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속을 걷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

글 입력 2021.05.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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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달튼_포스터_세로형_웹용.jpg

 

 

 

영화를 걷다


 

‘본다’가 ‘걷다’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영화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꿈결 같은 풍경들을 눈앞에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는 마치 내가 그 세계를 직접 겪어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선물처럼 안겨준다.


물론 그것은 고작 해봐야 2시간을 겨우 넘기는 찰나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 시간 속에 오직 행복만이 가득한 것도 아니다. 영화 속에서 누군가는 끝내 이뤄낸 성취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결국 이겨내지 못한 슬픔에 허덕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어떤 영화를 볼 땐 행복 속을 나는 듯 걸었지만, 어떤 영화를 볼 땐 슬픔 속을 기어가듯 걸었다.


그 걸음과 걸음 사이에서, 나는 행복과 슬픔을 배울 수 있었다.


좀 더 나은 행복, 좀 더 아픈 슬픔. 행복인 줄 몰랐던 행복, 슬픔인 줄 몰랐던 슬픔. 행복이나 슬픔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해서도. 영화는 그렇게 나를 걷게 했고, 그와 함께 내 삶을 조금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다. 거기에 좋은 영화라거나 그렇지 않은 영화라거나 하는 식의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걸음은 항상 나름의 발자국을 남기는 법이니까.


그럼에도 종종 아쉬움은 남았다. 항상 엔딩과 동시에 암전 속으로 몸을 감추는 영화에 대한, 이제 너의 세계로 돌아가라고 꾸짖는 듯한 그 단호함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 길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또 다른 길과 맞닿아 어우러진다면 또 어떤 새로운 풍경이 완성될 것인지, 나는 늘 궁금했으니까.


그렇기에 고전에서 현대까지, 조지 루카스에서 웨스 앤더슨까지, SF에서 판타지까지. 그 모든 길 위의 순간들을 담아낸 화폭들로 가득한 맥스 달튼의 전시회는 나의 오랜 아쉬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해주는 진귀한 풍경들의 연속이었다.


세로로 잘라낸 주택의 단면 안에 영화 속의 순간들을 아기자기하면서도 빼곡하게 배치해놓은 작품. 한 감독의 세계관을 각자만의 매력으로 밝혔던 캐릭터들이 한때 관객이기도 했을 관람객들을 마주 보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


그것들은 하나 같이 내가 그 영화 속을 걸으며 보고 배웠던 어떤 것들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 탓에 차츰 흐릿해지고 어쩌면 나도 모르게 잊어버리기도 했을 것들을 다시금 떠오르게 해주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영화관을 잘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요즘, 나는 정말 오랜만에 영화 속을 제대로 걷다가 돌아왔다. 그 걸음이 또 내 안에 어떤 발자국을 남겼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재거나 따지지는 않겠다. 걸음이 딛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듯, 발자국도 남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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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
(Max Dalton)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기반으로 바로셀로나, 뉴욕,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에 대한 영감은 영화,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온다. 50년대 만화에서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섭렵하며, 작가는 지난 20년 동안 독특한 일러스트 스타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특유의 물 빠진 듯 한 빈티지한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뛰어난 색감과 미장센으로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대표적인 영화의 아트북 『웨스 앤더슨 컬렉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작업했고. 이후에도 <문라이즈 킹덤>, <판타스틱 Mr.폭스>, <다즐링 주식회사> 등 웨스 앤더슨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그림 속에 담았다. 그의 작은 작품들은 심플한 구성인 것에 비해, 대형 포스터들은 여러 주제별로 영화와 드라마의 상징성을 다방면에서 보여준다.
 
그는 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영화들을 주제로 하여 보는 이들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고전과 동시대를 아우르며 소위 '덕후'를 자극하는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과 인물들과 한 화면에 압축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여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재미를 준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 Max Dalton, Moments in Film -


일자 : 2021.04.16 ~ 2021.07.11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공휴일 정상 개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주관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임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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