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티스트 인사이트 [도서]

글 입력 2021.05.1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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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으로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예술을 감상하고 그것들이 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글로 옮기는 사람이다. 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나와 그 작품, 그 작품을 만든 사람과 소통한다. 내가 다루는 작품이나 분야를 직접 접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내 글이 그것에 관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유일한 원천이다. 덕분에 나는 글을 쓸 때 편협하거나 왜곡된 내용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시선을 풀어내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해도 아직은 그 일이 마냥 쉽지는 않다.

 

 

 

관찰, 성찰, 창조, 발견



 

이 책은 관찰, 성찰, 창조, 발견이라는 4가지 주제를 통해 우리 안의 사유를 깨우고 일상을 비틀어 보는 시각을 전한다. 첫 번째 주제인 '관찰'에서는 아티스트들의 집요한 관찰법을 소개한다. 미세한 변화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느끼면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진짜로 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눈으로만 관찰하는 것이 아닌 관찰하는 대상의 입장이 직접 되어보는 '일체화' 작업을 통해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익숙해져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 속에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예술이 탄생하기까지 4단계를 거친다. 관찰하여 정보를 얻고, 정보를 바탕으로 성찰하여 깨달으며, 깨달은 것으로 무언가를 창조하고,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발견하여 예술로 태어난다. 감상하는 쪽인 우리도 같은 과정을 밟으면서 작품이 품고 있는 서사와 작가의 말을 읽어낸다. 이 과정을 하나씩 따라가는 법을 아는 사람만 가능한 일이다.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대단한 작품도 그냥 그곳에 있는 무언가에 지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예술이다.


관찰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일이다. 정물화나 초상화를 그리기 전에 대상의 이곳저곳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실제와 가깝게 그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그림인 만큼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이 그림의 수준을 좌우한다. 읽어낸 정보를 그림으로 옮기는 능력은 나중 일이다. 보이는 게 없는 데 무얼 그리겠는가. 감상자인 우리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많은 것을 읽어내야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대상에게서 어떤 것을, 얼마큼 정확하고, 어느 정도의 정보를 읽어 냈는지 파악하는 게 관찰의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다.


성찰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피는 일이다. 관찰하여 읽어 낸 정보를 하나씩 분석하면서 그 내용을 자신만의 형태로 변환해야 한다. 이 단계가 핵심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맛과 개성에 끌려 특정 품종이나 회사의 커피를 좋아한다. 모든 커피가 똑같은 맛과 개성을 지녔다면 유독 그 커피만 좋아하고 찾을 이유가 없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모든 예술가가 같은 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그 사람의 작품을 구태여 찾을 필요가 없다.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하기에 다양한 예술가를 찾게 된다. 성찰의 단계에서 우리는 그들이 정보를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읽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을 실행할 때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혁신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설적으로 설명하자면 파괴적 혁신의 대상이 '경쟁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과감하게 자신들의 주력 제품을 스스로 파괴했다. 아이팟을 출시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음에도 아이팟 나노(iPod nano)처럼 가격대비 가치가 더 높은 제품을 출시해 기존 제품을 스스로 고사시키는 선택을 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팟(iPod)이란 카테고리 자체를 사라지게 만든 아이폰(iPhone)을 시장에 내놓았다. 또한 태블릿 PC인 아이패드(iPad)는 PC 산업을 붕괴시켰고, 나아가 그들의 아이맥(iMac) 사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애플이 '자기 파괴(Self-Destruction)'를 하는 배경에는 자사의 주력 사업보다 고객 가치가 중요하다는 철학이 조직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 언젠가 다른 기업에 의해 파괴돼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 p.164~165 「PART 03_창조: 두려움을 넘어서는 일」

 


창조는 관찰과 성찰을 통해 풀어낸 정보가 작품으로 담기는 과정이다. 파괴가 없으면 창조도 없다. 이 단계는 종종 파괴를 동반한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거나 불가능, 혹은 존재하지 않던 것이라는 말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 없던 것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는 않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을 부수는 일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함이 두려움을 만들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 더욱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 형태로 관찰과 성찰의 결과를 풀어냈는지, 어떤 것을 파괴하고 또 어떤 것을 새롭게 만들어 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끝 무렵에 예술가와 우리 모두 무언가를 발견한다. 내가 여태껏 몰랐던 표현법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전혀 몰랐던 숨겨진 사실이나 메시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나를 벅차게 하는 것을 찾아낼 수도 있고 반대로 나를 축 처지게 하는 것을 찾아낼 수도 있다. 끝에서 찾아낸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찾아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한 번도 그 결과를 찾아내지 못한 사람은 다음에도 그럴지도 모른다. 내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한 번 결과를 찾아낸 사람은 다음에는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미 연습을 통해 그 방법을 익혔고 숙련했기에 이를 반복할수록 쉬워진다. 좋은 것을 찾아내려 하지 말고 결과 자체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노력해야 한다.

 

 

 

인사이트; 꿰뚫어 보다


 

인사이트(Insight)는 명확하고 깊이 있게 복잡한 문제나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the ability to have a clear, deep, and sometimes sudden understanding of a complicated problem or situation; Cambridge Dictionary)이다. 겹겹이 쌓여있거나 이리저리 얽힌 것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핵심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요구되는 것이자 우리가 공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본질이 인사이트다. 복잡한 수학 공식을 외우는 이유는 해답을 찾아내기 위함이고, 길고 장황한 글을 읽는 것은 작가가 이 글에 담아 둔 메시지를 찾아내기 위함이며, 이 책을 읽은 이유도 단 하나의 그림에 담긴 작가의 서사와 메시지를 읽어내는 힘을 길러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본질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다. 본질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아직 모른다.’ 말고는 해 줄 말이 없다.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면 나는 내 삶의 끝에 있을 것이다. 그걸 찾아가는 것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고 아직 걸어가는 중이라 내 본질은 모른다. 그 길에 놓일 수도 없이 많고도 다양한 본질들을 마주했을 때, 누군가의 본질을 온전히 음미하며 차곡차곡 내 길을 다져가고 싶기에 본질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리라고 믿는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다양한 재료로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것이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자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펜을 잡고 이런저런 것들을 끄적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요리도 먹어보고 다른 작가의 글도 읽어볼 것이다. 이런 일을 몇 번 반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도 모른다. 몇십 번을 할 수도 있고 몇백 번을 할 수도 있다. 본질을 읽어내는 능력이 없으면 그 모든 행동은 무의미해진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아, 피카소 그림이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피카소의 눈에는 세상이 이렇게 보였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는 쉬이 좁히기 힘든 격차가 있다.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자랄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만약 내 선택을 물어본다면 나는 후자다.


인사이트를 지닌 사람에게 인사이트를 지니는 법을 배웠기에 나는 이미 그 맛을 알아버렸다.

 

 

아티스트인사이트-입체.jpg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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