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추억을 담은 플레이 리스트 [음악]

글 입력 2021.04.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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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G 워너비의 노래가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나온 후 그때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다시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아마도 노래에는 단순히 멜로디만이 아닌, 노래를 듣는 순간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마다 특유의 향기가 있고, 그 향기를 맡으면 그 계절에 관한 우리의 기억이 떠오르듯, 음악도 자주 들었던 그때 그 순간들에 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때론 추억이 얽힌 특정한 장소를 가면 자동적으로 깔리는 BGM처럼 머릿속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르는 음악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라면 낯설지 않은 노래 리스트에 공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 노래들에 대한 추억들은 각자 다르겠지만, 이 노래들을 통해 당신만의 오래된 기억들을 열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에서 자매품이란, 추천된 노래 리스트와 함께 동시대를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대표적인 곡들을 의미한다.)




1. Avril Lavigne - Complic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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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들어보았을 에이브릴 라빈의 대표적인 히트곡이다. 쥐어짜내는 듯이 툭툭 털어내는 특유의 창법이 돋보이는 곡이다. 여성 락 보컬이 당시에 많지 않기도 했지만, 단순히 이쁘다는 것 뿐만 아니라 반항적이고 털털한 이미지와 거친 보컬로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 노래는 내가 처음으로 팝송이란 장르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이 노래를 알게 된 건, 당시 외국에서 전학을 온 친구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나서였다. 원어민이었던 그 친구가 이 노래를 부를 때 굉장히 힙해보였는데, 내가 부르면 왜 이렇게 허세와 촌스러움이 가득해 보였는지...


어쨌든,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중학생 때가 많이 생각난다. 짜증 날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해서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언젠가 에이브릴 라빈처럼 스모키 화장과 긴 생머리를 하고 밴드부 보컬이 되고 싶다는 중2병 돋았던 나의 꿈도 생각난다.


 

 

2. 버즈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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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발매된 정규 2집 'Buzz Effect'의 수록곡으로 타이틀이었던 '겁쟁이'만큼이나 잘 알려진, 마찬가지로 누구나 알던 노래다.


사실 나는 내 주변 친구들이 버즈를 좋아했을 때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한 명이었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노래 듣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었거나 팝송에 더 빠져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어쩌면 동방신기에 더 빠져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이런 나조차도 외울 정도로 지겹게 들었던 노래가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자의적인 건 아니었다. 학교 밴드부의 단골 곡이 바로 이 노래였기 때문이다. 매 학년마다, 매 축제마다 이 노래를 듣다 보니 모를 수가 없는 노래였다. 아마 그 당시 전국에 있는 학교 밴드부는 이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그만큼 밴드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곡이었던 것 같다. 기타 연주의 기교도 멋있는 부분이 많았고, 특유의 신나는 멜로디가 축제의 기분을 잘 담아내기도 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아직도 학교 밴드부 보컬들이 언뜻 생각난다. 우리 학교 밴드부 보컬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얼굴이 잘 생겼고 다른 한 명은 노래를 진짜 잘 불렀다. 그 누가 되었든, 이 노래를 부르면 왜 이렇게 멋있어 보이던지. 분명 평상시에 복도에서 지나칠 때는 잘 생겼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지 못했는데, 공연만 시작되었다 하면 사춘기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그들이 기억난다.


 

 

3. 슈퍼주니어 - 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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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고 3 당시 우리 반은 수능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우리는 그 스트레스를 소위 덕질로 풀었고, 우리 반에는 빅뱅, 샤이니 그리고 슈퍼주니어로 팬층이 세 개로 나뉘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슈퍼주니어의 팬이었다.


이 세 팬층은 교실 벽에 각 그룹의 대형 포스터를 경쟁적으로 가져와서 붙여놓곤 했다. 누가 시작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 또한 질 수 없어서 집에서 포스터를 가져와서 붙였다. 교과목 선생님들이 우리 반에 올 때마다 너희 반은 왜 이렇게 포스터가 많이 붙어있냐고 요즘 많이 힘느냐고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그야말로 터지기 일보 직전인 멘탈을 덕질을 통해 다스렸던 것이다.


