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앤디 워홀의 강렬하고 섬세한 작품 세계를 만나보는 시간 -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그는 누구보다 복잡한 사람이었고,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 단순했다
글 입력 2021.04.2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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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여전히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그가 그린 작품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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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대중 문화로 이끌어낸 ‘팝 아트’ 그 중에서도 예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이름만대면 안다는 거장인 ‘앤디 워홀’, 그의 명성은 너무나 익히 들어왔기에 익숙했고, 어쩌면 나는 그래서 그를 ‘잘 안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무엇보다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앤디 워홀이라는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복합적인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세상에 남긴 것들에 그를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전시의 초반 부부분을 오디오 도슨트와 함께 접했을 때 사실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가 생각보다 훨씬 상업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술을 그 심오한 세계에서 대중 문화로 이끌어 온 업적을 남긴 그이지만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훌륭한 사업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예술이다’라는 그의 말은 적잖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나는 여태까지 ‘예술’이야말로 금전적인 것과 유리된, 순수한 열정만을 담은 무언가라고 생각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초반 작품들은 상업적인 목적과 의도에서 시작되었고, 생각보다 훨씬 계획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는 마를린 먼로의 초상을 대량으로 찍어내면서, 혹은 조금씩 다른 캠벨 수프의 모습을 줄 세우면서 그것이 얼마나 큰 대중적 인기와 상업적인 부를 가져올지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보란 듯이 들어 맞았다. 특별히 선택받은 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이 누구나 쉽게 접하고 각자만의 어떤 방식으로든 향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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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렇듯 누구보다 상업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면모를 가졌지만, 반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 상류층부터 소외 집단까지 폭 넓게 등장하는 이유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은 곧 지위와 명성의 획득으로 이어지는 길이었고, 대중에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종교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앤디 워홀은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러한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자신의 영화 속 주인공을 만들어 냈다.

 

 

사진의 가장 좋은 점은 절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은 변할지라도

 

<앤디워홀: 비기닝 서울> 전시 中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어쩌면 작품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내면에 지니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대중의 관심사가 아니다. 앤디 워홀의 작품 속에서 그의 의도에 따라 형상화되고 이미지화된 그들의 모습은 그 특유의 반복적인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신화 같은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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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항상 자극적이고 반짝거리는 소재를 찾아 파티를 열고, 그것을 캔버스에 화려하게 담아내는 것에서 보이는 그의 삶의 한쪽 이면과 달리 그는 누구보다 진솔하고 인간의 내면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모습 또한 가지고 있었다. 강렬한 색감을 담은 실크스크린 보다 그의 드로잉에서 그것이 더욱 드러난다. 옅은 색감을 표현 해낸 수채화, 가느다랗고 희미하지만 강단 있는 선으로 이루어진 드로잉은 그가 내면에 지닌 유약하지만 단단한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그는 직접 잡지를 출간해 스타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인터뷰 내용은 지극히 평범하고 인간적인 것들에 주목하고 있었고 그러한 스타들의 일상과 가치관을 편집 없이 보여주는 것이 이 잡지의 목적이었다. 대중적인 아이콘의 이미지 메이킹을 선도하던 그가 타인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애정을 가지고 그들과 교류한 것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것이 바로 앤디 워홀이라는 사람이고, 결국 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의 작품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기에 따라, 혹은 변해가는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일부를 반영한 작품을 만들었고, 그것을 대중적인 위치로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그의 작품을 보는 대중인 나는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따라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 중 인상 깊은 몇 점을 내 방식대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강렬한 색감의 반복적인 이미지로 아이콘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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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고, 또 그만큼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 것은 전시장 한쪽 벽면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는 마를린 먼로의 초상이다. 마를린 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품 이전부터 지녔던 그녀의 독보적인 인기와 이른 사망은 마를린먼로를 할리우드의 아이콘으로 만들었고, 앤디 워홀은 그녀의 이러한 반짝이는 부분을 채로 떠서 강렬한 색감의 실크스크린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대중에게 또 한번 마를린 먼로라는 아이콘을 각인시켰다.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분명 전부 같은 마를린 먼로의 모습인데 각각이 너무나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피부색상, 눈가의 쉐도우 색상, 머리의 색상이 달라짐에 따라 같은 이미지이지만 다른 인상을 가진 마를린 먼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우아하게 웃고 있는 것 같다 가도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어딘지 공허해 보이기도 한다.

 

 

‘모든 것은 반복일 뿐인데 사람들이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놀랍다’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전시 中

 

 

이렇게 각각 다른 표정과 느낌을 지닌 마를린 먼로가 반복적인 이미지로 한 눈에 다가오면서 마치 콜라주 기법처럼 하나의 복합적인 이미지가 되어 머리 속에 들어온다. 같은 이미지의 반복인 것을 알면서도 그 안에서 나는 새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은 어쩔 수 없이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의 반복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셔터 한 번으로 그 순간의 인물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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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은 펜 대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만나는 폭 넒은 계층의 인물들을 한 순간에 담아 냈다. 폴라로이드는 그 당시 ‘즉석’, ‘순간의 기록’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었고, 그의 필름 속에 담긴 인물들은 그렇게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그의 곁에 남았다. 어쩌면 자기 자신의 모습까지 말이다. 이 필름 속의 인물들을 보면 앤디 워홀이 어떤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는지 보이는 것만 같다.


특히 마치 X-Ray 사진과 비슷한 색감으로 찍힌 인물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들의 이목구비는 필름 속에 정확히 담기지 않았다. 어쩌면 긴 머리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여성이 아닐 수도 있다. 사진 속 인물의 성별, 얼굴 생김새 그 어떠한 것도 정확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은 포즈와 분위기 만으로 필름 속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필름을 통해 나 또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인물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머리 모양과 포즈를 보며 그 안의 얼굴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그들이 지었을 미소와 미세한 눈썹의 움직임을 그려 보기도 했다. 또한 그들이 입었을 옷, 걸쳤을 모자, 액세서리 등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인물들을 머리 속에 그리다 보니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그들이 어딘가에 실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노래에 시각적인 색감을 입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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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은 시각 예술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깊은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록벤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에 매료되었고 그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지원했는데 앤디 워홀 만의 스타일과 직관력으로 밴드를 한층 이색적으로 만들어 색채를 입힌 것이었다.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독일 모델 니코를 1집 앨범의 객원 싱어로 참여시키거나 앨범 커버를 직접 디자인 하기도 했다.

 

 

‘모든 노래에는 추억이 있다. 마음을 따듯하거나 아프게 하고 마음을 닫고 눈을 뜨게 하는 능력이 있다.’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전시 中

 

 

어쩌면 음악과 시각 예술은 별개의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감각 기관 중 청각과 시각이라는 각기 다른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앤디 워홀은 시각적인 자극이 어떻게 청각적인 것의 매력을 더 돋구는지 알고 있었다. 노래가 불러일으키는 어느 날의 가물 가물한 추억은 앤디 워홀의 시각적인 자극에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 나곤 한다.


그가 디자인한 앨범 자켓은 매우 신박하거나 듣도 보도 못한 것이 아니다. 그저 여러 색감을 통해 멤버들의 초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강조하거나 덜어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구체적인 부분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강렬한 색감으로 눈길을 끌며 어떠한 이미지 덩어리가 되어 보는 이에게 다가간다. 이 이미지가 이후 노래를 접한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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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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