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정신분석학과 함께. '취준생'인 나의 삶 새롭게 바라보기. -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글 입력 2021.04.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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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바꾸어 생각을 달리하는 일은 가장 쉬워 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로만 느껴진다. 흔히들 자신의 잊고 싶은 과거를 두고 ‘흑역사'라 부른다. 그렇게 문득문득 떠올리게 되는 이 ‘흑역사'는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곤 한다.

 

나 또한 크고 작은 ‘흑역사'들로 인해 잘 지내다가도 나 자신을 송두리째 부정해버리고 싶은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고, 애꿎은 벽을 쳐보기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귀여운 순간들만 있다면 크게 문제를 느끼지도 않을텐데. 문제는 일상 속에서 가끔가다 마주하는 ‘흑역사'가 아닌, 내 정신이 과거에 온전히 묶여 있을 때 느낀다.

 

나는 작년부터 졸업과 함께 자연스레 ‘취준생'이라는 백수와 사회인 그 사이 어딘가의 신분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면서 과거에서만 내 가치를 찾는 데 급급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적당한 말로 내가 살아온 지난 몇 년간의 대학생활을 포장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자소설에 가까운 내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면 정말로, 내 그동안 지니고 살아왔던 가치는 무엇이였나 곱씹게 되고, 필연적으로 우울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분명 헛되게 살진 않았던 거 같은데. 부족할 순 있어도 내가 그렇게 별볼일 없는 시간들을 보내왔었나? 하는 자기학대적인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과거에만 정신이 묶여 있는 문제적 시기가 시작되고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보통 ‘흑역사'로 떠올릴 때는 웃고 넘길 일들이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한번 떠올리면 온갖 잡다한 우울들이 들러붙어서 심할 땐 하루를 꼬박 새기도 할 정도로 나를 괴롭힌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보다 ‘나는 뭐가 문제인가'를 생각하게끔 만드는 취준생의 주요 라이프 특성 상, 과거에만 정신이 묶이는 사이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제 또 그랬냐는 듯 일상생활을 하겠거니, 싶어 냅뒀던 내 스스로가 이제는 문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과거에 정말 발목 잡혀 우울만 좇는 날들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 과정이 익숙한 나로서는 다른 이가 쓴 글로 문제를 해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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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책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에 눈길이 갔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정신분석가 정도언 교수가 저자인 이 책은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에 근거해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롤로그에서 그가 밝힌 말을 보고 있자면 조금이나마 환기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과거의 판을 바꾸면 현재가 달라지고, 현재가 달라지면 미래가 보입니다. (중략) 이미 일어난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읽는 관점은 새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개인사적 진실을 수정할 수는 없어도 서술적 진실로 다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중략)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현재를 보다 자유롭고 새롭게 살고 미래를 꿈꿉니다.’
 

 

지나간 일들은 바꿀 수 없으니 생각하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말이 정신분석학과 함께하니 좀더 뻔하지 않고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기도 했다. 어쨌든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목차를 쭉 훑으며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가장 절실하게 읽고 싶은 순으로 챕터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두 번째 판(챕터)인 ‘꿈이 현실이 되려면: 환상 다루기' 편이었다.

 

감정의 전이와 역전이, 사람의 방어기제 등을 일상 속 사람들의 고민에 적용해 풀어내는 설명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마치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사람이란 이러이러한 존재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생각을 달리해보라.는 무언의 위로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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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눈에 들어오는 또다른 소제목의 한 부분은 바로 ‘불면증 사회에서 살아남기'였다. 나 또한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나는 때부터 잠을 잘 자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예전엔 길바닥이어도 머리만 대면 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잠을 잘 자는 나였기에 씁쓸한 생각이 다시금 맴돌았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잠을 포기하는 것이 불면증을 이기는 방법이라 서두에서부터 밝힌다. 얼마 전, 가수 아이유가 한 방송에 나와 불면증을 고백하고 자신이 그 와중에 찾은 방법은 그냥 쿨하게 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절을 읽는 순간 그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이 글의 핵심은 비워내기였다. 마음을 비우기. 미련을 버리기.

 

 

‘마음을 차라리 놓아주는 것이 통제하는 방법입니다. 놓아준 상태에서 거리를 두고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해봅니다.’

 

 

사실 이 책을 각 챕터별로 놓고 보면 조금씩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결과 본질은 같다. 마음을 비워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비워내야 채울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핵심이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같은 시기를 지내는 나에게 비워내야만 채울 수 있다는 말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위로되고 담담하게 와 닿는 구절이었다. 그러다보니 순간적인 관점의 변화이긴 했지만 자연스레 나는 지금 채워지기 위해 비워내는 과정을 보내고 있구나. 는 담담한 생각을 ‘진심으로'하기도 했다.

 

이 찰나의 순간이 앞으로는 오래오래 내 마음 속에 머물면서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에서 배운 ‘비워내야만 채울 수 있다'를 올해 다이어리에 적었다. 두고두고 보면서 스스로에게 되뇌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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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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