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카카오톡을 삭제하고 싶을 때 [문화 전반]

모두가 편안한 카카오톡 대화법
글 입력 2021.05.0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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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소리를 빽 지르며 휴대폰에 깔린 카카오톡을 삭제해 버리고픈 충동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사실 가끔이 아닐지도?

 

이번 오피니언에 이용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을까 싶어 '카카오톡'을 검색했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7시간 전 막 작성된 YTN의 한 기사. 놀라운 타이밍이었다. 해당 기사는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20대부터 50대까지 직장인 천 명에게 물은 결과 Z세대의 54%, 밀레니얼 세대의 55%가 카카오톡을 통한 업무 관련 대화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나는 직장인은 아니지만, 이 나라의 대학생이자 Z세대. 눈 깜짝할 새 카카오톡 메시지가 산처럼 쌓인 휴대폰 상단 바의 소유자다. 강의 조별 과제 단체 대화방부터, 대외활동 대화방, 가끔은 동아리나 학회 대화방, 또 가끔은 개인적으로 크루원들과 진행하는 프로젝트 대화방. 각자 대화방의 유형도, 주제도, 인원수도 다르겠지만 수많은 사람과 '소통 아닌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들에는 전국의 수많은 대학생들이 공감할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유난히 발 들인 단체도, 직접 시작한 프로젝트도 많았던 나는 그 상대가 누구이고, 그 주제가 무엇이든 서로 편안한, 혹은 편안하지 않은 대화법을 많이 겪은 편이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4가지 법칙은 나 또한 완벽하게 체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 점점 더 많아지는 대화방들에 지친 우리,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고, 한 번 더 다짐하자. 적어도 우리는 절대 무례한 '빌런'이 되지 않기로. 더불어, 이 글은 지난 시간 동안의 모든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봐 왔던'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절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1. 음... 해야 할 것 같다면 하자!


 

항상 처음이 가장 고되다. 특히 전혀 친분이 없는 사람들이 모인 경우, '누가 가장 먼저 입을 열 것인가'는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이슈다. 어찌어찌 한 명이 회의 진행을 하게 될 경우, 그리고 업무 분담을 할 순서가 됐을 경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음...'이다.

 

다소 강한 발언이지만, '음'은 업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이다. 물론, 정말 고민이 필요해서 말하는 경우는 제외다. 문제가 되는 '음'은, '음...'이라고 보내고 이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음...'이라고 보내고 그대로 메신저를 닫는 경우이다.

 

이어지는 대화는 A, B, C, D의 카카오톡 회의이다.

A: 저희 주제 먼저 정할까요?

B, C, D: 음...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 이후의 모든 책임은 어쩌다 회의 진행자가 되어 버린 A가 떠맡게 된다.

 

그래야 할 것 같다면, 누구의 책임이냐 따질 것 없이 다 함께 행동에 옮기자.

 

 

 

2. 현재 상황을 분명하게 알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공적인 대화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서로 자료를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자료나 수행물을 보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피드백을 줄 수 있을지, 언제까지 최종 확인을 해 줄 수 있는지 말해 주어야 한다. 또한 내부적으로 일이 틀어져서 완전히 수정해야 하거나 업무에 변동이 생겼다면, 바로 말해 주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는 '읽씹' 혹은 '안읽씹'이다. 내가 어디를 수정해야 하는지, 상대방이 살펴보고는 있는 건지, 혹시 무언가가 바뀌어서 다시 해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편안할 수 없다.

 

 

 

3. 피드백은 깔끔하고 정중하게


 

함께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피드백'이다. 서로 의견이 다르지만 존중해야 하고, 존중해야 하지만 업무는 효율적이고 완성도 있게 마무리해야 되기 때문에 그 중점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나 또한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고, 피드백에 있어 수용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혹 팀플레이의 관계가 아니라 갑과 을의 거래 관계이거나, 임원진과 일반 직원의 상하 관계이거나, 담당자와 구성원의 관계이더라도 상대의 수행물에 대해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비판과 비난, 무례와 솔직함은 명백히 다르다.

 

 

 

4.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와야 해요 :)


 

존댓말로 보낸 메시지에 대뜸 반말의 답장이 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격식을 갖추어 말했는데, 대뜸 이모티콘과 신조어를 섞은 답장으로 예상치 못하게 상대와 나의 거리가 확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예의 있고 공식적인 말투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는 상대도 그렇게 답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내포되어 있다. 특히 서로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할 때는 공식적인 말투와 존댓말이 회의의 효율성을 높여 주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사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도 회의할 때만은 존댓말로 대하기도 한다. 나이가 더 어린 사람이나 후배와 이야기할 때도 물론 존댓말 사용 규칙은 적용된다. 회의에서의 존댓말은 정중한 피드백을 할 때도 굉장히 용이하다.

 

*

 

개강 후 2달. 믿고 싶지 않지만 이제야 한 학기의 반이 지났다. 오늘도 수많은 대화방 안에서, 수많은 회의를 하고 있을 모든 대학생들, 그리고 나를 응원한다.

 

 

* 기사 | MZ세대 "업무용 카카오톡에 스트레스...공사 구분 안 돼", YTN, 2021.05.05.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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