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콧 슈만의 사토리얼리스트 맨

글 입력 2021.05.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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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션을 좋아한다. 특히, 패션 잡지의 모델들의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패션 사진만이 가진 다채로운 색상이 주는 아름다운 즐거움 때문이다. 여러 가지 장르의 사진 중에서도 패션 사진은 다양한 색상을 담고 있고, 그 색깔 속에는 그 사람의 가치관과 철학까지 드러난다. 그렇기에 그러한 다양한 색감을 보는 것은 언제나 단순한 것들로 가득차 있는 나의 뇌에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스콧 슈만의 '사토리얼리스트 맨'이라는 책이다. 먼저, 스콧 슈만이 패션 사진작가임을 안다면 이 책 또한 그의 사진들로 풍부하고 다양하게 꽉 차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담은 다양한 색감을 감상하기 위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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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책? 아니 모두의 책


 

사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나는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한 사진들을 위주로 보려고 했다. 왜냐하면, 내 성별이 여자이기 때문에 그의 책에 수록된 다양한 남자패션에 관한 설명들은 나에게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책 서문에 있는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서문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남자들은 변했다. 여자들도 변했다. 성별에 따른 역할과 규범은 과거의 것이 됐다. 스콧과 내가 속한 세대에 적용되던 보편적인 미의 공식 또는 '전형'들이 완전히 뒤집혔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변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서문의 첫 문단을 읽으며 단순하게 남자 패션책이니까 여자 패션과는 상관없겠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내 생각이 너무나도 단순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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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요즘의 패션은 성별의 차이점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남자가 입는 옷의 색깔도 과거의 남색, 검정색 등의 어두운 색깔에서 탈피한 지 오래고, 여자가 입는 옷도 꽉 끼는 밝고 단정한 치마나 원피스 뿐 아니라 어둡고 무거운 스타일의 정장 등 다양한 패션이 도입된지 오래다.

 

 
오늘 날 패션에서는 자기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맞다. 결국 성별에 따른 패션은 파괴된 지 오래이며, 지금의 패션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의 개성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입는 것이지, 성별에 따른 규칙과 규범은 더이상 따라야될 것들이 아닌 것이다. 서문을 읽으면서 이러한 신선한 깨달음을 얻은 후 이 책의 글과 사진들을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사진 속 인물의 개성을 이해하면서 볼 수 있었다.


 

 

패션에는 정답이 없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패션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이다. 어떤 색을 고르건 어떤 모양을 걸치던 정답은 없다. 그만큼 사진들 속 사람들의 패션과 추구하는 스타일은 천차만별이었다. 장발에 진주귀걸이를 한 사람, 크롭티에 청바지를 입은 사람 등 사진 속 남자들은 보통의 성별과 같은 통념에 따른 옷차림에서는 한참을 벗어났다. 그러나 그게 결코 추하거나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람만이 가진 가치관과 생각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이 된 것 같아 멋져 보였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댓글이 생각났다. 패션이라는 건 정해진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입고 당당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이쁘게, 멋지게 입었다고 한들 당당하지 않다면 아무도 당신을 패셔니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이 책 속의 사람들과는 정반대였다. 늘 가장 보편적인 관점의 튀지 않는 옷을 입었지만, 어떤 옷을 입을 때나 자신이 없었다. 내 개성을 한없이 감추는 것도 모자라 나의 가치관과 개성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부터 어쩌면 나는 패셔니스타가 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었던 옷보다도 나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 했던 태도가 사진 속 사람들과 내가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니었을까.

 

 

 

패션은 삶이다.


 

이 책의 목차 중 '흑백 옷을 입은 남자들'편을 보면 콜럼버스 파크에서 게임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 중 하나를 찍은 사진이 나온다. 사실 이 장면을 우리나라 식대로 설명하자면, 파고다공원에서 노인들끼리 장기 시합을 하고 있고 그 시합을 지켜보고 있는 평범한 한 노인을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며 재미있던 점은, 이 사진에 찍힌 노인의 패션이 결코 엄청나게 튀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패션이란, 패션쇼에 선 모델처럼 화려하고 튀는 디자인과 색깔의 옷 혹은 구찌, 프라다 등의 고가의 옷을 입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은 그러한 패션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슈만은 이 사람의 패션에 대해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고요하고 침착하며 우아하고 기품이 있는 패션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리고 그의 설명을 읽고 다시 한 번 사진을 바라보면, 어느 새 당신의 눈조차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이것을 보면서 느낀 점은 결국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라는 말처럼 패션이란 그 사람의 삶을 이해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시장에 왔다가 한국의 50, 60대의 패션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어떤 외국의 디자이너처럼, 패션과 패셔니스타는 사실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던 것이다.

 

모든 이의 삶이 각자의 고난과 아름다움이 조화되어 아름다운 것처럼, 패션은 그러한 각자의 삶이 녹아있기에 누구나 그 삶을 이해한다면 그 사람의 패션이 아름답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패션과 패셔니스타는 패션쇼와 모델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속에 녹아있는 삶의 한 단면이라는 점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이 아닐까.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이 책을 보면서 결국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 하나하나가 모두 나의 삶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의 삶을 당당하게 사랑하듯이 내가 입고 있는 옷, 나의 패션도 당당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사실 내가 돈이 없어서 옷도 못 사고 그래서 옷도 멋지게 못 입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매우 편협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내가 입고 싶은대로, 입을 수 있는대로 입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패션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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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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