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란 신호등, 우리는 사회 초년생 [음악]

싱그러운 청춘을 노래하는 가수 이무진의 <신호등>
글 입력 2021.05.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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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란 신호등’ 같은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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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푸른색 사이에서 자기 자리가 없는데도 꾸역꾸역 나와서 3초동안 빛나고 들어가더라고요. 본인 자리가 없음에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빛내는 모습이 꽤 감동적이고 저와 닮았다 생각해서 이렇게 자기소개를 적어봤습니다."

 

 

2000년생 올해 22살 이무진. 그는 가수의 꿈을 갖고 싱어게인에서 TOP3를 거머쥐고 빌보드 k-pop 차트 100위에 세 곡을 올리는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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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은 5월 14일에 첫 싱글 앨범 <신호등>을 발매했다. 이무진은 특유의 넘치는 자신감과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로 청춘을 노래하는 가수이다. 특히 넘치는 에너지에서 나오는 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는 가수다.

 

싱어게인에서 불렀던 색다른 편곡의 <꿈>과 솔직한 심정을 담은 <과제곡>은 그 매력을 잘 보여준다. 이무진의 첫 자작곡 <신호등>은 앨범 커버에서부터 장난기가 가득하다. 이번 곡으로 이무진은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

 

 

 

신호등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가려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


이미 난 발걸음을 떼었지만

가려한 날 재촉하네 걷기도 힘든데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가 뇌에 맴도네

 


이 곡은 사회에 처음 나온 사회 초년생을 초보운전자로 비유하고 있다. 차는 사람이고 도로는 사회, 신호등은 지켜야 하는 수많은 사회의 규칙이다.

 

이무진은 도로에 갓 나온 초보운전자다. 그리고 음악이라는 목적지를 정한다. 처음 나와 보는 도로 위,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엑셀을 밟는다. 맘껏 달리려 하지만 빨간불이 그가 가지 못하게 앞을 막아선다. 그와 함께 도로 위에 있던 어떤 친구는 날 막아서는 빨간불이라는 사회적 제도와 규칙에 화가 난다. 갈 길이 먼데 빨간 불 때문에 급정차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운전대를 잡기도 힘들다. 이제 막 도로에 오른 초보운전자이기에 처음 오른 도로 위는 두려운 것투성이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떼기도 힘든데 파란불은 가려한, 그러니까 걱정스러운 나에게 더 빨리 달리라고 보챈다. 도로 위 어떤 친구는 나와 똑같이 무서워한다. 그 친구는 파란불을 보자 도망가는 듯 달려가버린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동그라미들 모두가

멈췄다 굴렀다 말은 잘 들어

그건 나도 문제가 아냐

 

 

도로는 이무진의 세상인 음악세계와 닮아 있다. 오선지의 음표들과 도로 위의 노면 표시들은 어디서는 쉬어야 하는지, 속도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 규칙을 정해주고 있다.

 

도로 위의 모든 차들은 신호등의 불빛을 잘 따른다. '빨간불에서는 멈추고 파란불에서는 달린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니 그것을 지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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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빨간 불과 파란 불 사이, 확실하게 정해주지 않은 그 사이에 있다.

 

노란 불일때 이론적으로는 멈출 수 있을 때 멈추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지선과 가까운 곳에서 노란 불을 마주친다면 지나가야 하는지 정지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진다. 실제 운전자들에겐 이 구간은 딜레마존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론과 도로 위는 다르다. 급정거를 했다가 뒤 차와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지나갔다가 신호위반을 할 수도 있다.

 

사회 초년생인 이무진은 노란 불, 딜레마존에서는 달려야 할지 멈춰야 할지 모른다. 빨간 불 파란 불에서는 정해진 대로 행동하면 됐지만, 노란 불 안에서는 스스로가 선택해야 한다. 제일 헷갈리고 어려운 부분이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하는지, 자신이 잘 가고 있는 것인지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고 혼란스럽고 어려운 것. 딱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운전대를 못 잡던 어릴 때가 더 좋았었던 것 같아

그땐 함께 온 세상을 거닐 친구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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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지 않던 어릴 때는 모두가 같이, 같은 속도로 걸었다. 횡단보도에서 같은 보폭으로 나란히 길을 함께 건넜었다. 그러나 도로 위에서는 오직 자신 혼자 운전해야 한다.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아내야 하기에 친구들과 다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자유가 주어지는 동시에 내가 져야 할 책임이 생긴 것이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조명들이 날 빠르게

번갈아 가며 비추고 있지만

난 아직 초짜란 말이야

 

 

무대 위에서 도로 위에서 조명과 신호등의 불빛들이 나를 비추고 있다. 그리고 조명에 따라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도로에 막 올라 규칙을 익히기 시작한 터라 조금은 어렵고 실수할 수 있는 초보운전자이다.

 

 

꼬질꼬질한 사람이나 부자 곁엔 아무도 없는

삼색 조명과 이색 칠 위에 서 있어 괴롭히지 마


 

차가 없는 사람이나 운전기사가 있는 부자들은 도로 위의 신호등을 볼 일이 잘 없다. 그러나 이무진은 신호등의 삼색 조명과 도로의 아스팔트와 차선의 이색 칠 위에 서있다. 행동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자신의 의지대로 운전하는 운전자로 말이다.

 

그런데 노란 불에서 빨리 달리라거나 멈추라는 등 다그치고 간섭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도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노란 불은 이무진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럼에도 노래는 즐거운 분위기이다. 그 상태 그대로가 청춘임을, 그 모습 그대로가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지금 이 시기를 인정하고 웃고 즐기는 것이 잘 살아가는 법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초보운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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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다 처음에 사회 초년생이었다. 처음 해보는 것들은 헷갈리고 어렵고 실수할 수 있다. 이무진은 몸소 겪은 사회 초보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다. 그의 포근한 목소리는 자신도 그러함과 함께 공감을 이끌어내고 괜찮다고 위로한다. 싱그러운 청춘이 가득 담긴 곡이다.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 사회 초년생들에게 노란 신호등은 답이 없는 막막한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반대로 어떤 답을 내놓아도 답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호등>은 여러 선택지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도로를 즐기길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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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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