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사회와 소통하는 디자인, 4명의 거장 그들이 지향하는 세계 - 장 프루베: 더 하우스

글 입력 2021.06.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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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에 위치한 헨리베글린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색다른 전시가 열렸다. 르 코르뷔지에와 장 프루베의 명성을 국내에서 느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였다.

 

마침 최근 들어 개인적인 계기로 인해 가구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기에 더더욱 주저할 새가 없었다. 그렇게 달려갔던 전시에서 르 코르뷔지에와 장 프루베는 물론이거니와, 또 다른 거장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올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인테리어란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가구가 필요할 때면 오직 기능적인 측면에만 중점을 두어 구매하곤 했다. 개인적인 공간이 생긴 최근에 들어서야 인테리어와 가구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이것 저것 살펴보다 보니 학사 때 들었던 가구디자인 교양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에도 인기가 많은 수업이었는데, 티켓팅에 익숙했던 나는 수많은 인파를 뚫고 가구 디자인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수업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르 코르뷔지에와 장 프루베에 대한 교수님의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 수업이었다.

 

가구 디자인, 인테리어 쪽에는 문외한이었던 나는 당시 교양수업과 교수님 덕분에 처음으로 가구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렇게 르 코르뷔지에와 장 프루베를 만났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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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교양 수업의 기억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르 코르뷔지에, 장 프루베의 이름을 마주치면 여전히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다.

 

우연히 [장 프루베:더 하우스] 전시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어김없이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난 전시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무색한 전시였다. 그리고 프랑스 대표 건축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이던 4명의 거장들 중에서도, 특히나 ‘샬롯 페리앙'에 대한 여운이 길게 남았던 전시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 프루베의 예술적 철학이 곳곳에 녹아든 작품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 볼 수 있다. 목재 가구가 주를 이뤘던 당시에 유일하게 금속 재료를 활용한 가구를 디자인했던 장 프루베, 그의 우직한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는 실용성, 기능성을 중요시 여기면서 미적, 사회적 측면의 기능 또한 가구에 녹여낸 거장으로 알려져있다.

 

사실 그가 금속 재료를 사용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과거 대장장이의 공방 견습생으로 일을 하면서 금속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연히 접한 금속이 훗날 튼튼하고도 실용적인 가구 디자인을 지향하는 장 프루베 본인에게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칠 줄, 본인은 알았을까.

 

웃기지만 이상하게도,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거구나. 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래서 더 재밌다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우연히 만난 것들이 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그런 이상하고도 건설적인 생각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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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루베의 미적 기능적 측면이 모두 돋보이는 작품들 중에서도, 조립식 주택은 단연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폐허가 된 땅에서 주거문제가 심각했던 피난민들을 위해 장 프루베가 고안한 주택이다. 이 임시가옥은 가구부터 집까지 모든 것을 휴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담아 운반, 조립, 해체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건축, 가구은 모두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워야한다. 라는 철학 외에도 디자인의 사회적 기능을 고민했던 장 프루베의 신념이 직접적으로 엿보이는 유의미한 작품이었다. 조립식 주택은 세월의 흐름을 곳곳에 지니고 있긴 했지만 여전히 견고한 자신만의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역사적 의미가 뚜렷한 조립식 주택 내부에는 장 프루베, 피에르 잔느레, 샬롯 페리앙,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이번 전시는 르 코르뷔지에와 장프루베를 만나러 갔다 샬롯 페리앙 그녀에게 빠져 돌아오게 된 전시이기도 했다.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실과 장 프루베의 아틀리에에서 일했던 페리앙은 20세기 초중반 사회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활약했던 대표적인 1세대 여성 디자이너였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르 코르뷔지에 스튜디오에서 거부당했던 그녀는 '지붕 아래의 바'라는 작품 작업을 통해 본인의 능력을 입증했고 르 코르뷔지에의 스튜디오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부당한 것들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신을 입증한 페리앙의 우직하고도 꼿꼿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페리앙은 잠시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을 살려 그녀만의 독특하고도 개성적인 가구 디자인을 이어나갔다. 그래서인지 전시에서 접했던 그녀의 작품들은 어딘지 모를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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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시에서 만날 수 있었던 '폼 리브레 커피 테이블'과 '누아쥬 책장'은 미적으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세련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깊었는데, 누아쥬 책장은 지금봐도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페리앙 그녀가 작업한 많은 작품들이 당시에는 장 프루베와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했다고 알려져있다 현재에 와서 페리앙 그녀가 디자인했다고 다시금 밝혀지는 중이라 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디자인의 측면을 중요시 여겼다는 페리앙의 예술적인 철학이 르 코르뷔지에나 장프루베가 아닌 그녀 본인의 이름과 작품들을 통해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게 되었다.

 

전시는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간대별로 예약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전시 측에서 시간대별로 작품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구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도슨트의 설명을 따라 각 작품들을 살펴보고 감상하면서 자신만의 감상시간을 가질 수 있다.

 

4명의 거장들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종종 들을 수 있었기에 여러모로 유익하고 알찼던 전시였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디자인과 결부시켜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해나갔던 4명의 거장을 장 프루베 더 하우스에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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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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