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비극의 한 단면 - 오페라 토스카

글 입력 2021.05.3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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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시놉시스

 

 

1800년 로마, 자유주의 화가 카바라도시는 정치범으로 수배되어 쫓기고 있는 친구 안젤로티를 작업 중이던 성당에 숨겨준다. 마침 성당을 찾아온 카바라도시의 연인 토스카는 어딘가 수상한 모습에 그의 바람을 의심하고, 그때 도망자를 추격하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가 들이닥친다.


평소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스카르피아는 눈엣가시였던 카바라도시를 체포하여 갖은 고문을 일삼고 목숨의 대가로 토스카에게 하룻밤을 요구한다. 카바라도시와의 도피를 위해 거래를 요구한 토스카는 결국 스카르피아를 살해한다. 하지만 카바라도시는 총살당하고,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토스카는 괴로워하며 성 위로 뛰어올라가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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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첫 오페라 감상의 여운

 

 

평소 콘서트는 곧잘 즐기는 편이었는데 연극,뮤지컬 같은 공연은 어쩐지 어렵게 느껴져 관람해본 적이 없었다. 특히 오페라는 학창시절 음악시험을 위해 유명한 곡 몇 개를 들어본 경험이 기억의 전부로 남아있었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오페라 「토스카」를 접했을 때 '오페라를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설렘이 무척 컸다. 오페라의 원어를 이해하지 못해 극의 흐름을 못 따라가면 어쩌지 걱정하며 시놉시스와 후기를 읽고 또 읽어보며 공연장으로 행했었다.

 

전시를 보러 예술의 전당에 갔을 때는 무척 익숙한 동선이었고, 편안한 느낌이었는데 오페라 극장으로 들어서니 공간이 주는 느낌부터 화려해서 무척 놀라웠다. 확실히 '오페라'이기 때문일까? 관람하러 오신 분들의 대부분이 연배가 있으신 어른분들이어서 그 틈에서 무척 낯선 기분이었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이 하루가 무척 소중한 하루이셨을까. 하나같이 머리를 멋지게 손질하시고 격식을 차린 옷매무새이셔서 '역시 오페라'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원어를 따라가지 못해 극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라는 예상은 어르신분들의 품위에 묘한 긴장감으로 변했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었던「토스카」는 무대 위 쪽에 큰 디스플레이로 한국어 해석 자막을 하나하나 적어주셨다. 자막과 배우 분들의 싱크는 완벽했고, 인터미션 때도 같은 화면을 통해 안내해주어서 관람자로서 편안함을 느꼈다.

 

시놉시스 스토리와 동일하게 흘러가는 오페라였기에 더욱 극을 이해하기 쉬웠고, 배우분들의 감정선과 가창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분야에 대해 무지한 나에게도 완벽한 몰입을 하게 해주는 멋진 공연이었다. 인터미션 때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어떤 파트에서 A역할의 배우가 첫 톤을 너무 높게 잡은 것 같지 않았어?'라는 말이 들려오기도 했는데, 나는 '그랬던건가?' 싶을 정도로 음악감상에 무지했기에 오히려 더 순진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미술을 전공해오는 사람으로서는 언젠가부터 스스로가 새삼 전시를 참 재미없게 감상하는 사람이 된 것 같고, 되려 미술의 'ㅁ'도 모르는 것 같은 친구들이 너무나 빛나는 눈으로 한 폭의 그림에 감동받고 전시장 안의 많은 요소들을 즐기던 것이 떠올라 예술이란 것을 '이해'하는 것과 '감상'하는 것 사이에는 참 큰 맥락의 차이가 있고, 예술을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예술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선험적 과정이 따르는데 그 예술을 잘 이해하게 될 때 즈음이면 '즐겁게 감상'하게 되는 그 순수함이 어느새 홀연히 나를 떠난 기분이 들어버린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첫 오페라를 통해 예술을 대할 때의 환희와 신비로움에 대해 아주 간만에 느낀 것 같아서 감사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소리, 마이크 없이도 홀을 가득 채우는 아름답고 큰 울림의 노랫소리들, 화려한 무대와 의상 연출들... 막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이따금 찬사를 보내는 관객들의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공연 요소로 느껴졌다. 이런 기쁨을 위해 사람들이 오페라를 보러오는 것이겠구나.


 

 

03

아름다운 무대, 잔혹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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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막으로 이루어진 이번 극에서 가장 인상깊던 장면은 성가대가 합창을 하며 무대 위로부터 거대한 스테인드 글라스 십자가가 내려오는 장면이었다. 스카르피아의 완악함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마치 선-악의 대비구조를 드러내듯 돌림노래처럼 스카르피아의 작렬하는 대사와 성가대의 높아지는 합창의 조화에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십자가가 무대 중앙을 가리며 1막이 끝났을 때 '이 맛에 오페라를 보러 오나보다!'하는 생각에 휩싸였다.

 

시놉시스가 정해져 있기에 결국 오페라는 스포일러를 봐버린 상태로 추리소설을 읽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봐도 짜릿한 것이 오페라의 묘미고, 그것을 가능케하는 요소가 배우들의 연기와 실력, 무대가 주는 압도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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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꼽고 싶은 명장면은 2막에서 스카르피아와 토스카가 대치하는 장면이었다. 괴로워하던 토스카가 칼을 꽃으며 절규하는 장면은 오히려 마지막 장면보다도 극적으로 느껴졌다. 스카르피아의 욕망과 토스카의 절망이 쉴 틈 없이 오가고, 밤의 여왕 아리아로 유명한 고음과 같은 소름이 토스카의 절규에서도 느껴질 때 오페라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극에서 토스카의 의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1막에서는 강한 비리디언 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사랑에 빠진 여인의 질투와 애교를 보이던 토스카가 2막에서는 검은 망토와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표효하며 사랑하는 애인과 살아남아 도주하고자 칼을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물의 이미지와 감정을 의상으로, 극의 분위기는 무대로 해석하는 연출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이 부분이 콘서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극의 매력이었다는 생각.

 

누군가 내게 볼만한 오페라, 혹은 즐겁게 관람했던 오페라가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토스카를 답할 것 같다. 이 오페라를 관람한 덕분에 콘서트가 아닌 다른 분야의 음악 공연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오페라 토스카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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