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트롤 : 동화책의 모범 답안 [영화]

여전히 사랑이 필요한 우리들도 트롤들과 허그 타임!
글 입력 2021.05.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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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 타임!

 

시계가 울리면 다같이 꼭 껴안기 시작하는 귀여운 트롤들. 제각각 다른 색을 뽐내면서 사랑을 외치는 트롤들이 한없이 평화롭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그렇듯 어디에나 악당은 존재하는 법. 1년에 한 번씩 트롤 기념일에 트롤 사냥을 나서는 버겐. 행복한 트롤을 와구와구 먹으면 행복해진다나.

 

어김없이 찾아온 그들만의 축제, 트롤 왕국 공주 파피가 버겐에게 잡힌 트롤들을 구출하게 된다. 무려 버겐 브리짓과 친구가 되어서! 행복의 전도사, 행운의 상징, 평화 수호자 모든 좋은 수식어구는 다 덕지덕지 붙여주고 싶은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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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롤 (2016)

  

 

트롤은 탄생부터 포근하고 따뜻했다. 가난한 목수가 딸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 마을 아이들에게 유명해졌던 것. 그래서 처음의 트롤은 나무에 유리 눈을 가졌다. 유난히 트롤의 눈이 맑았던 기억이 있다면 정답이다.

 

그의 이름(Thomas Dam)을 따서 댐 인형이라고 불리다가 ‘트롤’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행운의 상징인 인형(Dam)이 욕지거리(Damn : (영) 빌어먹을!)와 같은 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어쨌든 이름을 바꾸고 나타난 트롤은 인형극을 지나 애니메이션까지 당도했다. 거인족의 인간을 잡아먹는 요괴였던 스칸디나비아의 전통적인 트롤은 잊힌지 오래다. 역시 인간보다 작은 것들은 어떤 것이든간에 귀여운 법이다. 요괴 취급에서 한순간에 숲 속의 요정으로 직업을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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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트롤 인형

 

 

이 요정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조금은 심심하고 답답한 기분이 드는 순간, 어린이날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된다. 이 세계의 어른들은 복잡한 것이 더 대단하다는 메커니즘에 빠진 현대인들이다. 표상적인 주제만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간단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모두 친구!”와 권선징악의 합작품은 뻔한 클리셰니까.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는 이 말이 뻔해질 때까지 꽤나 오래 살았다.

 

돌려 말하고, 권유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은유를 곁들이는 어른들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아직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하다. ‘어린이’를 ‘성인’과 구분해내기 이전의 동화들을 살펴보면 모두 잔혹 동화들이거나, 잔꾀를 부려야 살아남는다는 말 뿐이다. 어린이를 몸집이 작은 성인으로 여겨 생존전략을 전수하기 위해 동화를 사용했던 시기가 있었다.

 

국제적으로 “아동은 신체, 정신적으로 미숙하므로 법적 보호와 성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인정한지 100년도 지나지 않았다. 한국 역시 1959년에 어린이날이 정식 제정되었다. 이 말인 즉슨, 언어의 역사에 비해 아동문학은 극히 짧은 기간이 지났다는 것이고, 동화의 방향이 채 정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화책 다시쓰기> 흐름이 일어났던 때가 근래라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지금보다 험난한 세상에서 생계형 목적을 가진 아동 동화는 편견을 주입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따라서 곳곳에 차별적인 요소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익숙한 원작들은 불쾌함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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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트롤>. 요괴라고 칭하던 트롤과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정반대의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사과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보고싶다. ‘절대선’의 특징을 가진 것도 모자라 용기와 지혜, 사랑, 즐거움까지 보탠 트롤은 고난을 극복해내면서 성장드라마를 쓴다. 비록 이 고난 극복이 예정되어 있지만, 선함이 항상 이긴다는 전제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렇게 믿을 권리가 있다.

 

그래도 약간의 복잡함이 필요하다면, 비관적인 트롤인 브랜치의 존재에서 충족할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해맑을 수는 없는 법이다. 상처를 많이 가진 아이들, 그래서 항상 또 다음 상처로부터 방어할 준비를 하느라 최악의 상황을 먼저 보는 눈을 가지게 된 이 아이들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서사까지 본다면 마냥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스러움’을 맞는 길이라고 취급하는 것도 아니다.

 

브랜치는 다른 트롤들과 섞여 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용기를 냈다. 하지만 모든 상처를 잊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즉, 있는 그대로도 행복해져도 된다는 메세지를 스크린 밖으로 전달해주는 브랜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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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롤 (2016)

 

 

그리고 여기서 <트롤>은 한 발 더 나아갔다. 트롤도 여러 종족이 있다는 걸 밝히면서 <트롤: 월드투어>가 펼쳐졌다. 여기서도 동화의 단골 주제가 계속 된다. 정의로운 것이 이기고 모두가 친구 되기! 한 번 말한 걸로는 부족한 말이다.

 

행복한 트롤은 노래를 부르고, 노래는 다양한 장르가 있으니까, 트롤도 마찬가지라는 명제를 기본으로 한다. 주인공인 파피의 팝 트롤 왕국에 클래식, 하드록, 컨트리, 힙합, 케이팝 트롤까지 한 장면씩 차지하고 있다. 케이팝 트롤의 등장에 조금 더 기쁜 건 아직도 일부에서는 매니악하다고 취급하는 케이팝 장르를 비춰주었기 때문이다.

 

모든 트롤들을 락 음악에 감염시키던 락 트롤을 막는 팝 트롤을 보면 이 동화에 정치적 정세를 녹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좁은 의미로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자”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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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롤 : 월드투어 (2020)

 

 

“울어도 된다”고 말하는 디즈니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롤>이 선행학습 되어야 가능하다. 조금 덜 복잡해서 심심한 <트롤>을 동화책의 모범답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고차원적이지 않은 것으로 몰아버린다면 유엔아동인권선언의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상황에서는 간단한 주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 법이다.

 

어느새 우리도 ‘나’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며 매몰되기도 한다. 그럴 때, 자칫 유치해보이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옆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에 취해보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에 기여를 해보자.

 

그리고 오늘 우중충한 날씨와 모든 것에 지쳤다면, 몸만 자라나서 여전히 사랑이 필요한 우리들도 트롤들과 허그 타임!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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