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음악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 피아니스트 전세윤 리사이틀 [공연]

글 입력 2021.04.1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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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러 가기 전, 아마 가장 설레는 순간은 바로 셋 리스트와 프로그램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특히 공연에서 좋아하는 곡을 만나는 상상은 언제나 짜릿하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동안 기다렸던 공연이 하나씩 취소되고 이러한 상황이 익숙해질 때쯤 다시 보고 싶은 무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생애 첫 피아노 리사이틀, 예술의전당에서의 첫 공연.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침 봄날의 비와 함께 듣는 피아노 연주라니, 분위기가 어떻게 어우러질지 사뭇 더 기대된다. 그렇게 프로그램 속 곡들이 익숙해질 때쯤 공연이 점차 가까워졌다.

 

 


 

Program

 

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 No. 6 in F Major Op. 10-2

 

Claude Debussy

Preludes Book 1

Ⅳ. Les sons et les parfumes tournent dans l'air du soir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Ⅵ. Des pas sur la neige

눈 위의 발자국

Ⅷ. La fille aux cheveux de lin

아마빛 머리의 처녀

 

Henri Dutilleux

Choral et Variations Op. 1

 

Johannes Brahms

Piano Sonata No. 3 in f minor 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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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 No. 6 in F Major Op. 10-2

 

공연의 첫 곡은 "음악의 성인(聖人)" 또는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6번>이 연주되었다. 곡을 들으니 어딘가 익숙한 듯 느껴졌지만, 평소에 알고 있던 베토벤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곡이었다.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과 비교하여 감상해보면 곡의 분위기를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클래식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은 베토벤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이다. 특히, 1악장은 악상이 느리게 시작되며 서정적인 분위기와 동시에 격정적인 느낌을 준다. 자칫 어둡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는 연주가 진행될수록 ‘월광’의 이름처럼 신비롭고 애달픈 느낌마저 든다.

 

대조적으로 <피아노 소나타 6번>은 시작부터 경쾌하고 밝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언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봄을 연상시킨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곡의 분위기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이다. 그의 표정과 손짓,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 한눈에 알 수 있다.

 

조금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도 손끝의 떨림과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였다.

 

 

**

Claude Debussy: Preludes Book 1

Ⅳ. Les sons et les parfumes tournent dans l'air du soir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Ⅵ. Des pas sur la neige

눈 위의 발자국

Ⅷ. La fille aux cheveux de lin

아마빛 머리의 처녀

 

다음으로 연주된 ‘드뷔시’의 곡은 한 편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영화 속 한 장면이 눈에 그려질 정도로 음악을 통해 시각적으로 감각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제목과 어우러지는 곡의 분위기와 함께 눈과 귀로 모두 즐길 수 있는 피아니스트의 연주까지 더욱더 집중하고 연주에 빠져들었다.

 

세 곡을 듣는 동안, 처음에는 풀내음이 가득한 곳에서 저녁의 공기를 마시고 그 이후, 눈이 가득 쌓인 곳을 정처 없이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길을 걷는 장면이 모두 머릿속에 묘사되었다.

 

이러한 연주는 바로 음악에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작곡가의 의도와 연주자의 곡에 대한 해석, 그들의 독창적인 색채가 만나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발견하는 것 또한 음악의 영혼을 찾는 과정이다.

 

그들의 음악은 이러한 과정을 걸쳐 탄생했고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지켜보고 즐기는 것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

Henri Dutilleux

Choral et Variations Op. 1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를 뽑는다면 주저 없이 드뷔시의 곡에서 <앙리 뒤티외의 변주곡>으로 넘어가는 바로 이 장면을 뽑을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서 펼쳐지는 곡의 악상과 그에 따른 신선함. 이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 찰나의 순간에 바로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볼 때만 경험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전율이 느껴졌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모두가 가장 공감할 수 있으며 동시에 뻔하지 않은 선곡, 서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리듬감 있는 곡으로의 반전.

 

 

****

Johannes Brahms

Piano Sonata No. 3 in f minor Op. 5


브람스의 곡을 듣다 보면 슈만과 클라라,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브람스의 멘토이자 절친한 동료인 슈만, 그리고 그의 아내인 클라라를 사랑했던 브람스. 슈만과 클라라를 통해 음악적 영감을 많이 받았던 브람스의 곡에서 어쩐지 그의 감정이 모두 느껴지는 것 같다.

 

이러한 감정을 대변하듯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은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면서 악장의 구성에 각각 맞춰 변주가 이루어진다. 앞서 먼저 작곡된 2악장과 4악장, 그리고 1장과 3악장, 5악장의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피아니스트 전세윤의 연주를 통해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다. 1악장부터 5악장까지 이어지는 연주는 피날레를 향한 화려함과 동시에 아름다운 선율의 클라이맥스이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던 그때, 연주자와 관객의 호흡은 이미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

 

박수갈채와 함께 다시 등장한 그가 선택한 앵콜곡은 스크리아빈의 <왼손을 위한 녹턴>이다. 오른손은 가지런히 의자에 걸친 채, 왼손으로만 시작된 연주는 마지막까지 특별했다. 모든 곡에서 느껴지는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음악을 향한 사랑이 객석 너머의 관객에게까지 전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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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텅 빈 무대를 바라보며 좀 더 여운을 즐겼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공연을 통한 유대감은 그 현장에서만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현장감은 이제 선택받지 않으면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음악과 공연, 클래식과 피아노처럼 이렇게 잘 어울리는 모습들을 시간이 흐르기 전에 더 많이 눈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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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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