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할리우드도 변화할 때가 왔다 [영화]

글 입력 2021.05.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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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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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역사를 자랑하는 골든글로브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되고 있다. 톰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마크 러팔로를 포함한 많은 할리우드 배우는 트로피 반납과 성명서를 통해 골든글로브에 대한 반발을 표출하고 있다. 보이콧의 이유는 매해 시상식마다 불거졌던 인종, 성차별 논란 때문이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보이콧에 이어 NBC 방송은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최근 발표한 개혁안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HFPA가 제대로 변화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라고 비판하면서, 2022년에는 골든글로브 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너브라더스는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중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아마존이 HFPA에 뚜렷한 변화가 있기 전까지 모든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 선언했다.

 

 


보이콧의 이유, 골든글로브의 문제점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 HFPA가 그동안 전권을 휘둘러 오면서 권력을 쥐고 있었던 시상식이다. HFPA를 중심으로 구성된 시상식인 만큼, HFPA의 문제는 시상식 자체의 문제로 확산된다.


HFPA의 회원은 겨우 87명으로 이중 흑인 회원은 한 명도 없다. 또한, 한 번 가입하면 영구 회원으로 활동하며, 특정 국가 소속 회원들이 본인 국가의 다른 회원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경향이 있어 새로운 회원이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일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소수의 외신 기자들에게 돈을 쏟아부으며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고, 수상시키기 위해 부정한 일을 저지르곤 했다.


협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오스카가 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회원을 늘리며 기존의 관습과 문제점을 타파하려고 노력했다면, 골든글로브는 겨우 회원 20명 추가와 향후 2년 이내 회원수 50% 확대라는 안이한 대처만을 내놓았다.


HFPA의 구성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 위도우>의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은 과거 HFPA 회원들로부터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았고 성희롱을 당했다는 성명을 내며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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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에 따라 톰 크루즈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와 <7월 4일생>에 출연해 받은 두 차례의 남우주연상 트로피와 <매그놀리아>로 수상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반납하였으며,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크 러팔로 또한 성명을 내고 “HFPA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을 보게 되어 실망스럽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영화 매체 스크린랜트는 “할리우드가 HFPA를 완전히 거부한다면 골든글로브의 종말이 될 수도 있다”라며 골든글로브 존폐 위기를 언급했다.

 

 


골든글로브 달리 변화하는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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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20명 추가와 향후 2년 이내 회원수 50% 확대라는 안이한 대처를 내놓은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는 비교적 체계적이고 상사한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2024년 시상식부터 신설된 그들의 다양성 규정은 다음과 같다.


① 스크린 속 표현, 주제 및 내러티브

② 창조적 리더십과 프로젝트 팀

③ 산업 접근성 및 기회 

④ 관객 개발


아카데미는 이 4가지 기준 중 2가지를 반드시 충족시켜야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는 그동안 주류 영화에서 소외되어왔던 여성, 인종, 민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이 비중 있게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동안 #OscarsSoWhite(백인들의 잔치)라고 불렸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이러한 변화는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오스카는 소수자 규정 외에도 아카데미 회원 비율에 있어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회원 중 백인이 90%를, 남성이 76%를 차지하여 백인 남성 중심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그들이 유색인종과 여성 회원 수를 두 배로 늘린 것이다. 대중을 의식한 일시적인 변화라는 지적도 있지만, 의식했고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의가 존재한다.

 

 


아카데미 다양성 규정에 따른 역차별 논란


 

아카데미의 신설 규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역차별의 우려도 제기되었다. 영화가 예술의 영역인 만큼,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규정에 따라 제작한 영화가 작품의 질 향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제시한 4가지 기준 중 영화 스토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준도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제시한 4가지 기준 모두가 아닌 2가지만 충족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설 규정이 역차별이나 작품의 규격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아카데미의 행보가 시대 흐름에 편승했을 뿐이며 일시적인 변화일 것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발맞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최고 수준의 위상을 지닌 영화 시상식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다른 예술계의 시상식도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제껏 상대적으로 외면받아왔던 이들이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진정 평등한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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