그때 당시 내가 자주 들었던 음악이 '너라고'였다. 슈퍼주니어의 팬으로서, U, 쏘리쏘리 등 더 많은 명곡들을 소개하고 싶지만, '너라고'가 나왔을 때 내 MP3가 가장 쉼 없이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들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애절하게 들렸었는지... 오빠들이 간절하게 고백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대리 만족을 했던 걸까?


도입부의 "탁타르 탁탁" 하는 소리만 들어도 "너라고"가 자동으로 입 밖으로 나왔던 시절이다.


(자매품: 샤이니 - 누난 너무 예뻐)

 

 


4. Yolanda be Cool, Dcup - We no speak Americ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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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방황하던 시기가 있다면 대학생 시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시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바로 We no speak Americano이다. 고등학생 때까지 전혀 들은 적이 없는 EDM 장르의 노래가 갑자기 플레이 리스트에 나타난 것처럼, 대학생이 되면서 많은 것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술에 대한 관대함이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술을 마실 수 있는 성인이 된 나 스스로가 어색했고, 무엇보다 나와 달리 바로 적응하는 남들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취하는 기분 자체가 어른이 된 증표인 것처럼 우쭐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도 새로운 생활에서 살아남아야 했기에 나름대로의 쿨한 척, 기고만장한 척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쓰고 버티어 나가던 나였다.


강남 길거리, 수원역 로데오 거리 등 어딘가에 속해 있기 위해 돌아다니던 날들이면 가게마다 이 노래가 시끄럽게 나오곤 했다. 축제 때조차도 주점마다 들려왔던 이 노래. 분명 음악 자체는 독창적이고 좋은 곡이지만, 이상하게 아직도 그때 당시의 나의 불안하고 초조했던 감정이 느껴져서 듣기가 불편해진다. 괜찮다고 허세를 부리면서도 어딘가에 속해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던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이 마음 한구석에 지금도 남아있는 듯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엇이 두려워서 그렇게 전전긍긍 버둥거리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 음악이 주는 분위기처럼 그저 조금 힘 빼고 즐겼어도 될 텐데.


(자매품: Spankers - Sex on the beach)


 

 

5. 버스커버스커 - 벚꽃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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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온 전설의 '벚꽃엔딩'! 벚꽃 연금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벌써 나온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모두가 좋아하고 봄만 되면 차트를 끊임없이 재점령하는 노래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왠지 모르게 설레는 이 노래를 들으면 모순적이게도 시험기간에 해탈한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학생 시절, 벚꽃이 필 무렵은 시험이라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기간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벚나무가 많아서 꽃이 필 때면 정말 아름다웠는데도 불구하고, 시험과 과제 덕분에 제대로 즐기기가 힘들었다. 과제 때문에 밤을 지새우고 학교에 나오면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햇살은 따뜻해져 가는데 시험 준비를 위해 쌀쌀한 공기가 흐르는 열람실에 들어가야만 하는 그 고통의 시간들!


더군다나 점심시간마다 나오는 벚꽃엔딩을 듣노라면, 시험이고 뭐고 일탈을 저지르고 싶어진다. 다행히 재수를 하면서 길러온 인내심을 통해 그 일탈을 다스리긴 했지만, 여전히 벚꽃엔딩을 들으면 괜스레 그때 저지르지 못했던 일탈을 감행해보고픈 마음이 드는 건 여전하다.


(자매품: 10cm -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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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스트에 당신이 공감할 지 모르겠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도 추억이 담겨 있는 곡들일 것이다. 당신과 내가 가진 추억의 색깔은 다르겠지만, 동시대에 같은 노래로 함께 기억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참 반가울 것 같다. 오늘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당신에게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들이 떠오르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노래들을 오랜만에 다시 한번 들어보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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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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