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주봐야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 - #위왓치유

글 입력 2021.06.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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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왓치유

#WeWatchYou

 

감독│바르보라 차르포바,비트 클루삭

장르리얼 다큐멘터리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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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평범한 집처럼 꾸며진 3개의 세트장,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모니터 앞에 선 배우들.

 

계정 개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접촉해왔으며 열흘 간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 등을 시도하는 남성은 총 2,458명이었다. 그리고 우린 그 중 21명과 대면하게 된다.

 

범죄의 형식이 온라인으로 확산된 언택트 시대. 성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충격적인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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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연출된 상황, 그 속의 불편함


 

'디지털 성범죄'라는 아주 예민하고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직시해야만하는 주제를 가감없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위왓치유. 이 영화의 한 줄 소감을 달 수 있다면, 살면서 본 영화 중 '가장 끝까지 보기 힘든 영화'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3명의 배우, 그들의 실제 유년기 소품들과 추억을 고스란히 옮겨온 12~13살 때의 방, 가명과 합성 사진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연출되어 있다는 '허구'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그들에게 접근하는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민낯이 너무나 저열하고 메스꺼워 '제발 이 결과가 허구였으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배우들은 역한 욕망을 어린 아이들을 통해 해소하는 가해자들에게 진심의 공포와 부담, 심리적 압박감과 괴로움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다시 영화를 지켜보는 관람자들에게 전이되어 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불편'해지도록 한다.

 

영화는 가해자들의 얼굴을 이목구비만 남긴채 아주 심한 가우시안 블러 기법을 칠해 짓뭉개진 것처럼 표현한다. 마치 어노잉 오렌지에 나올 것 같은 기괴한 형상이 된 가해자들의 눈빛에서는 어린 피해자들의 삶에 대한 어떠한 연민이나 동정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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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가해자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12살, 13살의 어린 사람이라해도 괜찮다. 단, 너만 괜찮다면'이라는 말로 자신의 욕구가 아닌 피해상대의 욕구에 의해 상호가 동의한 것이라는 족쇄를 채운다. 과연 이 관계가 정말 상호의 의사를 공평하게 반영하는가?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옷을 벗기 싫다거나,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거절의 의사를 표하면 게속해서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방법을 취해 자신의 욕구를 강요한다. 결국 '너만 좋다면'이라는 말은 곧 자신의 알량한 죄책감 혹은 책임을 덜기 위한 비겁함일 뿐이다.

 

이들 모두가 스스로의 행동에 떳떳함이 없다는 것은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우리만의 비밀로 하자거나, '너의 반 친구들, 선생님, 부모님이 이런 대화 내용을 알게 유포할거야.'라는 것에서 반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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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을 딱 한 사람 꼽아보라하면, 냅다 자신의 성기를 주무르며 어린 피해자들을 상대로 흥분감을 감추지 않는 가해자들 모두가 제외된다. 이들의 저열함은 일인분 몫의 인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그 행동이 너무나 흡사해 거대한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그 속에서 블러를 거치고 나타나 진심어린 조언으로 자신의 몸을 지키고,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길 권했던 한 남자만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 또한 똑같이 익명 SNS 플랫폼에서 대화상대를 찾고자 채팅에 접속했지만, 그의 목적성은 순수하게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그 자체에 있었다. '대화'란 상대방과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 아니던가. 배우들을 눈물짓게 했던 진심에 모두가 숙연해졌던 이유는 '이런 사람도 있었어.'라는 한 배우의 말처럼, 그들이 12살 여자아이이던, 20대 여성이던, 30대 남성이던 개인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각각의 인격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대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리라.

 

영화의 막바지, 배우들은 연기하던 12세 소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성인여성의 본모습으로 돌아가 스태프들과 함께 가해자들을 직접 만난다. 지금의 자신은 몇 살로 보이는지, 그 행동이 얼마나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는지, 당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반복해서 묻는다.

 

통쾌한 처벌 결과나 권선징악의 보여주는대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디지털 성범죄의 실상과 그들을 추격하고 있는 올바른 어른들. 그리고 계속해서 나타나고 회피하길 반복하는 가해자들과 그 속에서 곯아가는 10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영화에 할 얘기가 많은 사람들이 참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들의 말대로 이 영화가 단순히 가해자들의 신체일부가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그 표현이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가 되는 것은 어설픈 성교육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이야기이다.

 

성별과 연령에 무관하게 이 영화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각자만의 소견을 가졌으면 좋겠다. 차마 입 밖으로 모든 감상을 나눌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어른들이 먼저 어린 10대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사회가 될 때까지는 각자의 기억에 이 10일 간의 기록이 새겨지길 바란다.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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