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의 한계와 불안전함이 담긴 현실 같은 그림 - 마르첼로 바렌기 전

글 입력 2021.05.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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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이고 이례적인 아티스트, 마르첼로 바렌기


 

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그의 소개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하이퍼리얼리즘 마스터라는 수식어로 시작할 줄 알았던 그의 소개는 예상과 다르게 ‘독립적이고 이례적인 아티스트’라고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개는 그의 이력을 읽으면 납득이 간다.


바렌기는 생계를 위해 건축학 석사학위를 이용해 미술과는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으나 2013년 실직자가 되었고, 그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는 2013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일상적인 것을 거의 극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동영상을 매일 업로드하기 시작해, 채널을 개설한 지 1년 만에 구독자 10만 명에 이르렀다. 현재는 26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는, 현재 극사실주의의 마스터로 불린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이 붐을 일으키며, 유튜버라는 새로운 직업과 분야를 만들었다. 처음 전시를 접할 때 ‘이제는 유튜버도 개인전을 여는 시대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재 그림과 영상으로 전 세계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림을 판매하지 않고도 작업을 하며 살아 갈 수 있는 독립적이고 이례적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영상을 시작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온 그의 길 자체가 이례적인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점점 더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이 나오는 시대에 언젠가 그가 걸어온 길이 보편적인 길이 되고 또 다른 새롭고 이례적인 길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극사실주의, 하이퍼리얼리즘의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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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사진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유리, 지문, 은박 등 빛을 내거나 투명한 사물을 그려낸 작품들을 보면 더욱 그림이 아닌 눈앞의 사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궁금증이 생긴다. 과거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실제처럼 그려내는 사실주의가 유행을 했다고 하지만, 문명의 기기가 발달한 현대사회에 극사실주의가 갖는 의의는 무엇일까?


과거 tv프로그램 ‘말하는대로’에 출연한 하이퍼리얼리즘 작가 정중원님의 말이 계속하여 기억에 남는다. “사진에 있는데 왜 이렇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있기 때문에 그리는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이는 단순한 미술적인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도대체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복제이지, 어디까지가 가상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그 관계를 한 번이라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 작업의 목표는 보는 이의 감각기관을 교란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르첼로 바렌기 또한 이와 이어지는 말을 한다. 자신의 작업목표는 보는 이의 감각기관을 교란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의 작업물을 마주하는 순간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이제 진짜 그림이 맞는지, 그림이 아닌 사진이 아닌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이 말 자체부터가 그의 작업목표를 달성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생각한다. 이제 예술은 그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예술을 넘어 사람의 감각기관까지 이어지는 것을 말이다. 정중원 작가와 마르첼로 바렌기의 말처럼, 관람객들은 그들의 작품으로 하여금 실제와 가상의 경계, 그리고 감각기관이 교란되는 새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림의 한계와 불완전함은 나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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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주의 작가의 마스터인 그이지만,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모든 작품이 실제 같지는 않음을 느낀다. 함께 전시를 관람한 친구와 이건 “비교적 그림 같다”, “이건 이 부분 때문에 현실 같지 않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극사실주의지만 모든 것이 현실과 완벽히 똑같을 수는 없구나”로 이야기가 결론 내려질 때 즈음 다음의 문구를 만났다.


“그림의 한계와 불완전함은 나의 스타일을 나타내며, 예리한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 그림을 알아 볼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이 바로 그의 스타일이라니. 실제같지 않은 것 자체가 그의 스타일을 감상하고 전시를 감상하고 있는 것이었으며, 그의 그림을 알아보고 있던 것이었다. 그 순간, 마치 마르첼로 바렌기가 숨겨놓은 트릭에 빠졌다 나온 것만 같았다. 실제같던 그의 그림에 감각기관이 교란되고, 실제 같지 않은 그림에서 그의 스타일을 느낀 새로운 경험이었다.

 

*

 

전시는 적당히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었다. 마르첼로 바렌기의 손에서 탄생한 사진 같은 그림, 현실 같은 그림, 그렇지만 그 안의 한계와 불안전함을 담은 그림은 8월 22일까지 용산 아이파크몰 팝콘D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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