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이야기 - 어른들은 몰라요 [영화]

글 입력 2021.04.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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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18세진_포스터.jpg

 

 

18세 '세진', 덜컥 임산부가 되어버렸다.

무책임한 어른들에 지쳐 거리를 떠돌던 세진은

가출 경력 4년 차, 동갑내기 '주영'을 만난다.

 

처음 만났지만 절친이 된 '세진'과 '주영',

위기의 순간 나타난 파랑머리 '재필'과 '신지'까지.

왠지 닮은 듯한 네 명이 모여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

어른들은 모르는 가장 솔직한 10대들의 이야기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의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그대로 어른인 나는 영화 속 인물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몇몇 한숨 소리를 들어보니 이들을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듯 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자극적이고 무거우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18살 세진은 흔히 말하는 비행청소년(이 단어도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일지도 모르겠다)이다. 임신을 하게 된 세진은 학교에서 무언가를 종용하는 듯한 각서를 받고 그대로 집을 나와버린다. 이 과정에서 세진의 곁에 어른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른다운 어른은 없었다.

 

세진의 임신 폭로를 들은 담임선생님은 바로 교장선생님에게 세진을 보내는 것으로 조치를 끝낸다. 교장은 임산부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학교 교사로 번듯해보이던 세진의 남자친구는 교장실에서 마치 어린이가 된 양 아버지(교장)에게 매를 맞는다. 체벌 이후 남자친구의 책임은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세진의 집에 부모는 없다. 정확한 사연이 나오지는 않지만 감독의 전작 <박화영>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세진이 살아온 삶은 짐작할 수 있었다.

 

세진은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는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다 '주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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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그것도 가출청소년에게 거리는 해방감과 위험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다.

 

세진과 주영은 가게의 시설을 마치 제 집처럼 능숙하게 드나들며 물건을 훔치기도 하지만 안락하게 누울 공간, 온전하게 몸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은 어느 성인의 도움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성인들은 '너희를 보호해줄게'라고 말하지만 정작 이들을 수단으로만 여기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다.

 

세진과 주영이 어른답지 못한 어른에게서 탈출하려다 만난 재필과 신지는 둘과 비슷하게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인물들이다. 가장 믿음직스럽지 않은 인물들같지만 이들은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애 떼려고."를 말하는 세진을 도와주려는 유일한 인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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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의 유산을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임상 실험에 참여해 온갖 약물을 훔치는 것을 시작으로 계단에서 구르기,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하기까지. 재필은 최후의 방법으로 오토바이까지 팔아 돈을 마련해 포털사이트에서 알게 된 병원을 예약하지만 그 정보는 거짓이었다.

 

자신의 업소를 경찰에 신고한 제보자가 재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형의 폭행, 사기당한 것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재필은 영화 막바지에서 세진을 가혹하게 폭행한다. 친구이자 동료에서 강자와 약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재필은 스무 살로 4명 중 유일한 성인이기도 하다.

 

사실 재필의 감정은 잘 이해가지 않았다. 세진을 위해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지, 저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다. 혹시 감독님께서 다음 편으로 '박화영 세계관'을 이어간다면 재필의 이야기를 다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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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롱보드를 타는 세진을 담으며 마무리된다.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롱보드 씬들은 관람 도중 유일하게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세진이의 해방감까지 동시에 느껴져 숨통이 트이기도 했다.

 

지독하게 현실적이기만 했던 전작 <박화영>에 비해 영화적인 장면이 조금 추가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롱보드 씬은 울림이 강한 힙합 음악들이 OST로 깔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행복하거나 희망에 가득찬 이야기가 아니다. 극적인 반전이나 예상치 못한 성공도 없다. 오히려 영화가 끝나면 불쾌하거나 찝찝한 기분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들은 몰라요>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세진, 주영을 생각하게 한다.

 

끝까지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알아야 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래본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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