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죽음의 덫에 들어가시겠습니까? - 연극 데스트랩 [공연]

글 입력 2021.05.3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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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빼앗고 싶은, 빼앗길 수 없는 데스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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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때 잘나갔던 스릴러 극작가인 중년 시드니 브륄은 작품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글은 제대로 써지지 않고 최근 이렇다 할 좋은 극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현재는 부인, 마이라 브륄의 재산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듯하다.

 

한편 시드니의 세미나에 참석했던 학생, 클리포드 앤더슨은 이 시드니 브륄을 아주 좋아하는 팬이기도 했던지라 그의 첫 작품 <데스트랩>을 시드니 브륄에게 보내어 의견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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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브륄은 대본을 읽자마자 자신이 빼앗고 싶은 <데스트랩>임을 느끼게 된다.

 

구성, 웃음 포인트, 분량 모두가 완벽하다고 생각해 이를 빼앗을 계획을 세우게 된다. 스릴러 극작가인 만큼, 범죄의 구성을 치밀하고도 교묘하게 실행해나간다. 하지만 함께 사는 부인, 마이라 브륄은 이러한 계획을 두려워하고 막으려고 애쓴다. 결국 클리포드 앤더슨은 시드니 브륄 집에 방문한다.

 

 

 

2021년 나의 첫 대학로 연극


 

시놉시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연극이었다.

 

이 작품은 꾸준히 대학로에서 올라오고 있는데, 예전부터 한번은 보고싶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다 보니 여러 이유로 보지 못했다. 스릴러 연극이라는 테마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놓칠 순 없단 생각이 들었고 유튜브 <혜화로운 공연생활>에서 송유택 배우님이 열심히 공부방송 비스무리한 라이브를 진행하시는 것을 보고 이 정도 열정으로 연극을 소개하고 알리신다면, 극장에 가서 후회는 안 할 재밌는 관극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믿음 아래 표를 구해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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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 만에 간 대학로는 생각보다 활기찼고 사람들이 북적댔다. 오랜만에 온 대학로에서 설렘을 느낄 수 있었고 극을 보기 전부터 이미 좋은 선택을 했다는 마음에 행복한 기분으로 행복하게 객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체온을 재고 관객 출입명부를 꼼꼼하게 제출하고 보다 안전하게 거리 두기제에 동참하여 안전하게 관람하였다. 사실 가기 전에는 사람이 많은 극장에 가는 것이 무섭기도 했지만, 이렇게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며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작년부터 지금까지 공연장에서 추가 전염이나 사건들이 없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럴수록 안심하기보다 서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부터 소독이나 위생에 철저히 행동하였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다.


 

2021년 최고의 반전 스릴러라는 소개 아래, 평소 스릴러 장르물을 좋아하는 나로서 <데스트랩>이 첫 스릴러 연극이 되어 만족스럽다. 어정쩡하게 관객들을 놀래키지도 않고, 심장을 조여오는 포인트들을 심심하지 않게 극 곳곳에 배치해두어서 쫄깃하게 마지막까지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놉시스만으로는 연극 전체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도 없다. 아무리 스릴러를 많이 본 사람이라고 해도 연극 끝 마무리까지 예상할 순 없을 것이다. 나는 과거 프레스콜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어서 초반은 예상대로 흘러갔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전혀 상상할 수 없게 흘러간 것 같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블랙 코미니 스릴러 기록을 가진 이유를 알 것 같은 연극이기도 하였다. 보고 나오자마자 함께 본 지인들과 '와우.... 진짜 이건 상상도 못 했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전에 반전을 더했다는 글귀는 보고 갔지만, 이 정도로 줄거리가 엎어지고 뒤엎고 또다시 엎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웃음 포인트도 적절히 분포되어 있었고 '엥'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맛있게 양념한 연극이었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며 글을 쓰고자 하지만 시놉시스 이외의 모든 것들이 스포일러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은 이야기를 해야 글이 전개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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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마이라 브륄이 남편 시드니 브륄의 범죄를 말릴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그의 집을 찾아온 클리포드 앤더슨을 죽이고 <데스트랩>을 자신의 극으로 만든다. 여기서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는 상황이 끝나자마자 반전이 이어지는 것이다.

 

첫 번째 반전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약간은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이다. 사실은 클리포드 앤더슨을 죽인 것이 아니라 자꾸 성가시게 구는 부인, 마이라 브륄를 없애기 위해 둘이 함께 연기한 것이었다.

 

부인이 사망하여도 그 사망원인으로 적절히 둘러댈 수 있는 지병인 심장병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놀래켜서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함께 죽인 줄 알았던 클리포드 앤더슨이 창문으로 뛰쳐 들어와 남편 시드니 브륄을 잔인하게 폭행하고 죽이는 장면을 눈앞에서 연출하였고, 결국 그녀는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그렇게 첫 번째 반전이 시작되고 그 이후 정말 'death trap' 말 그대로 죽음의 덫 속에 등장인물들은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자칫하면 의미 없는 죽음의 연속으로 루즈해질 수 있는 전개의 분위기를 주변 인물인 심령술사 헬가 텐 도프와 변호사이자 시드니의 친구인 포터 밀그림이 환기해준다. 특히 영적 초능력을 가진 유명 네덜란드 심령술사가 시드니 브륄 옆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고통의 기운을 느끼며 조심하라고 이야기해 주는 부분들은 복선 역할을 하며, 관객들이 어떻게 그들이 데스 트랩에 걸리게 되는지 예상하게끔, 이 극에 빠져들게끔 만든다.

 

이 극의 반전은 극이 끝나고도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일어난다. 관객이 계속 의심하고 추궁하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의미에서, 훌륭한 스릴러물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덫


 

마지막까지 그들은 데스트랩에서 빠져나올 생각도 없이, 오히려 이 죽음의 덫에 걸어 들어간다.

 

나 또한 다른 의미로, 이 극 자체가 극 중 극의 형식을 한 것인지, 진짜로 죽었는지, 다시 마이라 브륄이 살아서 결국 이 <데스트랩>은 마이라 브륄의 작품이 아니었는지 상상하고 고민할 정도로 덫에 걸린 것처럼 끝까지 정신을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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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은 결국 결말은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죽음의 덫에 스스로 입장해 발을 걸어놓는다. 마지막까지 이 매혹적인 빼앗길 수 없는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행동들을 통해 이 극이 왜 블랙코미디 스릴러인지 잘 느낄 수 있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 저지르는 범죄, 그리고 천둥번개가 휘몰아치는 시드니 브륄과 클리포드 앤더슨의 이야기를 함께 하다보면 길 것 같았던 120분의 연극도 어느새 끝나 있다.

 

갑자기 더워지고 벌써 장마가 시작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비가 많이 오고 있는 요즘, <데스트랩>을 본 날에도 천둥번개가 몰아쳤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저번 주엔 보름이 되어 보름달이 뜬 날이 있었다. 보름달과 천둥번개까지 딱 요즘, <데스트랩> 보기 딱 좋은 구실이 완성되었다.

 

당신도 빼앗고 싶고,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죽음의 덫에 들어가보지 않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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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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