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법, 아티스트 인사이트

당신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글 입력 2021.05.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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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진짜 타고났네"

 

흔히 '천재' 소리를 들을 법한 아티스트에게 하는 말이다. 음색이 예쁜 가수들에게도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목소리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니 정말 축복이라면서. 나도 으레 독보적인 목소리를 가진 가수들에게 이런 칭찬을 하곤 했는데, 어떤 가수의 인터뷰를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그 역시 타고난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음악이 어떻게 차별성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낼 수 있는 음색을 계속 녹음하고 또 들어보며 연구해서 지금과 같이 노래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사랑받는 아티스들 중에 일정 부분 타고난 재능으로 멋진 작품을 선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그런 결과물을 내기까지 그 뒤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나면 그것을 단순히 타고난 재능으로 일축했던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를 뒤흔든 예술가들은 어떤 태도로 작품을 만들었을까.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는 것처럼 태초부터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업적을 남긴 것일까? 책 「아티스트 인사이트: 차이를 만들어내는 힘」은 동서양의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그림, 사진, 행위예술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남들과 다른 차이를 만들어냈는지를 알아본다. 저자는 작품 안에 숨어있는 디테일과 그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을 살펴보며 '관찰', '성찰', '창조', '발견'이라는 4가지 키워드를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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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만큼 보인다, 관찰


 

혹시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들어봤는가?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예술계의 거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기나긴 시간 중에 상당수는 무언가를 집요하게 관찰하는 데 할애됐다.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화가 클로드 모네는 이러한 관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이다. 그는 다른 작가들이 자신이 그리는 사물이 '무엇'인지에만 신경 쓰는 동안 실제로 자신의 눈앞에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집중했다. 시간과 기후에 따라 같은 사물도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포착하여 <루앙 대성당>을 39점의 그림으로 담아내고, 사랑하는 자신의 아내가 죽어갈 때는 한 사람이 임종을 맞이하면서 보이는 색채의 변화를 발견하고 그 특징을 잡아냈다. 그의 관찰력은 어찌 보면 집요한 것을 넘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그가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로 남게 된 비결일 것이다.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성찰


 

책의 두 번째 장에서는 작품의 표면만 보아서는 알 수 없는 뒷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예술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 그림을 그릴 당시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파고들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의미에 감탄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카임 수틴의 사례는 충격적이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지독하게 가난한 환경에서 힘들게 화가의 꿈을 키웠던 그의 삶은 순탄치 않다. 파리에서 작가 활동을 할 때도 그는 끼니를 때우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의 이런 생활고는 그의 그림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대상 안에 깊이 잠재된 속성, 그리고 자신의 정서를 그렸다. 기이하면서도 아름답고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는 수틴의 작품 <도살된 소>에서는 그의 이러한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처럼 처절할 정도로 그림에 매달렸던 수틴은 마침내 지겨운 가난에서 벗어나고 부를 얻었지만,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오히려 불안하고 우울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에게는 며칠을 굶으면서도 눈앞의 청어를 식량 대신 그림의 소재로 삼던 그 시기가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행복에 더 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파괴하고 혁신하라, 창조


 

관찰과 성찰을 통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빈 도화지 앞에 서면 첫 번째 선을 그리기 힘든 것이 우리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멋진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스케치 선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던 찰나 몇몇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꼭 지금 선을 그리며 시작하지 않아도 돼."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에 따르면 우리는 종이를 찢어도 되고, 그대로 두어도 되고, 물에 담가 버려도 된다. 정해진 법칙대로 도화지 위에 무언가를 그리는 것만이 그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며 혁신을 보여준 예술가들의 태도에서 우리는 오히려 창조에는 정도가 없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이디어를 잊는 것이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건축학을 전공한 고든 마타 클락은 그 누구도 보여주지 않았던 방식으로 자신의 창조성을 펼친다.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 '구멍을 내' 버리고, 지속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예술 작품의 통념에 반박하며 태풍이 불면 사라질 <나선형의 방파제>를 만든다.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게 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존의 예술을 답습하지 않고 파괴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그를 보며 막연하게 순서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 '창조'의 세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만의 특별함을 찾기 위해, 발견


 

개성이 강한 사람이나 기업을 보면 '철학'이 뚜렷하다. 철학이라는 것은 사람의 중심을 잡고 있는 뿌리와도 같아서 우리가 하는 행동과 만드는 결과물에도 오롯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남들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한 끗의 디테일, 그것을 위한 자신만의 철학에 관해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이 얀 반 에이크의 이름은 몰라도 <아르놀피니의 결혼>은 알 것이다. 제목을 보고는 면 '아, 이 그림!' 하고 외칠 정도로 유명하다. 이 작품이 널리 알려진 이유에는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한 구석까지 신경 써서 연출한 작가의 집요함도 있다. 그림 속의 모든 사물에는 각각의 의미가 담겨 있으며, 볼록 거울 속에 자신을 그려 넣고 문구를 쓴 것을 통해 작가의 자신감도 드러난다.

 

한편 추상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미술계의 절대주의 물결을 선도한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도형과 색깔로 이루어져 있어 자칫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쉬운 그림처럼 보일 수 있다. 허나 향유를 넘어선 사유를 추구한 그의 그림 이면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있다. 심지어 <검은 사각형>을 X-ray로 찍었더니 그 안에 다양한 색깔의 기하학적 도형이 배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내 삶에 적용하는 아티스트 인사이트


 

예전에는 창의력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며 훈련으로 기를 수 없는 것이라 여겼고, 그런 맥락에서 나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아니야'라고 단언하곤 했다. 하지만 각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타고난 재능 보다는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었다고들 말한다. 결국 태어날 때 부터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진 천재의 등장이나 갑자기 번쩍이는 영감이 머리에 스쳐서 멋진 작품이 탄생하는 일은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위와 같이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을 관찰, 성찰, 창조, 발견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비단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애플, 현대카드, 프라이탁 등 수많은 브랜드의 사례를 보여주며 개인이나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적용이 가능함을 알려준다. 아티스트 인사이트는 특정 분야만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를 꿰뚫으며 '차이를 만들어내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티스트 인사이트: 차이를 만들어내는 힘」을 읽은 사람들 역시 같은 내용을 보더라도 저마다 다른 생각과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또한 이것을 자신의 삶에 어떻게 녹아내느냐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성찰하고, 두려움을 깨면서 창조하고, 나만의 고유함을 발견해보자.


지금이 바로 내 안에 잠들어있는 창조성을 깨우러 갈 시간이다.



 

[박혜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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