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가 박주애의 도자기에 담긴 불안의 정서 [미술/전시]

스스로의 불안과 마주하는 법
글 입력 2021.05.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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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부터 5월 8일까지 1달간 평창동의 갤러리2에서 박주애 개인전이 진행됐다.

 

박주애는 제주 태생의 청년 작가로 회화를 전공했다. 그녀는 학부를 졸업한 뒤 집, 당면한 현실, 마음의 풍경 등을 담은 회화 작업만을 위주로 해오다가 최근에는 다양하게 매체의 전환을 꾀하며 실험적인 시도들을 이어가는 중이다.

 

2019년에는 갤러리2에서 뉴욕 레지던시에서 생활하는 동안 겪었던, 타지에 주변인의 신분으로 있을 때에 수반되는 여러 감정들을 기반으로 인형을 제작하여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박주애는 처음으로 자신의 도자기 작업을 선보였다. 2019년에 도자기를 처음으로 접한 그녀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자기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시험관 아기시술의 실패로 인한 괴로운 상황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동안에는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내적 고통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말한다.
 
아무래도 당시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생각은 임신이 가장 컸다. 그렇기에 그녀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임신과 연관된 형상의 원시 조각들을 반복해서 만드는 스스로를 발견했으며 이번 전시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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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애의 도자기 작품은 임신한 여성의 몸, 자궁, 태아, 모유가 나오는 가슴, 알의 형태를 보여준다. 그녀는 여성의 임신한 배에서 ‘알'을 연상했다. 알은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암시하며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지라도 바깥 세계로 나가기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조용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녀의 도자기는 임신의 대리보충물이다. 대리보충은 그녀가 욕망하는 것을 현전시키는 데 필요한 ‘무언가’를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언가’는 욕망하는 본질적 대상이 아니다. 결국, 대리보충은 그녀가 지니는 결핍과 불안의 은유적 상징물이다. 그리고 그녀의 유일무이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박주애는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밀한 감정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한다. 그녀가 미술로 표현하는 고통은 인간적이며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 가능한 보편성을 띈다. 우리는 과거부터 예술을 주술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성상이나 불상, 부적 등은 인간이란 본래 연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버거운 현실에서 자신을 지탱해줄 만한 어떤 신비로운 대상을 필요로 하는 우리들이 염원을 함의한다.
 
이는 결국 융이 말한 인간의 무의식 속에 원형에 해당하는 자아, 즉 개인적 무의식과 함께 모든 개인 안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집단적 심리원형의 감정이 아닐까. 이와 같은 근원적 심리는 삶에서 시련이 닥칠 때 기저에서 작동되기 마련이다. 그녀는 도자기를 통해 미성숙한 자아에서 점차 성숙한 자아로 나아간다. 하이데거는 일상인으로서의 현존재가 결코 불안에서 헤어날 수 없다 주장했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근원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며 극복해 나간다.
 
이번 전시는 전체 공간이 도자기 오브제로만 채워져 있다. 하지만 작품의 지위를 보장하는 화이트 큐브 배치가 아니라 흔한 상점과 마찬가지로 진열대나 선반에 작품들이 일렬로 빼곡히 들어섰다. 그래서인지 예술작품이 갖는 아우라가 상당히 약화되고 대상성이 부여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누군가 그녀의 작품을 즉물적 사물이라 간주한다면 그저 그것들을 편안히 마주하고 공간에 존재하는 하나의 인식의 대상으로서 도자기가 제공하는 지각적 경험에 스스로를 맡겨보기를 바란다. 박주애의 작품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동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다소 연극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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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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