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흥미로운 역사 뮤지컬의 미래를 기대하며 - 뮤지컬 '창업'

글 입력 2021.05.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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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역사적 인물이 주인공인 뮤지컬은 매력적이다. 한 문명의 운명을 뒤흔드는 역사 자체가 아주 잘 짜인 시나리오와 같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뮤지컬 Hamilton이 있다. Hamilton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미국 헌법의 제정에 공헌하고 공언 연방주의자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해밀턴의 삶은 매우 흥미로우므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지기에 충분하다.

 

오늘 리뷰할 <창업>도 Hamilton과 비슷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Hamilton과 마찬가지로 <창업>도 역사 속 인물의 요즘의 스타일에 맞게 뮤지컬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런 부분은<창업>에서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정몽주의 반격과 피살, 조선 건국, 왕자의 난이 묘사된다. 조선 건국사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뮤지컬로 표현된다니 기대가 안될 수가 없다. 실제로 <창업>은 이러한 뮤지컬이 국내에서도 정성들여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 뮤지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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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창업>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 건국에 이르는 역동적인 시대를 다루는 작품이다. 국사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하면서 극장을 찾았고, 실제로 <창업>은 초기에 내가 가졌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몇몇 넘버가 매력 있었고 그걸 소화하는 배우들의 가창력도 훌륭했다. 전체적인 무대 세팅도 좋았고, 의상도 좋았다.

 

하지만 스토리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뮤지컬의 형식상 시나리오에 섬세한 작업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너무 단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이 역사를 소재로 한 역사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좀 더 과감한 시도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어차피 한국인들 사이에서 '이방원', '이성계' 등의 캐릭터들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본 작품의 주축이 되는 이성계, 이방원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굳이 주인공 이방원 외에 이성계를 따로 떼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성계가 역성혁명의 주인공이자, 작중 이방원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동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성계는 장군으로서의 위엄 있는 말투와 행동보다는 농담투의 가벼운 느낌으로 말하지만 나라에 대한 충정과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랑을 묵직하게 그려내는 역할이다. 하지만 막상 실제 작품에서는 나라에 대한 충정과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랑은 표현되지 않는다.

 

이성계는 왕조교체의 주도자이기에 고려 입장에서는 반역자다. 또한, 뮤지컬에서 조선 건국 이후로도 특별히 국정을 돌본다거나, 자신의 신조를 표현하는 장면이 없었다. 애당초 정몽주를 살해하게 되는 과정에서 이성계의 행동에 대한 표현이 부족했다.

 

또 작중에서 이성계는 이방원을 가끔 독려해주지만, 실제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세자 책봉에서 이방원을 제하고, 그에게 위험한 임무를 맡긴다. 왕자의 난에서도 그는 이방원의 돌발행동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품에서 이성계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아버지'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이방원은 “하늘이 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왕을 만든다”라고 말할 정도로 권위적이며, 과감하고 냉혹한 인물인 태조 이성계의 아들이자, 훗날 태종이 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냉혹하기보다는, 뜨거운 캐릭터로 표현된다. 이 작품에서는 이방원의 책략 자체보다는 책략의 결과와 그에 따른 감정적인 부분에 강조점을 두었다. 즉, 각 캐릭터의 정치적 고민이나 복잡한 환경 묘사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물론 새로운 캐릭터 해석이 뮤지컬의 큰 재미 중 하나였다. 특히 <창업>이 이방원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하나의 캐릭터 뮤지컬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과감한 표현 방식은 또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명나라 앞에서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인다거나, 스승을 찾아가 협박을 하는 모습이 금방 이해가되지는 않았다. 이는 아마 대한민국 일반 국민으로서 가지고 있는 이방원 이미지와 충돌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작품에서 각 인물의 배경 이야기를 충실히 묘사하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이 작품에서는 이방원이 무엇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는지, 정확히 어떤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악행을 자처하는지 표현되지 않는다. 초반에 이방원은 아버지를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하지만 왜 그가 아버지를 그토록 사랑하는지 표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선 건국 이후에는 바로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댄다. 각 이음새를 채워주었다면 뮤지컬에서 새로 그려내려했던 이방원을 두드러지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언급한 Hamilton 역시 뮤지컬의 재미를 위해 일부 부분을 과장하고, 캐릭터의 감정선을 극대화한다.하지만 주인공 해밀턴과 역사적 배경이 적절히 어우러져 각 시기의 이음새가 어색하지 않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주·조연 인물들의 캐릭터들에게 적절한 시간과 씬을 배분했기 때문이다. 탄탄하게 짜인 캐릭터 덕분에 뮤지컬이라는 틀에서도 각인물간 관계와 감정 흐름이 어색하지 않게 표현되었다.

 

<창업>에서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각 인물은 나름의 이상과 인간적 고뇌가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방원의 주변인물로서만 두드러진다. 이처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방원이다. 포스터에서도 그러한 면모가 드러나고, 주변 인물들의 표현된 이야기도 주인공 이방원의 감정묘사에 맞춰져 있다. 물론 이런 표현방식은 직관적이고 유희적이다. 경쾌할 정도다. 하지만 앞서 기술했듯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좀 더 섬세한 배경과 갈등 묘사가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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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관객에게도 뮤지컬 <창업>의 경험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창업>은 신경쓴 티가 많이 나는 뮤지컬이다. 개인적으로 눈에 먼저 들어왔던 것은 의상이었다. 가면이나 무기, 옷의 가장자리 마감은 아쉬웠지만, 의상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이 한눈에 보아도 느껴졌다. 아주 많은 뮤지컬을 본 것은 아니지만,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고 이토록 의상에 신경 쓴 작품은 처음이었다. 특히 이성계와 강씨부인이 입은 즉위식 의상은 가까이서 볼 때 눈이 즐거웠다.

 

또 각 배우의 가창력이 훌륭했다. 눈에 띄었던 것은 정도전과 정몽주 역할의 배우였다. 성량도 크고 전달력도 좋아서 듣기 좋았다. 좋은 배우들과 맞물려 넘버들도 듣기 좋았다. 정몽주와 이방원이 시조를 나누는 것을 넘버로 표현한 것은 참신하고 뮤지컬적인 재미가 있었다. 뮤지컬에서 메인으로 삼는 넘버도 웅장한 매력이 있었다. 이런 장점들이 한데 모여 이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 무엇보다 이런 주제의 작품들이 더 활발히 제작되길 바라는 처지에서 이 정도 노력을 들인 작품이 나온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어떤 부분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 <창업>은 분명 의상부터 넘버까지 섬세한 신경을 쓴 작품이다. 광나는 사람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창업] 메인 포스터.jpg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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