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날개, 밴드 FIRST RAVVIT(퍼스트래빗)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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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Penguin : 무리 중에서 처음 바다에 뛰어든 펭귄.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뜻한다.
우리는 First Ravvit(퍼스트래빗)이다. 토끼띠 친구들이 모여 밴드 음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용감하게 도전하고 있는 밴드팀이다.
기회를 잡다
2020년 봄이었다. 갑작스럽게 전 세계로 코로나가 대유행을 하고 있었다. 대학교 캠퍼스는 개학 연기 및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고 여행 계획과 친구들과의 약속은 취소되었다. 유례없는 상황에 사람과 만나는 일을 줄이고 집에서만 지내는 나날이 늘어났다.
그러던 중 필자는 '청소년 수련관' 카페에서 친구와 잠시 만나게 되었다. '청소년 수련관'은 청소년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는 청소년 복지 시설이다. 친구는 수련관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가하여 손소독제와 함께 수련관 팸플릿을 나눠주었다. 성인이었기에 청소년 수련관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밴드 합주 공간이 있다는 팸플릿 내용에 수련관의 활동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곳을 이용할 수 있다는 청소년 동아리 모집공고를 찾았다. 만 19세~24세인 후기 청소년 또한 수련관의 시설 이용이 가능했다. <수련관 소속 동아리 모집. 밴드 환영>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필자는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장구와 난타를 배우며 몇 번의 공연을 올랐었다. 어릴 때부터 박자를 타며 손으로 치는 타악기를 좋아했다. 그 덕에 드럼에 관심이 갔고, 대학생이 되고 밴드 동아리에서 드럼을 치게 되었다. 난생처음 치는 드럼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배웠고 즐겁게 활동했다. 그러나 학업, 인간관계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1년 만에 드럼을 놓았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당시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좋은 추억으로 마음에 묻어두었다.
몇 년 후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거라 믿었던 드럼이 내 앞에 나타났다. 밴드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한다. 당시엔 운이 좋아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준비되어 있던 건 기회를 발견할 수 있게 주변을 찬찬히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용기였다. 친구를 만나러 나오지 않았더라면, 팸플릿을 펼쳐보지 않았더라면, 낯선 길을 걸어갈 용기를 갖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밴드는 없었을 것이다.
집 안에 고립되어 단조롭던 환경에서, 나의 길을 개척한다는 능동적인 상황의 변화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드럼에 대한 갈망과 용기가 기회를 붙잡았다. 앞에 앉아있던 초,중,고등학교 동창 친구에게 동아리 모집 글을 보여주며 물어보았다.
다슬아, 우리 밴드할래? 그래!
동네친구 퍼스트래빗의 시작
곧바로 지원서를 작성하며 밴드를 구성해 나갔다. 청소년 지도사 선생님과 많은 교류를 하며 어떤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지, 어디까지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부분을 얘기하고 조정해나갔다.
동아리를 만들기 전까지 리더의 경험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리더로 밴드를 만들고 나자 주도하고 갈등을 맞닥뜨리는 상황이 잦아졌다. 주도한다는 것이 신경 쓸 일이 많아지고 얼마나 애정을 쏟아야 하는 것인지 몸소 느꼈다.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니 조직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더 좋은 집단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성장통이며 삶의 배움이었다. 또한 좋아하고 하고 싶은 활동이었기에 새로운 스트레스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책임감을 갖고 모두의 대표가 되는 리더의 경험은 삶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해주었다.
악기 세션을 구성할 때 친밀한 환경에서 즐겁게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에 학창 시절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드럼과 신디, 베이스는 구해졌지만 일렉기타를 담당할 친구들이 좀처럼 구해지지 않았다.
‘동아리가 만들어질 수있을까’ 불안감을 가지던 중 한 부원의 다른 친구들과 보컬이 합류했다. 드럼, 신디, 베이스, 일렉1, 일렉2, 통기타&보컬 이렇게 6인조 밴드가 구성되었다. 부원들을 모아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99즈' 밴드에게 작은 감사와 함께, 밴드를 위해 모인 모든 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FIRST RAVVIT
퍼스트래빗은 공식 수련관 소속 동아리가 되었다. 밴드의 취지에 맞게 음악을 좋아하고 새로운 분야에 즐겁게 도전하는 친구들이 모였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처음 접하는 악기를 지원했다. 그리고 악기를 사비로 구매하여 준비했다. 가르쳐줄 선배나 선생님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어려운 부분은 서로서로 도와가며 연습을 이어나갔다. 부원들의 열정은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며 시너지를 내었다.
우리 밴드는 매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며 실력 있는 아마추어 밴드를 꿈꾸고 있다. 작년은 1년 차 도입기로 악기와 친해지고 연습에 몰두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공연은 올리지 못했지만 꾸준한 활동으로 '올해의 뉴라이징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라디오도 찍는 뜻깊은 2020년이었다. 올해는 2년 차 성장기로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고 본격적인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밴드 활동으로 얻은 중요한 가치가 있다. ‘나’에서 ‘우리’로 시선이 확대되었다. 밴드 음악은 한 악기가 도드라져도 묻혀도 안된다. 모든 악기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필요한 만큼 소리를 내며 어우러져야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나 혼자만 잘하는 것보단 다른 악기 소리를 들으며 함께 연주해야 한다. 퍼스트래빗으로 활동하며 함께 연주하는 법, 어려운 것은 도우며 함께 가는 협력의 소리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배웠다.
나의 날개, 퍼스트래빗
코로나 때문에 고립되는 일상에서 밴드 활동은 매주의 활력이 되었다. 특히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능동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목표를 정하고 완수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건강한 활력과 친구들과의 즐거운 교류는 우울한 시대를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
또한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들을 다시 모이게 하는 구심점이 되었다. 어릴 적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며 친구들은 다른 학교와 다른 진로를 가며 멀어졌다. 퍼스트래빗은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 다시 만나 유대감을 쌓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답고 친근한 친구들과 하는 음악 활동은 취미로도 행복을 주고, 관계로도 삶의 에너지를 주었다. 성취에서 나오는 행복은 어떤 감정보다도 힘이 있고 삶에 큰 의미가 된다. 이렇게 얻은 에너지들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기회를 잡을 힘이, 미래를 설계할 힘이, 삶의 무게를 견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의 날개를 얻은 것만 같다. 퍼스트래빗은 나와 친구들 모두에게 자유와 도전을 선물했다. 코로나 시대의 고립된 개인이 우리의 동네에 모여 좋아하는 걸 찾고 계획하고 실행했다. 퍼스트래빗은 우울한 시대인 지금 '활력'이라는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나의 날개는 누군가가 달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찾아서 멀리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나의 날개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릴 적 친구들이 있던 순수한 곳, 나의 동네에 있었다. 이렇게 찾은 소중한 날개를 점점 키워갈 생각이다.
[이소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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