 번 더 곱씹을 수 있었다.

 

*

 

실제로 제작진은 시간에 맞춰 편집하는 것이 힘들 만큼 재밌는 분량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는 늘 미공개 영상들이 즐비하다. 편집하는 데 애를 먹일 거로 추측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면 증가한 출연자의 수이다. 초창기보다 출연자 수가 월등히 많아지면서 개인 분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했지만, 그런데도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와 인기는 굳건했다.

 

어쩌면 평소 멜로디보다 가사를 더 선호하는 나는 처음부터 놀며들 운명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 부단히 노력해온 4년, 앞으로의 4년, 그 이후의 시간도 토요일 저녁 웃음을 책임지는 승승장구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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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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