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푸치니의 비극적인 멜로드라마, 오페라 토스카 [공연]

글 입력 2021.05.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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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한 편의 치정과 격정의 오페라 '토스카'를 보고 왔다. 코로나로 인해 문화공연이 잠시 주춤해졌음에도 많은 사람이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를 찾아온 것을 보고,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의 상단 화면에는 자막이 띄워졌고, 원형으로 돌아가거나 상하로 움직이는 무대연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

 

1800년 로마, 자유주의 화가 카바라도시는 정치범으로 수배되어 쫓기고 있는 친구 안젤로티를 작업 중이던 성당에 숨겨준다. 마침 성당을 찾아온 카바라도시의 연인 토스카는 어딘가 수상한 모습에 그의 바람을 의심하고, 그때 도망자를 추격하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가 들이닥친다.


평소 토스카에 흑심을 품고 있던 스카르피아는 눈엣가시였던 카바라도시를 체포하여 갖은 고문을 일삼고 목숨의 대가로 토스카에 하룻밤을 요구한다. 카바라도시와의 도피를 위해 거래를 요구한 토스카는 결국 스카르피아를 살해한다. 하지만 카바라도시는 총살당하고,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토스카는 괴로워하며 성 위로 뛰어 올라가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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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막으로 이루어진 오페라 '토스카'는 신기한 무대연출과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풍성한 공연이 되었다.


제1막은 안젤로티를 숨겨주는 카바라도시와 그를 의심하는 토스카, 카바라도시를 범인 은닉 혐의로 체포한 스카르피아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안젤로티의 동생이 그를 위해 준비한 옷을, 다른 여자의 옷이라며 혼란스러워하는 토스카를 안심시키기 위해 "토스카, 나에겐 바로 당신뿐이야."라고 말한다. 배우의 성량으로 극장을 한층 달아오르게 했던 장면이었다.

 

결백하듯 말하며 토스카를 안심시킨 카바라도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림 속 여자의 눈동자 색을 토스카 본인과 같은 검은색으로 칠해달라는 말을 남긴 토스카의 모습에 관객들의 잔잔한 웃음이 이어졌다.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카바라도시를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까지 할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극에 대한 반응이 관객석에서 쏟아질 때면,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오페라 등 극이 가진 기분 좋은 특징이다.


"폐하 만세"라며 꼬까옷을 입은 아이들과 사람들(성당합창단)이 장엄한 테데움(Te deum)을 부르며 막을 내린다. 관악기의 울림과 그에 지지 않는 스카르피아의 욕망 어린 당당함이 제2막을 기대하게 했다.

 

제2막은 스카르피아가 카바라도시를 고문하는 소리를 토스카에 들려주며 토스카에 안젤로티의 행방을 묻는다. 카바라도시를 풀어주는 대가로 토스카를 가지려던 스카르피아는 결국, 토스카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도망자 안젤로티도 배신당했다 생각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스카르피아를 향한 원망과 증오에 악에 받쳐 "스카르피아, 이 악마 같으니!" 소리치던 장면과 카바라도시의 비명으로 견딜 수 없다며 괴로워 울부짖던 장면에서는 토스카의 놀라운 성량을 느꼈다. 오페라 하우스 안에 울려 퍼진 울분이 극으로 치닫는 감정을 배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 깊게 몰입했다.

 

토스카의 유명한 아리아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울려 퍼질 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기댈 곳 없는 그의 감정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예술을 좋아하고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며 신을 열심히 섬겼는데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라는 내용의 아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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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은 공포탄으로 카바라도시를 총살 한 척하기로 했던 스카르피아와 토스카의 약속과는 달리, 사형집행관에 의해 실제로 총살당한 카바라도시를 보며 허탈과 절망에 빠진 토스카. 이어 그를 쫓아온 경찰을 뒤로하고 그는 지붕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다.


 제3막은 목동의 노래로 시작한다. '나의 한숨을 너에게 보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이라는 가사를 가진 아이의 솔로 곡에는 힐링이 함께했다. 맑은 목소리에 그간 열성적이던 어른들의 이야기를 한 줌 풀어주는 느낌과 앞으로 다가올 토스카의 운명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난 그의 심장에 칼을 꽂았어요." 말하는 토스카의 대사와 지붕에서 뛰어내리기 전 그의 노래는,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주는 한편, 고음으로 다시 한번 관객에게 전율을 선사한 부분이라 오페라가 끝나고도 여운이 남았다.


오페라 토스카의 140분의 여정은 우직하게 기승전결을 이어나간 극이었다. 한 여자의 사랑과 사회적 분위기, 우정과 배반으로 물들였고, 동시에 무대 앞의 오케스트라도 웅장함으로 극의 호흡과 오페라하우스 안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던 시간이었다.


푸치니의 음악을 얼마 전, 우연히 향유했었는데 이렇게 다시금 만날 수 있게 되어 새로웠고, 오페라를 포함한 '문화의 향유'에 새삼 매력을 느낀다. 코로나임에도 멋진 무대를 만들어 준 이들과 문화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계속되기를 고대한다. 더욱이 코로나 종식으로 거리 두기 및 마스크 없이 편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포스터-오페라토스카-13.jpg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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