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로스쿨 ; 정의를 논하다 [드라마]

드라마로 배우는 법정 이야기
글 입력 2021.06.10 10:1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스쿨을 알게 된 건 유튜브의 알고리즘 덕분이었다. 아마 내가 아닌 많은 사람이 해당 영상을 통해 '로스쿨'이라는 드라마를 알게 되고, 그 순간부터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 JTBC DRAMA의 '로스쿨' 영상을 통틀어 가장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상하게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사소한', 하지만 '큰' 차이를 좋아한다. 쉼표 하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정답을 예단하여 쓴 99%와 홀로 다른 답을 쓴 1%. 평소에는 '고작' 쉼표이지만 영상 속 로스쿨 학생들에게는 절대 '고작' 쉼표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이 영상을 두 번째 시청했을 때부터 로스쿨을 찾아보며 결국엔 본방 사수까지 하게 되었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우선 드라마 자체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전개가 굉장히 빠르다. 고구마를 느낄 새도 없이 이어지는 사이다는 보는 사람이 드라마를 더욱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억지 러브라인이 없다는 것 또한 한몫했다. 배우 송중기의 성공적인 복귀작이자 전여빈의 인생 드라마라고도 불리는 '빈센조'는 무수한 찬사 속 '억지 러브라인이 아쉽다'라는 혹평을 피해갈 수 없었다. 과거에는 남X녀 간에 러브라인이 드라마를 이끄는 한 축이 되었다면, 이제는 그 판도가 바뀐 것이다.


로스쿨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여 드라마 초기에 '억지 러브라인은 없으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로스쿨은 그 말을 저버리지 않았다. 16부작으로 끝난 만큼 충분한 관계의 결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다만 친구로서, 그리고 친구와 연인 그사이의 관계로서 한준휘(김범)와 강솔A(류혜영)은 최고의 케미를 보여주었다.


날카롭지만 학생들을 위하는 양종훈 교수, 똑똑하고 세심하며 정의를 실천하는 한준휘, 항상 의욕이 앞서지만 매화가 진행될수록 성장하는 강솔A, 그리고 '스터디원'이라는 이름 아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는 일명 '로스쿨즈'는 드라마 '로스쿨'이 왜 예능 홍보 한번 없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려준다.


 

 

착한 법정 드라마


 

여기까지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로스쿨'이 보여주는 현실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로스쿨이 최대 장점은 법을 '쉽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법정 용어를 연달아 나열해 놓으며 서로 누가 더 많이 아는지 지식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 용어를 가지고 싸우면서도 뒤에 설명을 풀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법알못'을 위한 참 잘 만들어진 대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로스쿨은 절대 사회적인 이슈들을 지나치지 않는다. 정치인과 검사가 서로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꽤 많은 영화/드라마에서 쓰이는 소재이지만, 그 큰 축 안에서 또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 및 몰카', '피의사실공표와 알 권리',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은 현재도 사회 내에서 크게 다루어지고 있는 문제이다.

 

로스쿨은 이러한 주제를 가감 없이 다루며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의 정의가 맞는가? 나의 정의가 틀렸는가? 그렇다면 과연 정의는 무엇인가?

 

 

[크기변환]justice-2060093_1920.jpg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최근 더욱 예민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우리나라 안에서 크게 악용되고 있는 법 중 하나인데,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 대해 -비방 없이- 이야기를 하기만 해도 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법안은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님에도 밝히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하여 타인이 마음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법안이 악용되고 있다. 로스쿨은 이 핵심을 찔렀다.


데이트 폭력도 마찬가지이다. '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되었던 '데이트 폭력' 문제를 로스쿨은 세세하게 다루었다. 데이트 폭력과 가스라이팅, 그리고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법안까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에서 남자친구에게 상해를 입힌 피고인으로 전락한 전예슬(고윤정)은 마지막까지 연인간/부부간 폭력에 저항한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고분 고투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회적 논란을 다루면서 친절한 용어 설명까지 해주는 드라마. 최고의 법정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로스쿨을 보내며



시즌 2가 있기를 바랐지만, 공식 입장으로 시즌 2가 없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박수칠 때 떠난다는 제작사 측의 의견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아쉽지만.


16부작이라는 짧은 스토리 안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다 보니 마지막 화는 그동안의 로스쿨과 다르게 많은 걸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이것이 로스쿨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결말이지 않을까 싶었다.


해피엔딩으로 결말은 났지만, 활짝 열리지도, 그렇다고 꽉 닫히지도 않은 반쯤 열어놓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러브라인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로스쿨'이라는 법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드라마를 이렇게 보내주게 되었지만 당분간 그 속에서 살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는 2021 최고의 드라마였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131.jpg

 

 

[안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